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던 나라가 사는 나라로, 중국의 텅스텐 셀프 봉쇄
1년 전만 해도 545톤을 해외로 내다 팔던 나라가, 지금은 오히려 1,363톤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세계 텅스텐 공급의 80%를 쥔 중국 얘기입니다. 수출국이 어느 날 갑자기 수입국으로 돌아서는 일, 흔치 않습니다. 그런데 이게 실제로 벌어졌습니다. 원인은 단 하나, 중국 정부가 2025년 2월 내린 결정 하나였습니다.
![]() |
| 텅스텐 광산 채굴 작업 현장 - 광물백과 |
왜 하필 지금, 중국은 수출을 걸어 잠갔나
2025년 2월, 중국 상무부는 텅스텐 제품 전반에 대한 수출 허가제를 전격 시행했습니다. 텅스텐 금속은 물론 핵심 중간재인 암모늄파라텅스텐산염(APT)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명분은 '이중용도(민수·군수 겸용) 품목 관리'였지만, 시점과 파급력을 보면 단순한 행정 절차 강화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습니다. 중국 세관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APT 및 텅스텐·텅스텐카바이드 분말의 총수출량은 전년 대비 41.7% 급감한 3,877톤에 그쳤습니다. 그리고 2026년 1~2월에는 수출이 완전히 끊겼습니다. 서방 제조업체들이 원료 조달 계획을 세울 틈도 없이, 물량이 '서서히 줄어드는'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제로'로 떨어진 셈입니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따로 있습니다. 같은 기간 중국은 텅스텐 금속 기준 1,363톤을 오히려 순수입했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545톤을 순수출하던 나라가, 하루아침에 순수입국으로 돌아선 겁니다. 세계 텅스텐 공급의 80%를 쥐고 흔들던 나라가 이제는 블랙홀처럼 전 세계의 텅스텐을 빨아들이기 시작한 셈입니다. 이 대목이야말로 이번 규제가 단순한 '수출 관리 강화'가 아니라 전략적 비축과 자원 무기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히는 이유입니다.
왜 자기 시장까지 흔드는 결정을 내렸나
일반적인 원자재 수출국이라면 자국 물량을 해외에 파는 것이 당연히 이익입니다. 그런데 중국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계산이 겹쳐 있다고 시장은 보고 있습니다.
첫째, 텅스텐은 방위산업의 핵심 소재입니다. 철갑탄, 미사일 탄두처럼 관통력이 생명인 무기 체계에 필수적으로 쓰이다 보니, 미국 국방부는 이를 두고 '전쟁 금속(War Metal)'이라 부를 정도입니다. 자국 방위산업 수요를 우선 확보하려는 목적이 규제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힙니다.
둘째, 공급 측 사정도 녹록지 않습니다. 중국 내 텅스텐 광산 역시 광석 품위 저하와 환경 규제 강화라는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채굴하기 쉬운 고품위 광맥은 이미 상당 부분 소진됐고, 남은 매장지는 개발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자국 내 산업 수요조차 빠듯한 상황에서 수출 물량을 계속 유지하기가 부담스러워졌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셋째, 그리고 이 규제가 지정학적 갈등과 맞물릴 때 그 파괴력은 배가됩니다. 실제로 중국은 일본에 대해서는 2026년 1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규제를 한층 더 강화하며 대일 APT 수출량을 사실상 제로로 만들었습니다. 텅스텐 수출 허가제라는 하나의 정책 수단이, 상황에 따라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외교적 지렛대로도 쓰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시장이 보인 반응, 그리고 각국의 대응
시장은 이 정책 변화에 즉각 비명을 질렀습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로테르담 기준 APT 벤치마크 가격은 톤당 331달러에서 675달러로 뛰었고, 2026년 1월에는 패스트마켓츠 기준 1,090~1,15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BMO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는 "전 세계가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텅스텐 위기 속으로 무방비하게 걸어 들어갔다"고 평가했습니다. 규제가 시행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나온 진단치고는 상당히 신랄합니다.
각국의 대응도 빨라졌습니다. 미국은 자국 내 텅스텐 생산이 2015년 이후 전무하다는 위기감 속에 카자흐스탄과 손잡고 세계 최대 규모의 미개발 텅스텐 광상 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일본은 공구·부품 가격을 큰 폭으로 올리는 한편 폐공구 회수·재활용 체계를 서둘러 구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는 32년간 잠들어 있던 강원도 상동광산이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세 나라의 대응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공통된 배경은 하나입니다. 중국이라는 단일 공급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절박함입니다.
중국 텅스텐 수출 규제 타임라인
| 시점 | 내용 | 수치 |
|---|---|---|
| 2025년 2월 | 텅스텐·APT 등 이중용도 품목 수출 허가제 시행 | - |
| 2025년 연간 | APT·텅스텐 분말 총수출량 급감 | 3,877톤(전년比 -41.7%) |
| 2025년 연간 | 텅스텐 금속 순수출 545톤 → 순수입 전환 | 순수입 1,363톤 |
| 2026년 1~2월 | 텅스텐 수출 사실상 전면 중단 | 수출량 0에 근접 |
| 2026년 1월 | 대일본 이중용도 품목 규제 추가 강화 | 대일 APT 수출 사실상 0톤 |
| 2025~2026년 | APT 국제가 급등 | 톤당 331달러 → 1,090~1,150달러 |
(수치는 중국 세관 통계, USGS, 패스트마켓츠 자료를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한국이 읽어야 할 신호
중국의 수출 규제는 단순히 '가격이 올랐다'는 현상으로만 끝나지 않습니다. 세계 최대 생산국이 스스로 수출을 걸어 잠그고 오히려 순수입국으로 돌아섰다는 사실 자체가, 자원 확보 경쟁이 더 이상 시장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신호입니다. 자국 산업 보호와 방위산업 수요, 그리고 외교적 지렛대라는 세 가지 목적이 하나의 정책 안에 뒤섞여 있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역시 이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반도체·방산·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텅스텐 의존도가 높은 만큼, 중국의 정책 변화 하나가 국내 제조업 전체에 파급될 수 있다는 걸 일본의 사례가 이미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행히 상동광산 재가동으로 국내 생산 기반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이것만으로 공급망 리스크를 전부 해소하기는 어렵습니다. 수입선 다변화와 국내 재활용 체계 구축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상동광산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광물백과 상동광산 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FAQ
Q1. 중국은 왜 텅스텐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나요? 2025년 2월 이중용도 품목 관리를 명분으로 수출 허가제를 도입했으며, 자국 방위산업 수요 확보와 국내 공급 부족, 지정학적 지렛대 활용이라는 목적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Q2. 중국이 순수출국에서 순수입국으로 바뀐 이유는 무엇인가요? 자국 내 광석 품위 저하와 환경 규제로 생산이 어려워진 가운데, 방위산업 등 내수 수요를 우선 확보하기 위해 오히려 해외 물량을 사들이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Q3. 이 규제가 일본에 유독 강하게 적용된 이유가 있나요? 2026년 1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일 관계가 급속히 악화되면서, 기존 수출 규제가 한층 더 강화돼 대일 수출량이 사실상 제로로 떨어졌습니다.
Q4. 텅스텐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까요? 신규 광산 개발에 통상 10년 안팎이 걸리는 데다 중국의 정책 기조가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이 낮아, 업계에서는 당분간 높은 가격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Q5. 한국은 이 상황에서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요? 단일 공급원 의존을 낮추기 위한 수입선 다변화, 국내 생산 기반 확대(상동광산 등), 재활용 체계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