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금속을 섞으면 더 강해진다? MoW 합금의 반전, 왜 섞으면 더 셀까

두 금속을 섞으면 성능이 둘의 평균쯤 되겠거니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몰리브덴과 텅스텐을 합금하면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진다. 한 특허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텅스텐 함량 20~95원자%로 조성한 Mo-W 박막의 비저항이 40μΩcm 이하로 나타났는데, 이는 몰리브덴 단독 박막이나 텅스텐 단독 박막보다도 낮은 수치였다. 순수한 두 금속보다 섞었을 때 오히려 전기가 더 잘 통한다는 뜻이다. 이런 반직관적인 현상이 왜 일어나는지, 그리고 이 합금이 왜 반도체 공장의 진공 챔버 안에서 조용히 몸값을 높이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반도체 공장 진공 챔버 내부에서 몰리브덴과 텅스텐 합금 소재를 이용해 웨이퍼 상에 초저저항 박막을 증착하는 정밀 제조 생산 현장 사진
반도체 진공 챔버 내 Mo-W 합금 박막 증착 공정 현장

왜 하필 몰리브덴과 텅스텐인가

주기율표에서 몰리브덴과 텅스텐은 같은 6족에 속한다. 화학적 성질이 닮은 형제 금속이라는 뜻이다. 텅스텐은 금속 중에서도 손꼽히는 녹는점(3,422도)과 경도를 자랑하지만 무겁고 가공하기 까다롭다. 몰리브덴은 녹는점(2,623도)이 조금 낮은 대신 밀도가 텅스텐의 절반 수준이라 상대적으로 다루기 쉽고 연성도 좋다.

이 둘을 특정 비율로 합금하면 개별 금속의 단점은 줄어들고 장점은 살아난다. 높은 융점과 뛰어난 열 안정성은 유지하면서, 경도와 내마모성은 오히려 향상되는 식이다. 재료공학에서는 이를 '고용체 강화' 현상으로 설명하는데, 서로 다른 원자 크기의 금속이 섞이면서 격자 구조에 미세한 뒤틀림이 생기고, 이 뒤틀림이 전자와 원자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어 저항이나 강도 같은 물성을 순수 금속과는 다른 방향으로 바꿔놓는다.

스퍼터링 타겟, 이 합금이 진짜로 쓰이는 곳

MoW 합금이 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형태는 '스퍼터링 타겟'이다. 여기서 잠깐, 스퍼터링이 뭔지부터 짚고 가자.

진공 챔버 속 원자 단위의 도장 작업

스퍼터링은 진공 챔버 안에서 아르곤 이온을 고체 금속판(타겟)에 강하게 충돌시켜, 그 충격으로 튕겨 나온 금속 원자를 웨이퍼나 유리기판 위에 얇게 쌓는 공정이다. 페인트를 뿌리는 게 아니라, 원자 단위로 표면에 막을 입히는 정밀 코팅이라고 보면 이해가 빠르다. 이때 타겟 소재로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만들어지는 박막의 전기적·기계적 성질이 완전히 달라진다.

MoW 타겟을 사용하면 고온에 강하고 치밀한 박막이 만들어지는데, 이 특성 때문에 크게 세 분야에서 쓰임새가 갈린다.

반도체 확산 차단층

칩 내부의 미세 배선에는 구리나 알루미늄처럼 전도성은 좋지만 주변 실리콘으로 쉽게 퍼져나가는(확산되는) 금속이 쓰인다. 이 확산을 막아주는 얇은 '방벽막'이 없으면 회로가 오작동하거나 소자 수명이 급격히 줄어든다. MoW 박막은 이 방벽막 역할에 적합한 후보로 꼽히는데, 높은 융점 덕분에 후속 공정의 고온 열처리를 버텨내고, 치밀한 결정 구조 덕분에 금속 원자의 침투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박막 트랜지스터(TFT) 전극

터치패널과 LCD 패널 안쪽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백만 개의 트랜지스터가 촘촘히 박혀 있다. 이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소스·드레인 전극에 몰리브덴 계열 합금이 자주 쓰이는데, 낮은 저항과 함께 화학적 식각(에칭) 공정과의 궁합이 좋다는 점이 핵심 이유로 꼽힌다.

초경공구 코팅과 내마모 필름

절삭공구나 정밀 부품 표면에 MoW 계열 경질 코팅을 입히면 표면 경도와 내마모성이 크게 향상된다. 고속 절삭 환경에서 발생하는 마찰열과 충격을 코팅층이 흡수해주는 셈이다.

왜 굳이 '합금'을 만드는가 : 순수 금속의 한계

여기서 자연스럽게 드는 의문이 있다. 몰리브덴이든 텅스텐이든, 순수한 금속 하나만 써도 되지 않을까?

실제로 업계는 오랫동안 순수 텅스텐과 순수 몰리브덴을 각각 다른 용도로 써왔다. 하지만 순수 텅스텐 박막은 원료로 육불화텅스텐(WF6) 가스를 쓰다 보니 증착 후 불소 잔여물이 웨이퍼에 남아 저항값을 높이는 부작용이 있었다. 순수 몰리브덴은 반대로 상온에서 고체 상태라 증착 장비 안에서 균일하게 공급하기가 까다롭다는 점이 발목을 잡아왔다.

MoW 합금 타겟은 이 두 소재의 약점을 서로 상쇄시키는 절충안에 가깝다. 텅스텐 비율을 조절하면 원하는 저항값과 경도를 맞출 수 있고, 합금 상태이기 때문에 개별 원소보다 안정적인 스퍼터링 속도와 필름 균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지질학 연구실 석판 위에 놓인 텅스텐 광석 회중석과 몰리브덴 광석 휘몰리브덴석이 석영 맥 속에 공존하는 천연 광석 실물 표본 사진
텅스텐·몰리브덴 복합 천연 광석 연구 표본

국내 공급망 관점에서 본 MoW

주목할 지점은, 국내 몰리브덴 수입 의존도가 90%를 넘고 텅스텐 의존도도 85%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두 원소가 모두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이 둘을 합금해 만드는 고부가가치 스퍼터링 타겟은 원료 조달부터 완제품 가공까지 전 구간에서 공급망 리스크가 이중으로 겹치는 품목이라 할 수 있다. 국내 소재 기업이 원료 정제 단계부터 합금 조성, 타겟 성형까지 자체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단순한 기술 경쟁력을 넘어 자원 안보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반도체 배선 소재로서 순수 몰리브덴의 양산 적용이 계속 검토되는 가운데, MoW 합금 역시 확산 방지막이나 특수 전극 용도로 조성 비율을 세밀하게 조정하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텅스텐 함량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저항값과 내열성의 균형점이 달라지는 만큼, 앞으로 어떤 조성비가 표준으로 자리 잡을지가 소재 업계의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1. MoW 합금은 몰리브덴과 텅스텐을 몇 대 몇으로 섞나요? 용도에 따라 텅스텐 함량을 다양하게 조정합니다. 한 연구에서는 텅스텐 함량 20~95원자% 범위에서 개별 순수 금속보다 낮은 비저항이 관찰되기도 했으며, 실제 제품은 요구되는 저항값과 경도에 맞춰 비율을 맞춤 설계합니다.

Q2. 스퍼터링 타겟이란 정확히 무엇인가요? 진공 챔버에서 아르곤 이온을 충돌시켜 금속 원자를 웨이퍼나 기판 표면에 얇게 증착시키는 공정에 쓰이는 원판형 금속 소재입니다. 타겟의 성분이 그대로 박막의 재질을 결정합니다.

Q3. MoW 합금은 순수 텅스텐이나 순수 몰리브덴과 비교해 어떤 장점이 있나요? 순수 텅스텐의 불소 잔여물 문제와 순수 몰리브덴의 고체 상태 공급 난이도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어, 저항값과 공정 안정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에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Q4. MoW 합금은 어떤 산업에서 주로 쓰이나요? 반도체 확산 차단층, 디스플레이용 박막 트랜지스터 전극, 초경공구 및 정밀 부품의 내마모 코팅 등에 폭넓게 활용됩니다.

Q5. 국내에서 MoW 관련 소재 기술은 왜 중요한가요? 원료가 되는 몰리브덴과 텅스텐 모두 대중 수입 의존도가 85~90%를 웃도는 상황에서, 합금 및 타겟 가공 기술까지 국산화하면 공급망 리스크를 다층적으로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막시

쉽고 정확하게 전하는 블로거, MAKSI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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