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1월, 희토류 휴전이 끝나면 세계는 다시 멈춘다

작년 10월, 워싱턴과 베이징 사이에 조용한 협정 하나가 체결됐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진 못했지만, 전 세계 반도체·전기차·방산 공장의 생산라인을 살려낸 결정적 한 줄이었다. 중국이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 수출 통제를 1년간 유예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유예는 정확히 2026년 11월에 끝난다. 시계는 이미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고, 정작 이 사실을 체감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숫자로 보면 상황은 더 선명해진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정제 능력의 60~90%를 장악하고 있다. 채굴이 아니라 '정제'다. 원석을 캐는 나라는 여럿이지만, 그것을 산업에 쓸 수 있는 순도로 가공할 수 있는 나라는 사실상 중국뿐이라는 뜻이다. 이 비대칭이 지난 10여 년간 글로벌 공급망의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어 왔고, 2025년 4월 관세 보복성 수출 제한 조치 당시 그 취약함이 실제로 드러났다.

희토류 정제 공장의 야간 전경과 글로벌 공급망 경로를 형상화한 산업 이미지
희토류 정제 공정과 글로벌 공급망

왜 '휴전'이지 '해법'이 아닌가

이번 미중 합의는 근본적인 구조를 바꾼 것이 아니라 시한을 미룬 것에 가깝다. 미·중 비즈니스 협의회가 2026년 6월 발표한 보고서는 라이선스 발급 지연 등으로 일부 희토류 확보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했을 정도다. 이 여파로 미국 기업의 75%가 새로운 공급원을 찾아 나섰다는 통계도 함께 제시됐다.

"정제 능력의 독점은 채굴권보다 훨씬 강력한 무기다. 광산은 여러 나라에 있지만, 제련소는 몇 곳에만 있다."

이 한 문장이 왜 지금 전 세계가 '탈중국 정제 인프라' 구축에 사활을 거는지를 설명해준다.

미국의 대응: FORGE와 우방국 동맹

2026년 2월 4일, 워싱턴에서 첫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가 열렸다. 여기서 미국 국무부는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을 창설한다고 발표했다. 2022년 출범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한 단계 확장한 협의체다. 이 회의에서 미국은 아르헨티나, 페루, 필리핀, 기니, 우즈베키스탄 등 리튬·구리·니켈·보크사이트·텅스텐 주요 공급국들과 새 프레임워크 및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멕시코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구체적인 액션플랜까지 마련했다.

호주와는 채굴부터 정제,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협력체계를 별도로 구축했고, 여기에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와 금융지원이 포함되어 있다. 방향은 명확하다. 정제 병목을 우방국 네트워크로 우회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은 이 구도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다

배터리 3사를 비롯한 국내 첨단산업은 여전히 특정 소재의 상당 부분을 중국산 정제 원료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호주 프레임워크와 같은 양자 협력체계가 속속 만들어지는 지금, 한국이 이 자원동맹 지도 위에서 어떤 좌표를 차지할지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11월 유예 종료 이후 수출 통제가 재개된다면, 그 충격은 반도체 공정용 희토류 자석 소재부터 방산용 텅스텐 합금까지 폭넓게 번질 수 있다.

문제는 속도다. 정제 인프라는 하루아침에 지어지지 않는다. 신규 제련소 하나를 가동하는 데 통상 3~5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금의 유예 기간은 '해결'을 위한 시간이 아니라 '버티기'를 위한 시간에 가깝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세 가지

먼저 2026년 11월 유예 종료 시점에 중국이 실제로 통제를 재개할지, 재연장할지가 최대 변수다. 다음으로 FORGE 체제 하에서 신규 프레임워크가 얼마나 빠르게 실제 생산량으로 이어지는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국내 기업들이 재활용·도시광산 같은 대체 경로를 통해 의존도를 얼마나 낮출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세 가지 축이 맞물리며 2026년 하반기 자원 시장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희토류 수출 통제 유예는 정확히 언제 끝나나요? 2025년 10월 미중 정상 간 합의에 따라 1년간 유예됐으며, 종료 시점은 2026년 11월입니다.

Q2. 중국이 희토류 '채굴'이 아니라 '정제'를 장악했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원석을 캐내는 광산은 여러 나라에 분산되어 있지만, 이를 산업용 순도로 가공하는 정제·제련 설비는 전 세계 물량의 60~90%가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Q3. FORGE는 어떤 조직인가요? 2026년 2월 미국 국무부가 창설한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으로, 2022년 출범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확대한 다자 협력체입니다.

Q4. 한국 기업은 어떤 대비를 하고 있나요? 배터리·반도체 업계를 중심으로 공급처 다변화와 재활용 기술 투자가 진행 중이지만, 정제 인프라의 근본적 대체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Q5. 유예가 재연장될 가능성은 없나요? 협정이 양국의 상호 이해관계에 기반한 만큼 재연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정제 인프라 독점이라는 근본 구조가 유지되는 한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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