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보다 뜨거운 곳에서, 텅스텐이 벽을 지킨다
1억도. 태양 중심부보다도 뜨거운 온도입니다. 이 정도 열기를 견뎌내야 하는 벽이 있다면 어떤 소재를 써야 할까요. 답은 이번에도 텅스텐이었습니다. 대전에 있는 한국의 인공태양, KSTAR가 내벽을 텅스텐으로 갈아 끼운 뒤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를 50초 가까이 유지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관통 탄두와 초경공구, 반도체 배선재를 오가던 이 금속이 이번엔 핵융합이라는 인류의 가장 야심 찬 에너지 실험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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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STAR 텅스텐 디버터와 플라즈마 개념도 - 광물백과 |
왜 하필 지금, 디버터가 텅스텐으로 바뀌었나
KSTAR는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의 줄임말로, 태양처럼 원자핵을 융합시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연구하는 도넛 모양의 실험로입니다. 태양이 거대한 중력으로 원자핵을 붙잡아 두는 반면, 지구에서는 이만한 중력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강력한 자기장으로 플라즈마를 가두는 방식을 씁니다. 문제는 이 플라즈마가 워낙 고온이라, 장치 내벽 중에서도 플라즈마와 가장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부품인 '디버터'가 극한의 열충격을 견뎌내야 한다는 점입니다.
원래 KSTAR의 디버터는 흑연(그래파이트) 소재였습니다. 그런데 운전 시간을 늘리려면 더 오래, 더 뜨거운 열을 견디는 소재가 필요했습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2018년부터 디버터 소재 개발에 나서, 2023년 12월 기존 탄소보다 열속 한계치가 높은 텅스텐으로 디버터를 전량 교체하는 작업을 완료했습니다. 텅스텐이 선택된 이유는 명확합니다. 3,422℃라는 압도적인 녹는점, 뛰어난 열전도도와 인장강도, 낮은 방사화 특성까지, 초고온·초고에너지 환경에서 이보다 나은 후보를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30초에서 48초, 그리고 50초를 향한 도전
디버터 교체 효과는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KSTAR는 2021년 11월 1억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를 30초 동안 유지하며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운 바 있습니다. 흑연 디버터로 낼 수 있는 성능은 여기까지였습니다. 텅스텐 디버터로 교체한 뒤인 2024년 2~3월 진행된 첫 실험에서는 1억도 초고온 플라즈마 48초, H-모드 운전 102초라는 새로운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이후 목표는 50초로 설정됐고, 실제로 1억도 플라즈마를 50초 가까이 유지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숫자들이 왜 중요한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관계자는 300초 지속 운전에 성공한다는 것이 핵융합에너지를 24시간 가동한다는 의미이자 상용화 가능성을 높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즉 KSTAR의 중장기 목표는 2026년까지 1억도 플라즈마를 300초까지 늘리는 것이며, 지금의 48~50초 기록은 그 여정의 중간 지점에 해당합니다. 장시간 초고온을 견뎌야 하는 만큼, 디버터의 내열 성능이 이 목표 달성의 핵심 관건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완벽하지 않은 소재 — 텅스텐이 남긴 숙제
다만 텅스텐 디버터가 만능은 아니었습니다. 텅스텐 덕분에 1억도 플라즈마 48초 유지라는 성과를 낼 수 있었지만, 부작용으로 텅스텐 입자가 플라즈마 안에 불순물로 섞여 들어가 성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플라즈마는 극도로 순수한 상태를 유지해야 핵융합 반응 효율이 높아지는데, 디버터 표면에서 미세하게 떨어져 나온 텅스텐 원자가 이 순도를 떨어뜨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생긴 겁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연구본부장은 이런 배경에서 무작정 운전 시간만 늘리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짚었습니다. 300초 달성 실험은 한 번 운전하면 장치를 오래 쉬어야 하는 부담이 있는 반면, 50초 정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연구적으로 더 큰 의미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에는 시간 연장보다 플라즈마의 밀도·전류 등 종합적인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연구의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텅스텐이라는 소재 하나가 성능 향상과 새로운 기술적 난제를 동시에 가져온 셈입니다.
KSTAR 텅스텐 디버터, 성과 타임라인
| 시점 | 내용 |
|---|---|
| 2018년 | 디버터 소재 개발 착수(탄소 대체재 연구) |
| 2021년 11월 | 흑연 디버터로 1억도 플라즈마 30초 유지(당시 세계 최장) |
| 2023년 12월 | 디버터 전량 텅스텐 소재로 교체 완료 |
| 2024년 2~3월 | 텅스텐 디버터 첫 실험, 1억도 플라즈마 48초·H-모드 102초 달성 |
| 이후 실험 | 1억도 플라즈마 50초 근접 유지, 불순물 혼입 문제 확인 |
| 2026년 목표 | 1억도 플라즈마 300초 유지(24시간 상시 가동의 전제 조건) |
(내용은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헬로디디, ZDNet Korea, 나무위키 등 국내 보도를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자원안보를 넘어, 텅스텐의 또 다른 얼굴
지금까지 광물백과에서 다뤄온 텅스텐 이야기는 대부분 수출 규제, 가격 폭등, 광산 재가동처럼 자원안보와 지정학의 언어로 쓰여 있었습니다. 하지만 KSTAR 사례는 완전히 다른 결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텅스텐이 국가 간 패권 다툼의 카드일 뿐 아니라, 인류가 청정에너지의 미래를 그리는 실험실 한복판에서도 없어서는 안 될 소재라는 사실입니다.
이 지점에서 흥미로운 교차점이 하나 생깁니다. 핵융합 상용화가 가까워질수록 디버터용 고순도 텅스텐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금은 방산·반도체 수요가 텅스텐 가격을 밀어 올리는 주된 동력이지만, 앞으로는 여기에 핵융합 에너지 산업이라는 새로운 수요처가 추가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상동·쌍전광산 재가동으로 국내 생산 기반을 갖추려는 노력이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입니다. 관련 배경은 [광물백과 상동광산 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함께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FAQ
Q1. KSTAR는 정확히 어떤 장치인가요? 한국형 초전도 핵융합연구장치로, 태양처럼 원자핵을 융합시켜 에너지를 만드는 핵융합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강력한 자기장으로 초고온 플라즈마를 가두는 도넛 모양의 실험 설비입니다.
Q2. 디버터는 왜 텅스텐으로 바뀌었나요? 플라즈마와 가장 직접 접촉하는 부품인 디버터는 극한의 열충격을 견뎌야 하는데, 기존 흑연보다 텅스텐이 훨씬 높은 열속 한계치와 녹는점(3,422℃)을 가지고 있어 장시간 운전에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Q3. 1억도를 50초 유지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플라즈마 유지 시간이 늘어날수록 핵융합 에너지의 상용화 가능성이 커집니다. 최종 목표인 300초를 달성하면 24시간 상시 가동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갖습니다.
Q4. 텅스텐 디버터에는 어떤 부작용이 있나요? 텅스텐 입자가 플라즈마 안에 불순물로 섞여 들어가면서 핵융합 반응 효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가 확인됐습니다.
Q5. 핵융합 산업 성장이 텅스텐 시장에도 영향을 줄까요? 아직은 초기 연구 단계이지만, 핵융합 상용화가 진전될 경우 디버터용 고순도 텅스텐 수요가 새롭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장기적으로 주목할 만한 변수로 꼽힙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