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대신 텅스텐, 북한의 새로운 외화벌이
7배. 2026년 상반기 북한이 중국에 수출한 텅스텐 정광이 1년 전보다 늘어난 배수입니다. 한때 북한의 최대 수출 품목이었던 석탄은 유엔 제재로 막힌 지 오래인데, 그 빈자리를 텅스텐이 채우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거래가 불법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제사회의 촘촘한 대북 제재망 속에서, 텅스텐이라는 광물 하나가 어떻게 합법적인 통로로 남게 됐을까요.
![]() |
| 텅스텐 광산 채굴 작업 현장 - 광물백과 |
왜 하필 지금, 텅스텐이 북한의 효자 품목이 됐나
이야기는 제재 목록의 빈틈에서 시작됩니다. 유엔 안보리는 결의 2371호와 2397호 등을 통해 북한산 석탄, 철, 납, 구리, 아연 등 주요 광물의 수출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2016년 한 해에만 2,260만 톤, 12억 달러어치를 수출했던 석탄 산업은 2017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4형 발사 이후 채택된 결의 2371호로 사실상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북한은 선박자동식별장치를 끄고 공해상에서 물자를 옮겨 싣거나, 원산지 서류를 위조해 '러시아산 석탄'으로 둔갑시키는 방식으로 불법 밀수를 이어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음성적인 통로였습니다.
그런데 텅스텐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채굴량이 적고 특수 광물로 분류돼 있다는 이유로, 텅스텐은 애초에 이 제재 목록에서 빠져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 텅스텐을 파는 것은 국제법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 합법적인 거래입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북한 입장에서는 텅스텐이 제재를 피해가면서도 안정적으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광물 수출 창구로 떠올랐습니다.
40여 개 광산과 만년광산, 북한 텅스텐의 뿌리
북한에는 약 40여 개의 텅스텐 광산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이 만년광산입니다. 이 광산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일제강점기와 만나게 되는데, 일제강점기 텅스텐 총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했던 황해도 곡산군의 백년광산이 그 전신입니다. 광복 이후 북한 지역에 편입된 이 광산은 1958년 만년광산으로 이름이 바뀌었고, 이후에도 채굴은 계속됐지만 생산량은 예전만 못한 수준으로 격감했습니다. 참고로 남한에서는 이 시기 강원도 영월의 상동광산이 일본 전체 텅스텐 점유율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반대로 전성기를 맞고 있었으니, 남북이 같은 광물을 두고 정반대의 궤적을 그린 셈입니다.
북한산 텅스텐의 본격적인 수출은 생각보다 최근에 시작됐습니다. 광산 개발 자체는 일제강점기부터였지만, 실질적인 대중 수출은 2022년부터로 봐야 합니다. 그해 8월 약 1,160만 달러 규모의 텅스텐 정광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이후 수출 규모는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VOA가 북중 무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은 2026년 1월부터 6월까지 중국에 텅스텐 정광 1,351톤, 금액으로는 9,135만 달러어치를 수출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배 이상 늘어난 수치입니다.
중국은 왜 자국 텅스텐이 아닌 북한산을 사들이나
여기서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깁니다. 세계 텅스텐 공급의 80% 안팎을 차지하는 중국이, 왜 굳이 북한산 텅스텐까지 사들이는 걸까요. 답은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하나는 자원 보호입니다. 중국은 자국 광산의 과도한 채굴을 제한하고 장기적인 자원 확보를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북한산 정광을 대신 사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순전히 경제적 이윤입니다. 값싼 북한산 텅스텐 정광을 사들여 가공한 뒤 훨씬 비싼 값으로 국제 시장에 재수출하면, 중국 입장에서는 원가를 낮추면서 마진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이 구조는 최근 텅스텐 가격이 급등한 시장 환경과 맞물려 더욱 매력적인 거래가 되고 있습니다. 국제 텅스텐 가격이 1년 새 300% 넘게 뛴 상황에서, 중국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확보할 수 있는 북한산 물량은 자국 내 공급 부담을 던다는 측면에서도 유용합니다. 결국 북한과 중국 양쪽 모두에게 '윈윈'인 구조가 만들어진 셈인데, 문제는 이 거래로 벌어들인 돈이 어디로 흘러가느냐에 있습니다.
39호실로 흘러가는 돈, 이권의 실체
북한에서 텅스텐을 채굴하고 수출하는 주체는 내각 광업성과 노동당 산하 전문 외화벌이 무역회사들입니다. 북한의 모든 광물자원이 국가와 당의 통제를 받는 구조인 만큼, 최고위 권력 기관이 텅스텐 수출 이권을 독점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의 대표적인 외화벌이 기관인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총국 등이 만년광산을 비롯한 광산에서 텅스텐을 캐내, 나선-훈춘 세관을 통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벌어들인 위안화 또는 달러는 노동당 39호실의 통치 자금으로 흘러 들어갑니다. 39호실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산하 부서로,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곳입니다. 주요 외화벌이 사업체와 금·텅스텐 등 핵심 광산, 그리고 조선대성은행 등을 직속으로 두고 당 자금과 통치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즉 텅스텐을 팔아서 번 돈은 결국 이 39호실로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입니다.
북한 텅스텐 수출, 핵심 정리
| 구분 | 내용 |
|---|---|
| 북한 텅스텐 광산 수 | 약 40여 개 |
| 최대 규모 광산 | 만년광산(황해북도 신평군, 옛 백년광산) |
| 본격 대중 수출 시작 | 2022년 8월(약 1,160만 달러 규모) |
| 2026년 상반기 수출량 | 텅스텐 정광 1,351톤, 9,135만 달러(전년 동기 대비 7배 이상 증가) |
| 유엔 제재 대상 여부 | 석탄·철·납·구리·아연은 전면 금지, 텅스텐은 제재 목록 제외 |
| 주요 수출 경로 | 나선-훈춘 세관을 통한 대중 수출 |
| 수출 주체 | 내각 광업성,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총국 등 |
| 자금 귀속처 | 노동당 39호실(통치자금 관리 부서) |
(내용은 VOA,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국내외 언론 보도를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한국이 주목해야 할 부분
북한산 텅스텐 수출 급증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복합적입니다. 먼저 지정학적 측면에서, 이는 유엔 제재의 실효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채굴량이 적다는 이유로 제재 목록에서 빠졌던 광물이, 텅스텐 가격 급등이라는 시장 변화와 맞물려 북한의 새로운 핵심 자금줄로 부상했다는 사실은 제재 설계 자체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앞으로 유엔이나 각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재검토할 때, 텅스텐처럼 '틈새' 품목을 추가로 규제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가 논의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업적 측면에서도 시사점이 있습니다. 북한산 텅스텐이 중국을 거쳐 가공된 뒤 국제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다면, 이는 사실상 글로벌 텅스텐 공급망에 북한산 물량이 우회적으로 섞여 있다는 뜻이 됩니다. 반도체·방산 등 공급망 실사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원산지 추적이 더욱 까다로운 과제가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이 상동·쌍전광산 재가동을 통해 비중국권, 나아가 비북한권 텅스텐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이런 맥락에서 더 큰 의미를 갖습니다. 관련 내용은 [광물백과 상동광산 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함께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FAQ
Q1. 북한은 왜 텅스텐을 수출할 수 있나요? 유엔 안보리 결의로 석탄·철·납·구리·아연 등은 수출이 전면 금지됐지만, 채굴량이 적고 특수 광물로 분류된 텅스텐은 애초에 이 제재 목록에서 빠져 있어 합법적인 수출이 가능합니다.
Q2. 북한 최대의 텅스텐 광산은 어디인가요? 황해북도 신평군에 있는 만년광산으로, 일제강점기 텅스텐 총생산량의 약 80%를 차지했던 백년광산이 전신입니다.
Q3. 중국은 왜 자체 매장량이 풍부한데도 북한산 텅스텐을 사들이나요? 자국 광산의 과도한 채굴을 제한해 자원을 보호하는 한편, 값싼 북한산 정광을 가공해 비싸게 재수출함으로써 이윤을 남기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Q4. 북한 텅스텐 수출로 번 돈은 어디로 가나요? 노동당 39호실 산하 대성총국 등이 수출을 담당하며, 벌어들인 자금은 김정은 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39호실로 흘러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Q5. 북한산 텅스텐이 국제 공급망에 섞여 들어갈 가능성이 있나요? 북한산 정광이 중국에서 가공된 뒤 재수출될 경우, 원산지 추적이 어려워지면서 국제 공급망에 우회적으로 섞여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