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 끊기자 흔들린 일본, 남 일이 아니다
주문은 들어오는데 만들 수가 없다. 2026년 여름, 나가노현의 한 공구업체 사장이 내뱉은 이 한마디가 지금 일본 제조업의 현실을 가장 정확히 보여줍니다. 원료가 없어서가 아닙니다. 있는데 못 구합니다. 중국이 잠근 수도꼭지 하나가 자동차·반도체·방산까지 뻗어 있는 거대한 산업 사슬을 통째로 흔들고 있는 겁니다.
미쓰비시머티리얼은 텅스텐 중간재 가격을 기존의 3배 이상으로 올렸습니다. 스미토모전기공업도 공구 가격을 최대 1.6배 넘게 인상했습니다. 그리고 일부 공구업체는 평소 물량의 30%밖에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습니다. 이건 먼 나라 뉴스가 아닙니다. 텅스텐 한 톨 나지 않는 나라가 첨단 제조업 강국 자리를 지켜온 우리에게도, 정확히 같은 시나리오가 벌어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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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스텐 원료(페로텅스텐) 실물 사진 - 광물백과 |
왜 하필 지금, 일본이 직격탄을 맞았나
시작은 2025년 2월이었습니다. 중국이 이중용도(민수·군수 겸용)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텅스텐 관련 품목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대표적인 텅스텐 원료인 암모늄파라텅스텐산염(APT)의 대일 수출량은 2024년 688톤에서 2025년 158톤으로 70% 넘게 급감했습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시와 관련한 국회 답변을 내놓으면서 중·일 관계가 급속히 냉각됐고, 중국은 2026년 1월 이중용도 품목 수출 규제를 한층 더 강화했습니다. 그 결과 APT 등 대상 품목의 대일 수출량은 사실상 제로(0)로 떨어졌습니다. 경제 논리에 외교적 갈등까지 겹치면서, 텅스텐은 순식간에 정치적 지렛대로 변한 셈입니다.
시점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자원 수출 규제는 대개 서서히 조여드는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이번에는 외교 갈등이라는 트리거가 붙으면서 물량이 '점진적 감소'에서 '완전 차단'으로 순식간에 넘어갔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대체 조달처를 마련할 시간조차 벌지 못한 채 직격탄을 맞은 겁니다.
공구업체부터 반도체까지, 파장은 어디까지 번지나
텅스텐은 경도와 내열성이 워낙 뛰어나 산업용 드릴, 절삭공구, 초경합금 부품에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나가노현의 한 공구업체는 올봄 이후 여러 공급업체로부터 잇따라 주문 제한 통보를 받았고, 현재 확보 가능한 물량은 평소의 약 30%에 그칩니다. 이 업체는 결국 제품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텅스텐 사용량을 줄인 대체 공구를 고객사에 제안하는 궁여지책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공구업계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텅스텐은 자동차·기계 생산, 반도체·전자 배선, 항공우주·방위산업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소재입니다. 초경합금 절삭공구 없이는 정밀 부품 가공 자체가 어렵고, 반도체 공정에서도 텅스텐 배선재 수요는 꾸준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수출 감소분을 단기간에 대체할 공급처가 마땅치 않아, 가격 상승과 조달난이 동시에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일본 정부와 업계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습니다. 일본기계공구공업회는 경제산업성과 손잡고 지난 6월부터 사용이 끝난 텅스텐 함유 공구를 제조업체와 재활용업체가 회수하는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그동안 상당수가 그냥 폐기됐던 공구에서 텅스텐을 재활용하는 방식입니다. 해당 단체의 한 이사는 "텅스텐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이를 소중하게 써야 한다는 기업들의 인식이 이전보다 훨씬 높아졌다"고 전했는데, 이는 자원 무기화가 산업계의 행동 양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일본 텅스텐 조달 위기 타임라인
| 시점 | 내용 | 비고 |
|---|---|---|
| 2025년 2월 | 중국, 이중용도 품목 수출 규제 강화·텅스텐 포함 | APT 대일 수출 688t→158t(전년比 -70%↑) |
| 2026년 1월 | 다카이치 총리 대만 관련 발언 이후 中·日 관계 악화 | 규제 추가 강화, 대일 APT 수출 사실상 0t |
| 2026년 6월 | 미쓰비시머티리얼 텅스텐 중간재 가격 인상 | 기존 대비 3배 이상 |
| 2026년 6월 | 스미토모전기공업 텅스텐 공구 가격 인상 | 품목별 최대 1.6배 이상 |
| 2026년 6월~ | 일본기계공구공업회·경제산업성 재활용 사업 확대 | 폐공구 회수·재활용 체계 구축 |
(수출량·시점 데이터는 중국 세관 통계 및 NHK 보도 기준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한국 산업이 눈여겨봐야 할 지점
일본 사례는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 역시 텅스텐 원료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해 왔고, 초경공구·반도체·방산 등 텅스텐 의존도가 높은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교적 갈등이 자원 공급 중단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걸 일본이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셈입니다.
다행히 한국은 최근 강원도 상동광산이 32년 만에 재가동에 들어가면서 비중국권 텅스텐 공급망 구축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관련 배경은 [광물백과 상동광산 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함께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다만 상동광산이 본격적인 상업 생산 궤도에 오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한 만큼, 일본처럼 재활용 체계를 조기에 구축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는 병행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초경공구·반도체 업계는 원료 재고 정책과 대체 소재 연구를 동시에 검토할 시점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공통된 목소리입니다.
FAQ
Q1. 왜 중국이 일본에 대한 텅스텐 수출을 완전히 막았나요? 2025년 2월 이중용도 품목 수출 규제 강화로 시작해, 2026년 1월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관련 발언 이후 중·일 관계가 급속히 악화하며 규제가 한층 강화됐습니다. 그 결과 대일 APT 수출량이 사실상 제로로 떨어졌습니다.
Q2. 일본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요? 미쓰비시머티리얼과 스미토모전기공업은 제품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했고, 일본기계공구공업회는 경제산업성과 함께 폐공구 회수·재활용 사업을 확대하며 원료 부족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Q3. 텅스텐 사용량을 줄인 대체 공구가 가능한가요? 일부 공구업체는 제품 강도를 유지하면서 텅스텐 함량을 줄인 공구를 제안하고 있지만, 완전한 대체는 어렵고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Q4.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나요? 한국 역시 텅스텐 원료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사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습니다. 다만 상동광산 재가동으로 국내 생산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은 차별화되는 요소입니다.
Q5. 텅스텐 재활용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나요? 단기적으로 조달난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는 있지만, 재활용만으로 신규 수요 전체를 충당하기는 어렵습니다. 신규 광산 개발·수입선 다변화와 병행돼야 한다는 게 업계 시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