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 557% 폭등, 반도체가 밀렸다

 

1년 만에 557% 폭등, 반도체 공장에서 사라진 텅스텐의 행방

1년 전 1미터톤당 340달러 선이던 텅스텐 가격이 2,250달러를 넘어섰다. 상승률로 따지면 557%. 같은 기간 금값이 47%, 구리가 25% 오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상승 폭이다. 그런데 이 급등의 원인을 들여다보면 흔한 '수요 급증' 스토리가 아니다.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반도체 공장으로 가야 할 텅스텐 물량이, 총알과 미사일을 만드는 공장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이다.

어두운 메탈릭 회색과 갈흑색 줄무늬 표면에 광택을 띠는 텅스텐 원석 철망간중석 결정의 고화질 접사 실물 사진
텅스텐 원석(Wolframite) 매크로 실물 표본

왜 하필 지금, 텅스텐인가

텅스텐은 금속 원소 중 밀도가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이 물성 하나로 두 개의 완전히 다른 산업이 동시에 이 금속을 원한다. 반도체 공정에서는 미세 회로의 배선과 확산 방지막을 만드는 데 쓰이고, 방위산업에서는 장갑차 관통 무기의 철갑탄 심금, 미사일 안정화 장치, 탄두처럼 '무겁고 단단해야 하는' 부품에 필수적으로 들어간다. 평소라면 두 산업이 각자 필요한 만큼 나눠 쓰며 공존해왔지만, 최근 중동을 비롯한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되면서 균형이 깨졌다.

"반도체로 향하던 텅스텐 물량이 무기 제조로 옮겨 가면서, 텅스텐 공급이 부족해지고 있다."

군수 물자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제한된 텅스텐 원료가 방산 쪽으로 먼저 흡수되고, 반도체 업계는 그 남은 물량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만들어진 것이다.

중국의 수출 통제라는 두 번째 파도

여기에 또 하나의 변수가 겹친다. 전 세계 텅스텐 생산의 약 75~78%를 담당하는 중국이 자국 산업 보호와 자원 무기화 전략의 일환으로 이중용도(군수·민수 겸용) 품목 수출을 제한하고 나섰다. 실제로 중국산 페로텅스텐 가격은 2025년 2월 킬로그램당 43.59달러에서 2026년 2월 181.75달러로 300% 이상 뛰었다. 수요 폭증과 공급 통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이중으로 쌓인 셈이다.

파장은 반도체 공정 소재로도 곧장 번졌다. 육불화텅스텐(WF6)은 반도체 배선 공정에 쓰이는 핵심 가스인데, 이 가스를 공급하던 일본의 주요 업체 두 곳이 원료난을 이유로 생산을 아예 영구 중단하겠다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고객사에 통보했다. 원료 부족이 완제품 공급망까지 흔든 사례다.

국내 산업이 마주한 두 갈래 시나리오

이런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셈법은 정반대로 갈린다. 반도체 제조사 입장에서는 원가 부담이 커지는 악재지만, 텅스텐 원료를 직접 다루는 소재 기업 입장에서는 오히려 반사이익의 기회가 열린다. 실제로 국내 육불화텅스텐 제조사들은 올해 계약 가격을 70~90% 인상하겠다고 고객사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급이 막힌 쪽에서는 비명이 나오고, 대체 공급망을 쥔 쪽에서는 웃음이 나오는 전형적인 자원 무기화의 그림자다.

강원도 상동광산, 다시 조명받는 이유

이 흐름 속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는 곳이 강원도 영월 상동광산이다. 한때 세계 최대급 텅스텐 매장량을 자랑했지만 경제성 문제로 오랜 기간 휴광 상태였던 이 광산이, 알몬티 대한중석의 손을 거쳐 서방 국가들의 '공급망 구세주'로 재조명되고 있다. 알몬티는 이미 미국 방산 계약업체 및 이스라엘 기업과 공급 계약을 체결해 미사일과 드론 등 첨단 무기 체계용 텅스텐 산화물을 매달 최소 40톤 이상 공급하기로 확약한 상태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영월 현지에는 연간 4,000톤 규모의 고순도 산화텅스텐 가공 공장이 세워지고 있는데, 이는 '광산 채굴 → 정제 → 첨단소재 가공'으로 이어지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하겠다는 포석이다. 원광만 캐내던 시대에서 벗어나,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와 배터리 첨가제, 우주항공용 특수 합금까지 부가가치 높은 최종재를 국내에서 만들어내겠다는 전략이다.

어두운 지하 텅스텐 광산 갱도에서 안전모와 조명을 착용한 광부들이 암벽을 드릴링하며 작업하는 생생한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현장 사진
지하 텅스텐 광산 채굴 작업 현장

앞으로 지켜봐야 할 흐름

신규 광산 개발이나 생산 확대가 대안으로 꼽히지만, 인허가와 설비 건설에는 수년이 걸린다는 게 현실적인 제약이다. 소규모 수공 채굴 물량이 다소 늘어난다 해도 전체 시장의 6% 수준에 그쳐 큰 흐름을 뒤집기는 어렵다. 방산과 반도체라는 두 축의 수요가 동시에 탄탄한 만큼, 가격 강세는 단기간에 꺾이기보다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결국 관건은 상동광산 같은 대안 공급처가 얼마나 빠르게 실제 생산량으로 전환되느냐에 달려 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텅스텐 가격이 왜 이렇게 급등했나요? 군사적 긴장 고조로 방산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용으로 향하던 물량이 무기 제조로 옮겨간 데다, 세계 생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이 수출 통제에 나서면서 공급까지 줄어든 이중 압박 때문입니다.

Q2. 텅스텐이 반도체와 방산에서 각각 어떻게 쓰이나요? 반도체 공정에서는 미세 배선과 확산 방지막 소재로, 방산에서는 밀도가 높다는 특성을 살려 장갑 관통탄, 미사일 안정화 장치, 탄두 등에 사용됩니다.

Q3. 육불화텅스텐(WF6) 공급 중단은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반도체 배선 공정의 핵심 가스인 만큼, 주요 공급사의 생산 중단은 국내외 반도체 제조사의 원가 상승과 공급 불안정으로 직결됩니다.

Q4. 국내 기업 중 이 상황의 수혜를 보는 곳은 어디인가요? 육불화텅스텐을 직접 생산하는 국내 소재 기업들은 가격 인상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이며, 강원도 상동광산을 운영하는 알몬티 대한중석은 해외 방산기업과의 공급 계약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Q5. 텅스텐 가격 강세는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신규 광산 개발과 설비 확충에 수년이 소요되는 구조적 특성상, 방산과 반도체 양쪽의 수요가 유지되는 한 단기간에 가격이 꺾이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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