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갔다 풀었다, 중국의 광물 카드는 협상용이었다
전면 금지였던 조치가 어느 날 갑자기 1년 유예로 바뀌었습니다. 그것도 조용히가 아니라 공식 발표를 통해서요. 갈륨·게르마늄·안티몬, 이 세 가지 금속을 둘러싼 중국의 수출 통제 이야기입니다. 반도체와 태양광, 야간투시경, 그리고 무기까지 걸쳐 있는 이 소재들이 지난 2년 동안 미·중 무역전쟁의 카드로 쓰였다가, 최근에는 협상 테이블 위에서 다시 접혔습니다. 자원이 곧 외교 수단이 된 시대, 그 축소판을 갈륨·게르마늄·안티몬만큼 잘 보여주는 사례도 드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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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륨·게르마늄·안티몬 실물 사진 - 광물백과 |
왜 하필 지금, 유예 카드가 나왔나
이 이야기의 출발점은 2023년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중국은 2023년 8월부터 반도체·통신·전기차 산업에 필수적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습니다. 수출업체가 라이선스를 신청하고 해외 구매자의 세부 정보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전기차 배터리와 첨단 응용 분야에 쓰이는 흑연까지 통제 대상에 추가됐고, 이어 안티몬도 수출 제한 목록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시장에 미친 충격은 곧바로 숫자로 드러났습니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 생산량의 98%, 게르마늄의 6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정도 비중을 가진 나라가 수출 문턱을 높이자 유럽에서는 갈륨과 게르마늄 가격이 1년 만에 거의 두 배로 뛰었습니다. 무역업자들은 수출 라이선스 승인 절차의 불확실성 때문에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것조차 어려워졌습니다.
압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2025년 12월, 중국 상무부는 '이중용도 물자 대미 수출 통제 강화에 관한 공고'를 통해 갈륨·게르마늄·안티몬의 대미 수출을 원칙적으로 불허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실상의 전면 금지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2025년 11월 9일, 상황이 반전됩니다. 지난달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한 직후, 중국 상무부는 해당 공고의 2항 시행을 2026년 11월 27일까지 1년간 중단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갈륨·게르마늄·안티몬과 초경질 재료, 흑연 관련 품목의 대미 수출 제한이 1년간 유예된 겁니다.
반도체부터 야간투시경까지, 흔들리는 밸류체인
이 세 가지 금속이 왜 이렇게 중요한 카드로 쓰이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갈륨은 화합물 반도체의 핵심 원료로, 갈륨비소(GaAs)는 실리콘보다 열과 습기에 강하고 전도성이 높아 고성능 반도체 소재로 선호됩니다. TV·휴대전화 충전기, 태양광 패널, 레이더, 전기차에 두루 쓰입니다. 게르마늄은 광섬유 통신, 적외선 광학 장비, 야간투시경 렌즈에 필수적인 소재입니다. 안티몬은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난연제와 태양광 전지처럼 민간 용도로도 쓰이지만, 탄피 강화와 폭발물의 필수 재료이자 배터리 전극재로도 활용되는, 그야말로 이중용도의 전형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 안티몬 채굴의 약 50%, 가공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수출 제한이 발표될 때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안티몬 가격이 급등하는 패턴이 반복된 이유입니다. 반도체 업계 입장에서는 갈륨·게르마늄 없이는 화합물 반도체 생산 자체가 어렵고, 방산 업계 입장에서는 안티몬 없이 탄약 생산 계획을 세우기가 곤란해집니다. 한 원자재 소재가 이렇게 여러 산업의 급소를 동시에 누르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협상 카드로 쓰이는 광물, 유예는 해결이 아니다
이번 유예 조치를 두고 시장의 시각은 신중합니다. 한 원자재 분석 기관은 이번 조치를 "구조적 해결이 아니라 일시적 유예"로 규정하며, 상류 공급망이 여전히 중국 쪽으로 기울어져 있다는 점을 투자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직시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이번 조치는 갈륨·게르마늄·안티몬 통제 정책 자체를 폐지한 게 아니라, 시행 시점을 2026년 11월 27일까지 미룬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이 공고의 1항, 즉 이중용도 물자의 대미 군사 사용자 또는 군사 용도 수출 금지 조항은 이번 유예 대상에서도 제외되며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시 말해 중국은 언제든 이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미·중 관계가 다시 냉각되면 유예 조치는 얼마든지 철회될 수 있고, 그 시점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이런 '조건부 완화'는 진정한 공급 안정이 아니라, 오히려 불확실성을 관리해야 하는 또 하나의 변수로 다가옵니다.
갈륨·게르마늄·안티몬 수출 통제 타임라인
| 시점 | 내용 | 비고 |
|---|---|---|
| 2023년 8월 | 갈륨·게르마늄 수출 허가제 시행 | 라이선스 신청·구매자 정보 제출 의무화 |
| 2023년 12월 | 흑연 수출 통제 대상 추가 | 2차전지 음극재 핵심 원료 |
| 2024년 | 안티몬 수출 제한 발표 | 태양광 전지·군수품·난연제 등 사용 |
| 2025년 12월 | 갈륨·게르마늄·안티몬 대미 수출 원칙적 불허 공고 | 초경질 재료·흑연도 포함 |
| 2025년 11월 9일 | 위 공고 2항 시행, 2026년 11월 27일까지 유예 발표 | 부산 미·중 정상회담 직후 |
| 유예 대상 제외 | 이중용도 물자의 군사 용도 대미 수출 금지(1항) | 유예 기간에도 계속 유지 |
(수치·시점은 한국경제, KIEP, 국가전략포털 관련 보고서를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한국이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
이번 유예 조치는 어디까지나 '대미(對美)' 수출에 한정된 완화입니다. 한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 대한 수출 조건이 자동으로 함께 풀리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한국은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갈륨·게르마늄을 활용하는 기업이 다수 있고, 중국의 수출 통제 준비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국내 반도체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워온 배경도 여기 있습니다.
미·중 간 카드가 오가는 사이, 한국 산업계가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선택지는 두 가지로 좁혀집니다. 하나는 갈륨·게르마늄·안티몬의 재활용 및 대체 소재 연구를 확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소재에 대한 공공·민간 비축을 병행하는 것입니다. 텅스텐이나 희토류 사례에서 보듯, 중국의 수출 정책은 특정 국가와의 외교적 갈등 국면에 따라 강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한국도 미·중 관계의 완화 시점에 안심하기보다는 공급망 다변화 전략을 꾸준히 병행할 필요가 있습니다.
FAQ
Q1. 갈륨·게르마늄·안티몬은 왜 함께 묶여서 규제되나요? 세 소재 모두 민간·군사 이중용도로 분류되며, 중국이 세계 생산·가공에서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관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Q2. 이번 유예 조치로 한국 기업도 혜택을 보나요? 이번 유예는 대미(對美) 수출 제한에 한정된 조치로, 한국 등 다른 국가에 대한 수출 조건이 자동으로 함께 완화되는 것은 아닙니다.
Q3. 유예가 끝나는 2026년 11월 이후에는 어떻게 되나요? 미·중 관계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계가 다시 악화되면 유예된 조치가 재시행되거나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Q4. 안티몬은 왜 배터리와 무기에 동시에 쓰이나요? 안티몬은 화합물 형태로 배터리 전극재에 활용되는 한편, 순도 높은 금속 형태로는 탄피 강화와 폭발물 제조에도 쓰이는 전형적인 이중용도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Q5. 한국은 이 소재들의 대체·비축 전략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반도체·방산 업계를 중심으로 재활용 기술 개발과 특정국 의존도 완화를 위한 수입선 다변화, 공공 비축 확대 등이 검토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