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미국도 문을 잠갔다 — 텅스텐 스크랩 봉쇄령
"텅스텐 수출은 미국의 산업 및 군사 준비태세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 지난 3월, 한 민간 재활용 업체가 미국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의 한 대목입니다. 이 경고가 나온 지 다섯 달 만에, 미국은 실제로 문을 걸어 잠갔습니다. 그동안 중국이 벌여온 원료 사냥의 무대였던 텅스텐 스크랩 시장에, 이번에는 미국이 정반대의 카드를 꺼내 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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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텅스텐 스크랩 수출 금지 행정명령 - 광물백과 |
왜 하필 지금, 미국은 스크랩 수출을 막았나
이야기는 2026년 7월 30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연방정부 당국자들에게 중국을 비롯한 해외로 가치 있는 핵심광물이 포함된 스크랩이 반출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 이른바 '회수 가능한 핵심 광물·소재'에 관한 대통령 결정문에 서명했습니다. 그리고 이 서명 이후 채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8월 6일, 미국 상무부가 실제 행동에 나섰습니다. 자국의 재활용 산업과 핵심광물 생산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텅스텐 스크랩과 폐배터리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겁니다.
연방관보에 게재된 이 명령은 8월 27일부터 발효돼 1년간 시행됩니다. 미 상무부는 핵심광물·소재의 공급 부족이 국방과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을 키우고 있어, 회수 가능한 자원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원자재 시장 조사 기업 아르거스는 이번 조치가 최근 미국에서 시행된 첫 핵심광물 폐자원 수출 제한 사례라고 평가했습니다. 대통령의 서명부터 실제 시행까지 채 한 달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사안을 미국이 얼마나 시급하게 다뤘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무엇을 막았나 — 텅스텐 스크랩과 '블랙매스'
이번 명령이 겨냥한 대상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텅스텐이 포함된 폐자원과 스크랩이고, 다른 하나는 이른바 '블랙매스'입니다. 블랙매스는 사용 후 리튬이온 배터리를 분쇄해 만드는 중간 원료로, 리튬·니켈·코발트·망간·흑연 등을 함유하고 있습니다. 철강의 경도를 높이는 데 사용되고 방위산업에도 폭넓게 쓰이는 텅스텐과, 전기차·전자기기 배터리의 핵심 소재가 되는 블랙매스를 나란히 묶어 규제한 셈입니다.
이 조치가 나온 배경에는 미국이 매달 약 3만3,000미터톤의 전자 폐기물을 수출하고 있다는 현실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리튬 등 재활용 가능한 핵심 광물이 상당량 포함돼 있습니다. 특히 블랙매스와 절삭 부스러기, 리튬이온배터리 등은 방산·첨단기술의 원료로 얼마든지 재가공될 수 있는 자원입니다. 그동안 이런 폐기물이 별다른 제약 없이 해외로 흘러나가고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앞서 다룬 바 있는 텍사스의 광물 재활용기업 아메르민(기사에서는 '아머민'으로도 표기)이 바로 이 문제를 공론화한 당사자입니다. 이 업체는 지난 3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보낸 서한에서 텅스텐 수출이 미국의 산업 및 군사 준비태세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업체가 앞서 언급했던 "적대국이 미국산 텅스텐 스크랩을 조달하고 있다"는 우려가, 결국 정부 차원의 실제 정책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봉쇄가 아니라 '역류 차단' — 시장 흐름이 보여주는 위기감
이 조치의 절박함은 시장 데이터에서도 확인됩니다. 리서치 기관 프로젝트 블루에 따르면, 2026년 들어 미국산 텅스텐 스크랩의 필리핀·대만·베트남·한국 수출량이 증가했습니다. 지난 시리즈에서 다룬 것처럼 중국이 신규 채굴, 주변국 수입에 이어 미국산 스크랩까지 사들이는 다층적 원료 확보 전략을 펼쳐온 상황에서, 미국산 스크랩이 동남아·한국 등을 거쳐 결국 중국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미국 정부가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번 규제는 국방물자생산법(DPA)을 근거 법안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냉전 시기부터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이 법을 원자재 스크랩 수출 통제에까지 끌어다 쓴 것은, 텅스텐이 이제 단순한 산업 원자재가 아니라 국방 준비태세와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격상됐음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텅스텐은 군용 장갑과 탄약부터 자동차 공장의 정밀 공구까지 폭넓게 쓰이는 고강도 금속이며, 중국의 수출 통제 대상에도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신규 채굴 기반이 사실상 없는 상황에서, 이미 국내에 존재하는 스크랩 자원마저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셈입니다.
완전 봉쇄는 아니다 — 예외 승인이라는 여지
다만 이번 조치가 전면적인 수출 금지는 아닙니다. 미국 내 텅스텐 폐기물과 블랙매스 공급업체는 원칙적으로 해당 물량을 자국 시장에만 판매해야 하지만, 당국의 예외 승인을 받으면 수출이 가능합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신규 규정이 시행되며 미국 내 공급업체가 물량을 국내 구매자에게 판매해야 한다고 전하면서도, 예외 승인 경로가 열려 있다는 점을 함께 짚었습니다.
이는 정책 설계상 상당히 신중한 접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완전한 수출 금지는 기존 거래 관계를 급격히 단절시키고 국제적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반면, 예외 승인 제도를 두면 국가안보상 민감하지 않은 거래는 계속 허용하면서도 정부가 핵심 물량의 흐름을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이번 조치는 텅스텐 스크랩 시장 전체를 폐쇄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원할 때 언제든 개입할 수 있는 '통제 가능한 창구'로 시장 구조를 재편하는 성격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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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스텐 스크랩 수출 금지 이후 국내 재고 현장 - 광물백과 |
미국 텅스텐 스크랩 수출 규제, 핵심 타임라인
| 시점 | 내용 |
|---|---|
| 2026년 3월 | 아메르민, 러트닉 상무장관에게 텅스텐 수출 위험성 경고 서한 발송 |
| 2026년 7월 30일 | 트럼프 대통령, 핵심광물 포함 산업 폐기물 수출 제한 권한 부여 결정문 서명 |
| 2026년 8월 6일 | 미 상무부, 텅스텐 스크랩·블랙매스 수출 금지 연방관보 게재 |
| 2026년 8월 27일 | 규제 발효, 1년간 시행 |
| 규제 대상 | 텅스텐 폐자원·스크랩, 폐배터리 블랙매스(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 함유) |
| 예외 조항 | 당국의 예외 승인을 받으면 수출 가능 |
| 근거 법안 | 국방물자생산법(DPA) |
| 배경 지표 | 미국 월간 전자폐기물 수출량 약 3만3,000미터톤, 텅스텐 스크랩의 필리핀·대만·베트남·한국 수출 증가 추세 |
(내용은 이투데이, 머니투데이, 임팩트온, 더구루 등 국내 언론 보도를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중국의 스크랩 사냥과 미국의 스크랩 봉쇄, 한 뿌리에서 갈라진 두 대응
지난 시리즈에서 다룬 중국의 텅스텐 스크랩 확보 전략과 이번 미국의 수출 금지 조치는 사실상 같은 문제를 서로 다른 방향에서 풀어낸 대응입니다. 중국은 신규 채굴과 주변국 수입만으로는 부족한 원료를 미국산 스크랩까지 사들여 메우려 했고, 미국은 그 유출 경로 자체를 정부 권한으로 틀어막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같은 자원을 두고 한쪽은 최대한 끌어모으려 하고, 다른 한쪽은 최대한 붙잡아 두려 하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거의 동시에 벌어진 셈입니다.
이 규제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블루의 분석대로 한국이 미국산 텅스텐 스크랩의 주요 수출 대상국 중 하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재활용업체와 초경공구·소재 가공업체들이 원료 조달에서 실질적인 부담을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국 등 아시아 재활용업체의 원료 조달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이번 조치는 한국 입장에서도 스크랩 수입 경로 다변화와 함께, 상동·쌍전광산 재가동을 통한 국내 생산 기반 확보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됩니다. 관련 배경은 [광물백과 상동광산 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함께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FAQ
Q1. 미국의 텅스텐 스크랩 수출 금지는 언제부터 시행되나요? 2026년 8월 27일부터 발효돼 1년간 시행되며,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이 연방관보를 통해 규정을 공식화했습니다.
Q2. 텅스텐 스크랩 외에 어떤 품목이 함께 규제되나요? 사용 후 리튬이온 배터리를 파쇄해 만드는 중간 원료인 '블랙매스'도 함께 수출이 금지됩니다. 블랙매스에는 리튬·니켈·코발트·망간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Q3. 이 조치로 텅스텐 스크랩 수출이 완전히 불가능해지나요? 원칙적으로는 국내 시장에만 판매해야 하지만, 당국의 예외 승인을 받으면 수출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Q4. 이 조치는 왜 국방물자생산법을 근거로 하나요? 텅스텐과 배터리 소재가 국방 준비태세와 직결된 전략 자산으로 분류되면서, 국가 비상사태 대응을 위해 마련된 이 법을 근거로 정부가 수출을 통제할 권한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Q5. 한국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한국이 미국산 텅스텐 스크랩의 주요 수출 대상국 중 하나였던 만큼, 국내 재활용·소재 가공업체의 원료 조달 부담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 수입 경로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