뉴욕타임스가 영월을 콕 집었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신문 중 하나가 강원도 영월의 산골 광산을 1면급 기사로 다뤘습니다.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미국의 텅스텐 채굴의 중심에 선 한국의 광산.' 자국도 아닌 한국의 광산을 '미국 텅스텐 채굴의 중심'이라 부르는 이 파격적인 프레이밍 안에는, 지금 세계 자원 지도가 얼마나 빠르게 재편되고 있는지가 압축돼 있습니다.
![]() |
| 상동광산 텅스텐 대미 수출 물량 - 광물백과 |
왜 하필 지금, NYT가 영월을 주목했나
2026년 7월 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는 상동광산의 재가동이 가지는 지정학적 의미를 심층 분석한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이 기사가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한국 광산이 다시 문을 열었다'는 사실 보도가 아니라, 이 사건을 미국의 텅스텐 확보 전략이라는 훨씬 큰 그림 안에 배치했다는 점입니다. 미국이 중국에서 수출을 차단당한 전략 광물을 확보하기 위해, 폐광된 한국 광산에서 재생산의 길을 열었다는 서술 구조 자체가, 이 광산의 진짜 정체성이 '한국 자원'을 넘어 '미국 공급망의 전초기지'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NYT에 따르면 미국 텅스텐 전문기업 알몬티인더스트리는 2026년 3월부터 강원도 영월의 상동광산에서 32년 만에 채굴을 재개했습니다. 알몬티는 이 광산에 단일 광산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5,800만 톤의 텅스텐이 매장돼 있다고 밝혔으며, 지하 3km가 넘는 갱도를 따라 약 45년간 채굴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45년이라는 숫자는 단순한 사업 기간이 아니라, 향후 반세기 가까이 이 광산이 국제 텅스텐 공급망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2,600톤 중 2,100톤은 이미 미국행
생산 계획을 들여다보면 이 광산이 누구를 위해 돌아가고 있는지가 더 선명해집니다. 연간 생산되는 2,600톤의 텅스텐 중 2,100톤은 계약에 따라 미국으로 수출됩니다. 전체 생산량의 80%가 넘는 물량이 이미 미국행으로 못 박혀 있는 셈입니다. 알몬티는 향후 공장 증설을 통해 연간 총 4,600톤 규모의 산화텅스텐 생산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숫자가 세계 시장에서 갖는 무게도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매년 6만 7,000톤을 생산하는 중국에 비하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지만, 이 정도 생산량만으로도 상동광산은 단숨에 글로벌 생산 2위로 뛰어오르기에 충분합니다. 현재 2위인 베트남이 연간 3,400톤, 3위인 러시아가 2,000톤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동광산 한 곳이 국가 단위 생산량을 뛰어넘는 셈입니다. 중국이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시장에서, 광산 하나가 국가를 제치고 2위에 오르는 이례적인 그림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중석불'의 시대에서 나스닥 상장까지
상동광산이 처음부터 미국을 위한 광산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1916년 광맥의 단서인 '노두'가 발견된 이래, 상동광산은 1950년대 중반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70%까지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부가가치를 냈던 곳입니다. 1985년까지 연간 텅스텐 2,700톤을 생산해 일본 등지로 수출했고, 이때 벌어들인 외화를 가리켜 '중석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라는 뜻의 '중석불(重石弗)'이라는 신조어까지 유행했을 정도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사를 새로운 단어로 남길 만큼, 이 광산은 한국 현대사의 한 장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동광산이 쇠락을 맞이한 것은 중국산 저가 텅스텐이 물량 공세를 거듭한 1990년대였습니다.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동광산은 결국 1994년 폐광을 결정했고, 이후 캐나다 기업들 사이에서 운영권이 오가다 2015년 알몬티가 인수해 10년간 투자를 이어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이 광산을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불러낸 것 역시 중국이었습니다.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85%를 차지하는 중국이 대대적인 수출통제 정책을 펼치며 가격 급등을 초래하자, 한 세대 전 중국 때문에 문을 닫았던 이 광산이 이번에는 중국 때문에 다시 문을 열게 된 겁니다.
이 흐름은 기업의 행보로도 이어졌습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창업한 알몬티는 지난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데 이어, 올해는 아예 본사를 미국 몬태나주로 이전했습니다. 캐나다계 기업이 한국 광산을 운영하면서 본사는 미국으로 옮기는, 국적을 넘나드는 이 자본의 이동 경로 자체가 지금 텅스텐을 둘러싼 국제 정세의 복잡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 |
| 상동광산 폐광과 재가동 비교 - 광물백과 |
미국의 맞불, 그리고 일본의 시선
미국의 대응은 상동광산 지원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앞서 다룬 바 있듯 미국은 지난해 자국 기업의 카자흐스탄 텅스텐 광산 개발을 지원했고, 여기에 더해 내년부터는 방산업체의 중국산 텅스텐 사용을 아예 금지하는 정책까지 추진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카자흐스탄 보구티 광산 채굴권을 확보하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자, 미국은 카자흐스탄과 한국 두 곳에서 동시에 맞불을 놓는 모양새입니다.
일본도 이 흐름에서 손 놓고 있지 않습니다. 중국이 관계가 악화된 일본에 텅스텐 수출을 사실상 중단한 가운데, 일본 공영방송 NHK는 상동광산 재가동 소식을 전하며 "한국산 텅스텐은 첨단산업의 핵심 자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첨단산업 강국이 동시에 한국의 이 작은 광산을 주시하고 있다는 사실은, 상동광산이 이제 한국 국내 자원 문제를 넘어 동맹국 공급망 전략의 핵심 변수로 격상됐음을 보여줍니다.
상동광산이 그려낸 국제 좌표, 핵심 정리
| 구분 | 내용 |
|---|---|
| NYT 보도 시점 | 2026년 7월 1일(현지시간) |
| 재가동 시점 | 2026년 3월 |
| 확인 매장량 | 단일 광산 기준 세계 최대, 5,800만 톤 |
| 예상 채굴 가능 기간 | 지하 3km 이상 갱도, 약 45년 |
| 연간 생산량 | 2,600톤(향후 증설 시 4,600톤 목표) |
| 대미 수출 물량 | 연간 2,100톤(전체 생산량의 약 81%) |
| 글로벌 생산 순위 | 2위 예상(1위 중국 6.7만 톤, 3위 베트남 3,400톤, 4위 러시아 2,000톤) |
| 알몬티 기업 행보 | 2025년 나스닥 상장, 2026년 몬태나주 본사 이전 |
| 폐광~재가동 공백 | 1994년 폐광 후 32년 |
| 관련국 반응 | 미국(계약·지원), 일본(NHK 보도, 자원 확보 관심) |
(내용은 뉴욕타임스, 서울경제 보도를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한국이 서 있는 새로운 좌표
이 기사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자부심 이상입니다. 상동광산이 미국·일본 두 첨단산업 강국의 공급망 전략에 깊숙이 편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이 원한다면 텅스텐이라는 전략 자산을 지렛대 삼아 국제적 협상력을 키울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이는 국내 산업이 이 광산의 생산량을 얼마나 활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함께 던집니다. 연간 생산량의 80% 이상이 이미 대미 수출로 배정된 상황에서, 정작 한국의 반도체·방산 업계가 체감할 수 있는 국내 공급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냉정하게 짚어봐야 합니다.
결국 상동광산의 재가동은 완결된 성공 스토리가 아니라, 앞으로 한국이 이 자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이야기가 계속 쓰여지는 현재진행형 서사에 가깝습니다. 미국·일본이 주목하는 이 광산에서, 한국 스스로도 실질적인 이익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략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입니다. 쌍전광산을 비롯한 관련 배경은 [광물백과 쌍전광산 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함께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FAQ
Q1. NYT는 왜 상동광산을 "미국 텅스텐 채굴의 중심"이라고 표현했나요? 상동광산 생산량의 상당 부분이 미국으로 수출 계약이 체결돼 있고, 미국이 카자흐스탄과 함께 이 광산을 비중국권 텅스텐 확보 전략의 핵심 축으로 삼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Q2. 상동광산에서 생산된 텅스텐 중 한국에 남는 물량은 얼마나 되나요? 연간 생산량 2,600톤 중 2,100톤이 계약에 따라 미국으로 수출되며, 나머지 물량이 국내 또는 다른 시장으로 공급되는 구조입니다.
Q3. 알몬티는 왜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본사를 옮겼나요? 미국 전략 광물 시장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미국 나스닥 상장에 이어 본사까지 이전하며 미국 내 사업 확장과 정책적 유대를 강화하려는 행보로 해석됩니다.
Q4. 상동광산 재가동에 일본이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중국이 일본에 대한 텅스텐 수출을 사실상 중단한 상황에서, 한국산 텅스텐이 일본 첨단산업의 대안적 원료 공급처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Q5. 상동광산이 세계 생산 2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현재 2위인 베트남(3,400톤)을 넘어서는 생산량을 달성할 경우, 광산 하나가 국가 단위 생산량을 뛰어넘는 이례적인 사례가 되며 비중국권 공급망에서 한국의 영향력이 그만큼 커진다는 뜻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