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년 만에 깨어난 상동광산, 그런데 텅스텐은 왜 전량 미국으로 가는가
1년 만에 557% 급등. 유럽시장 기준 텅스텐 중간재 암모늄 파라텅스테이트(APT) 가격이 걸어온 궤적입니다. 같은 시기, 강원도 영월의 폐광이 32년 만에 다시 텅스텐 정광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두 사건은 우연이 아닙니다. 중국이 세계 공급의 80% 이상을 쥔 자원에 수출 빗장을 걸자, 잠들어 있던 한국의 광산이 지정학의 한복판으로 걸어 나온 것이죠. 그런데 정작 이 광산에서 캐낸 텅스텐이 국내 산업으로 흘러가지 않고 전량 해외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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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스텐 원광 - 32년 만에 재가동된 상동광산의 상징 |
상동광산, 32년의 침묵을 깨다
강원 영월군 상동읍의 상동광산은 1916년 노두가 발견된 뒤 1950~1970년대 한국 수출의 절반 이상을 담당할 만큼 위상이 컸던 광산입니다. 하지만 1985년 중국이 텅스텐을 저가에 대량 수출하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5년 만에 반 토막 났고, 결국 1994년 문을 닫았습니다.
그 상동광산이 2026년 7월, 선광장에 원광 투입을 시작하며 판매 가능한 텅스텐 정광 생산에 돌입했습니다. 현재 운영사인 알몬티대한중석은 2026년 1분기 말 기준 평균 WO₃ 품위 0.24~0.35%의 원광 약 13만 9,700톤을 확보한 상태이며, 이는 현재 텅스텐 가격 기준 약 6,800만 달러(약 1,057억 원) 규모에 해당합니다. 향후 2단계 생산 설비 확장을 통해 연간 약 4,600톤 규모의 텅스텐 정광을 생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상동광산의 경쟁력은 숫자로도 확인됩니다. 이곳의 텅스텐 원광 매장량은 약 5,000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10%에 달하는 규모이며 품위 역시 전 세계 평균(0.18%)의 두 배 이상인 0.45~0.50% 수준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완전 가동 시에는 전 세계 텅스텐 공급량의 최대 15%까지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왜 하필 지금인가 — 가격이 말해주는 시장의 공포
상동광산 재가동이 이토록 주목받는 이유는 타이밍에 있습니다. 중국은 텅스텐을 비롯해 텔루륨, 몰리브덴, 비스무트, 인듐 등 전략 금속에 수출 제한 조치와 채굴 쿼터 감축을 잇달아 단행했습니다. 그 결과 중국산 페로텅스텐 가격은 2025년 2월 kg당 43.59달러에서 2026년 2월 181.75달러로 1년 만에 300% 이상 뛰었고, 앞서 언급한 APT 가격 역시 557% 급등했습니다. 여기에 최근 중동 지역 군사 분쟁까지 겹치며 군수용 텅스텐 수요가 늘어난 점도 가격 급등에 기폭제가 됐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 BMO는 광 품위 저하, 환경규제 강화, 신규 광산 투자 부족이라는 구조적 제약이 누적된 가운데 중국의 수출 감소까지 겹치며 2026년에도 공급 부족과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 영국 전략금속 거래업체 CEO는 중국의 수출 제한 이후 시장이 텅스텐 스크랩에 의존해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바닥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습니다.
미국의 그림자 — NDAA 2027과 알몬티의 변신
이 지점에서 미국의 움직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국은 2015년 이후 상업용 텅스텐 채굴을 중단하고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해왔는데, 미 국방부는 오는 2027년부터 미군이 사용하는 무기와 장비에 중국 또는 러시아산 텅스텐 사용을 전면 금지할 예정입니다. 이 법적 압박이 상동광산의 운명을 바꿔놓았습니다. 상동광산을 운영하는 알몬티 인더스트리즈는 지난해 본사를 캐나다에서 미국 몬태나주로 이전하고 나스닥에 상장하는 전략적 행보를 보였으며, 최근에는 미국 방위산업에 산화텅스텐을 공급하는 계약까지 체결했습니다.
미국 언론의 관심도 뜨겁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텅스텐 채굴의 중심에 선 한국의 광산'이라는 제목으로 상동광산 재가동의 의미를 조명했고, 일본 공영방송 NHK 역시 한국산 텅스텐이 첨단산업의 핵심 자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폐광된 한국의 광산 하나가 미·중 자원 패권 경쟁의 상징적 무대가 된 셈입니다.
한국의 자원인데, 왜 한국 산업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비판적 시각이 있습니다. 상동광산에서 캐낸 텅스텐을 가공해 순도 99%의 산화텅스텐으로 만들 경우 그 가치는 최대 4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지만, 이 자원은 현재 계획상 전량 해외로, 그중에서도 대부분 미국으로 수출될 예정입니다. "한국 땅에서 나는 전략 자원이니 국내 첨단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 소유권과 생산물의 향방은 이미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이죠.
이는 상동광산의 지분 구조와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상동광산이 발견된 1916년부터 대한중석이라는 국영기업을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소유권은 이미 캐나다·미국계 기업으로 넘어간 상태입니다. 물론 알몬티 측은 강원도 영월군 첨단소재핵심단지 내에 산화텅스텐 공장을 건설해 국내에 통합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밝히고 있지만, 이는 아직 착공 전 구상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원광 채굴에서 정광 생산까지도 기계류 수입 지연 등으로 당초 계획보다 일정이 여러 차례 순연된 전례가 있는 만큼, 국내 정련·가공 시설까지 실제로 가동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의 실패 사례도 곱씹어볼 대목입니다. 1985년 중국의 저가 공세로 5년 만에 가격이 반 토막 나며 상동광산이 문을 닫았던 역사는, 지금의 가격 급등이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경우 유사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이어집니다. 다만 이번에는 미국 국방수권법이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는 점에서 1994년 폐광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자원안보의 '확보'와 그 자원이 실제로 국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활용'은 별개의 문제라는 점을, 상동광산의 재가동 과정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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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스텐 수출 선적 - 상동광산에서 미국으로 |
지역과 국가, 서로 다른 셈법
이런 복잡한 셈법은 지역 사회의 반응에서도 엿보입니다. 영월군은 2025년 조직 개편을 통해 텅스텐 등 광물자원을 기반으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전담 부서인 전략산업과를 신설했습니다. 지역 입장에서는 광산 재가동이 인구 유입과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길 기대하는 것이죠. 반면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초기 계획이 다소 과감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광산 개발 특성상 일정이 순연되는 경우가 흔하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갱도 굴착에는 5년에 걸쳐 5톤 트럭 6만 3천 대 분량의 폐석과 원석 처리가 필요했을 만큼, 광산 하나를 재가동하는 데는 상상 이상의 시간과 자본이 투입됩니다.
결국 상동광산이 보여주는 것은 자원안보를 둘러싼 여러 이해관계자의 시선이 결코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국가 차원에서는 동맹국과의 공급망 연대라는 전략적 가치가 크지만, 정작 그 자원이 국내 첨단산업의 원가 경쟁력으로 직결되기까지는 가공 시설 구축이라는 또 다른 산을 넘어야 합니다. 32년 만의 재가동이 진짜 '해피엔딩'이 될지는, 이 다음 단계에서 갈릴 가능성이 큽니다.
FAQ — 상동광산과 텅스텐 공급망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상동광산은 언제부터 텅스텐 정광 생산을 시작했나요? 2026년 7월, 선광장에 원광 투입을 시작하며 판매 가능한 텅스텐 정광 생산에 돌입했습니다. 앞서 1994년 문을 닫은 지 32년 만입니다.
Q2. 상동광산에서 생산된 텅스텐은 국내 산업에 쓰이나요? 현재 계획상으로는 미국 등 동맹국과의 장기 공급계약을 통해 대부분 해외로 수출될 예정이며, 국내 산화텅스텐 가공 공장은 아직 구상·계획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Q3. 텅스텐 가격이 왜 이렇게 급등했나요? 중국의 이중용도 품목 수출제한과 채굴 쿼터 감축, 여기에 광 품위 저하와 환경규제 강화 같은 구조적 요인, 그리고 최근 중동 지역 군사 분쟁으로 인한 수요 증가가 겹치며 1년 새 300~500%대 급등이 나타났습니다.
Q4. 미국의 텅스텐 관련 규제는 어떤 내용인가요? 미 국방수권법(NDAA)에 따라 2027년부터 미군이 사용하는 무기와 장비에 중국 또는 러시아산 텅스텐 사용이 전면 금지될 예정입니다.
Q5. 상동광산은 왜 다시 문을 닫을 위험이 없다고 보나요? 1994년 폐광은 중국의 저가 공세라는 시장 요인 때문이었지만, 이번에는 미국의 법적 수입 금지 조치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 과거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시각이 있습니다. 다만 장기적인 가격 안정성은 여전히 지켜봐야 할 변수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