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째 전쟁 예언하는 텅스텐 광산

태즈메이니아의 작은 광산이 전쟁을 예언해왔다

선물 계약도 없고, 선도 가격 곡선도 없고, 중국 밖에서는 경제성 있는 공급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시장. 그런데도 100년 넘게 정확히 전쟁을 예측해온 시장이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블룸버그 오피니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피클링이 최근 이 이상한 시장을 취재하러 간 곳은 호주도 아닌, 그 아래 작은 섬 태즈메이니아였습니다. 목적지는 돌핀 광산. 전쟁이 다가올 때만 문을 열고, 평화가 찾아오면 다시 잠드는 광산입니다.


100년간 전쟁 시기마다 개광과 폐광을 반복한 텅스텐 광산의 역사
돌핀 광산 100년 개폐광 역사 - 광물백과

왜 하필 지금, 블룸버그가 이 광산을 찾았나

2026년 8월 3일 공개된 블룸버그의 팟캐스트 '오드 랏츠'에서, 피클링은 텅스텐 채굴을 "전쟁을 예측하는 100년 된 시장"이라 표현했습니다. 그가 최근 기고문에서 쓴 표현을 빌리면, 텅스텐은 "국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슈퍼 원소"입니다. 상업적 시장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이지만, 밀도와 녹는점이 워낙 높아 전쟁 물자 제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설명입니다.

이 취재의 출발점은 가격 그래프였습니다. 텅스텐 시장은 2022년 초 건조중량톤(dmtu) 기준 약 300달러였던 가격이 2026년 중반 3,000달러를 넘어서며, 4년 만에 10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이 급등의 배경에는 중국의 수출 통제와 함께, 전쟁이라는 것 자체에 대한 전략적 재평가가 있다는 게 피클링의 진단입니다. 걸프전 이후 자리 잡았던 "기술이 발전하면 소모전은 낡은 개념이 된다"는 믿음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완전히 깨졌고, 이것이 텅스텐의 전략적 중요성을 다시 끌어올렸다는 겁니다.

1917년 문을 열고, 냉전이 끝나자 버려진 광산

피클링이 찾아간 돌핀 광산의 역사는 그 자체로 한 편의 전쟁사입니다. 이 광산은 1917년,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처음 문을 열었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자 곧바로 문을 닫았습니다. 1938년 2차 세계대전의 그림자가 드리우자 다시 문을 열었고, 이후 한국전쟁 덕분에 기사회생했습니다. 그러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발사 충격 이후 우주 경쟁 국면에서는 거의 죽다 살아났고, 베트남전 시기에는 근근이 명맥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냉전이 끝나자 완전히 버려졌습니다.

이 패턴을 다시 읽어보면 소름 끼치도록 정확합니다. 세계가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군사적 긴장 국면에 접어들 때마다 이 광산은 깨어났고, 평화가 찾아오면 다시 잠들었습니다. 피클링은 이를 두고,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가 사람들이 전쟁이 현실적인 가능성이라는 감각을 갖게 되면 실제로 텅스텐에 돈을 걸었다는 점에서, 이 시장이 실제로 예측시장처럼 작동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 광산은 총 약 7,7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아 다시 재가동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마존이 네 시간 만에 쓰는 비용 정도에 불과한 액수지만, 이 돈이 흘러 들어간다는 사실 자체가 세계가 지금 무엇을 대비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금 대신 텅스텐 — 밀도가 만드는 군사적 가치

텅스텐이 왜 하필 전쟁 물자와 이렇게 깊이 연결되는지는 물성에서 드러납니다. 팟캐스트에서 오간 대화 중 흥미로운 비유가 있습니다. 만약 밀도가 같은 다른 금속을 원한다면 금괴를 사면 되고, 실제로 금 기반 탄약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텅스텐은 금과 맞먹는 밀도를 가지면서도 훨씬 저렴하고, 여기에 극도로 높은 녹는점과 경도까지 더해져 관통탄이나 철갑탄에 최적화된 소재가 되기 때문입니다.

군사적 용도를 넘어선 수요처도 있습니다. 터빈 블레이드가 대표적입니다. 제트 엔진 터빈은 물론,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이나 LNG 압축기에 쓰이는 가스터빈에서도 텅스텐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합금 중 최대 10%까지 텅스텐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심지어 일부 AI 반도체 칩에도 텅스텐이 쓰인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경우 사용량 자체는 극히 미미한 수준입니다. 칩 제조에 들어가는 원자재 자체가 칩 크기만큼이나 작기 때문입니다.

중국 밖에서 생산을 지속하기 어려웠던 100년

이 팟캐스트에서 피클링이 던진 또 하나의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왜 지난 100년 동안 중국 밖에서 텅스텐 생산을 지속하기가 그렇게 어려웠을까요. 돌핀 광산의 반복된 개광과 폐광 이력 자체가 이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전쟁이나 그에 준하는 위기 상황에서만 반짝 수요와 투자가 몰리고, 위기가 지나가면 가격이 무너지면서 서방의 생산 기반이 다시 무너지는 패턴이 한 세기 동안 반복됐습니다. 중국은 이 사이클과 무관하게 꾸준히 생산을 이어가면서 지금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쌓아올릴 수 있었던 셈입니다.

지금 돌핀 광산이 다시 깨어나고, 앞서 이 시리즈에서 다룬 영국 헤머돈이나 한국 상동광산처럼 서방 곳곳의 텅스텐 프로젝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현상은, 이 오래된 사이클이 또 한 번 반복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그 배경에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징되는 소모전의 부활, 그리고 중국의 노골적인 자원 무기화라는 훨씬 구조적인 압력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반짝 수요'와는 성격이 다를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돌핀 광산이 예언해온 전쟁의 역사

시점 돌핀 광산 상태 연계된 역사적 사건
1917년 개광 1차 세계대전
1차대전 종전 직후 폐광 전쟁 종료로 수요 소멸
1938년 재가동 2차 세계대전 임박
한국전쟁 시기 기사회생 한국전쟁 특수
스푸트니크 발사 이후 거의 폐광 위기 냉전 우주경쟁 국면 전환
베트남전 시기 명맥 유지 베트남전 수요
냉전 종식 이후 완전 폐광 군사적 긴장 완화
2022년~2026년 재가동 추진(약 7,700만 달러 투자)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수출통제
가격 변화(2022년 초→2026년 중반) dmtu당 약 300달러→3,000달러 이상 약 10배 상승

(내용은 블룸버그 오드 랏츠 팟캐스트(2026년 8월 3일), 관련 보도를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예측시장이 지금 보내는 신호

이 이야기가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역사적 일화이기 때문만이 아닙니다. 만약 텅스텐 시장이 정말로 100년 동안 전쟁을 예측해온 시장이라면, 지금 이 시장이 보내는 신호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습니다. 태즈메이니아의 낡은 광산에 다시 돈이 몰리고, 영국 헤머돈과 한국 상동광산이 거의 동시에 재가동에 들어가며, 미국이 국방물자생산법까지 동원해 텅스텐 스크랩 수출을 막는 지금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이 오래된 예측시장이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게 경보음을 울리고 있다는 뜻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해석에는 신중함이 필요합니다. 상관관계가 곧 인과관계는 아니며, 이번 가격 급등에는 중국의 정책적 수출 통제라는 명백한 인위적 요인도 함께 작용하고 있습니다. 순수하게 "시장이 전쟁을 예언한다"는 서사만으로 모든 걸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이 시리즈에서 다뤄온 상동광산 재가동, 미국의 스크랩 봉쇄, 카자흐스탄을 둘러싼 미중 경쟁, 그리고 2차대전 당시의 볼프람 전쟁까지, 이 모든 이야기가 결국 하나의 큰 그림 안에서 서로 연결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관련 배경은 [광물백과 볼프람 전쟁 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함께 읽어보시면, 100년을 관통하는 이 패턴이 더 선명하게 보일 겁니다.

금과 밀도가 같은 텅스텐, 그리고 관통탄에 쓰이는 텅스텐 단면 비교
텅스텐과 금의 밀도 비교 및 군사적 활용 - 광물백과

FAQ

Q1. 돌핀 광산은 지금 어디에 있는 광산인가요? 호주 태즈메이니아 인근의 작은 섬에 위치한 텅스텐 광산으로, 1917년부터 전쟁과 평화의 사이클에 따라 반복적으로 개광과 폐광을 겪어온 곳입니다.

Q2. 텅스텐이 "전쟁 예측시장"으로 불리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선물 계약이나 표준화된 파생상품 시장이 없는 상황에서도, 전쟁 가능성이 커질 때마다 투자자들이 실제 자금을 텅스텐 채굴에 투입해온 역사적 패턴이 100년 넘게 반복돼 왔기 때문입니다.

Q3. 왜 하필 텅스텐이 전쟁 물자에 이렇게 중요한가요? 금과 맞먹는 밀도를 가지면서도 훨씬 저렴하고, 여기에 매우 높은 녹는점과 경도까지 더해져 관통탄이나 철갑탄처럼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무기 제조에 최적화된 물성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Q4. 텅스텐은 군사용으로만 쓰이나요? 아닙니다. 제트 엔진이나 가스터빈의 터빈 블레이드, 일부 AI 반도체 칩 등 민간 산업에도 쓰이지만, 이런 민간 수요는 전쟁 물자 수요에 비해 시장을 흔드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입니다.

Q5. 지금의 텅스텐 가격 급등도 "전쟁 예측"의 신호로 볼 수 있나요? 그런 해석이 있지만, 이번 급등에는 중국의 수출 통제라는 명백한 정책적 요인도 함께 작용하고 있어 순수하게 전쟁 예측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신중한 시각도 함께 존재합니다.



막시

쉽고 정확하게 전하는 블로거, MAKSI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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