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가 담은 순간, "이거 붕락된 게 아닙니다"
갱도 안쪽, 어두운 벽면을 향해 미네랄 라이트를 비추자 순간 빛나는 결정들이 드러납니다. 40년 넘게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았던 벽입니다. SBS 취재진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들어간 경북 울진 쌍전광산의 현장은, 숫자로만 접했던 '텅스텐 특수'가 실제로 땅속 어디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 현장에서 나온 한 마디가 이 모든 이야기의 핵심을 관통합니다. "이거 붕락된 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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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전광산 텅스텐 광맥 확인 장면 - 광물백과 |
왜 하필 지금, 카메라가 갱도로 들어갔나
SBS 8뉴스는 최고운 기자를 통해 쌍전광산 내부를 직접 취재했습니다. 방송에서 광물 자원이 국가의 힘이자 곧 무기가 되는 시대라는 표현을 쓸 만큼, 이 취재는 단순한 지역 광산 소식이 아니라 국가적 자원안보 서사로 다뤄졌습니다. 배경은 명확합니다. 텅스텐 공급망의 80% 이상을 쥔 중국의 수출 통제에 중동 전쟁으로 인한 수요 폭증까지 맞물리면서, 텅스텐 가격은 1년 새 6배 넘게 치솟았습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은 물론 항공기 엔진부터 첨단 미사일까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어 '산업의 비타민'이라 불리는 이 금속이, 이제는 '산업재'를 넘어 '안보재'로 재분류되고 있다는 게 취재의 핵심 문제의식이었습니다.
갱도 200m 안쪽, 발파된 광석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기자가 들어간 곳은 갱도 입구에서 200m 정도 들어간 지점이었습니다. 트럭과 중장비가 분주하게 오가는 이 공간에서, 김용우 쌍전광산 대표는 현재 위치가 '중앙갱 레벨'이며 광산의 가장 핵심적인 채광 목표는 이 중앙갱보다 밑에 있는 지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970년대까지 외화벌이 효자였던 이 광산이 다시 기지개를 켜는 것은 무려 40여 년 만입니다.
취재 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김 대표의 다음 발언이었습니다. 갱도 곳곳에 흩어진 암석 더미를 가리키며 그는 "여기 지금 쏟아진 게 붕락된 게 아닙니다. 옛 쌍전광산 시절 발파된 광석을 꺼내지도 않고 그대로 나간 겁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한마디는 폐광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증언합니다. 광부들이 이미 다이너마이트로 발파까지 마친 광석을,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대로 두고 떠났다는 뜻입니다. 40여 년 전 버려두고 간 자원이, 지금 이 순간 다시 채굴 대상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셈입니다.
눈으로는 안 보이는 텅스텐, 미네랄 라이트로 확인하다
취재진은 텅스텐 광맥이 실제로 얼마나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짚었습니다. 텅스텐의 매장은 일반적인 조명 아래서는 다른 암석과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특수한 미네랄 라이트를 이용해 불을 끄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비춰봐야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 방식으로 비춰본 결과, 갱도 곳곳에서 텅스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는 사실이 시각적으로 확인됐습니다. 광산의 특징은 광맥이 크고 넓게 형성돼 있다는 점이며, 이 광산의 텅스텐 확인 매장량은 307만 톤으로 한국의 연간 텅스텐 수입량의 380배 수준에 달합니다.
이 수치가 갖는 의미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매장량이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값싼 중국산 텅스텐에 밀려 급히 문을 닫아야 했던 것이 40여 년 전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텅스텐의 가치가 매우 높아진 지금, 그 판단은 전화위복이 됐습니다. 묻혀 있던 자원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에, 별도의 신규 탐사 없이도 곧바로 상업 생산을 겨냥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셈입니다. 이르면 2026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채굴이 목표로 제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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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쌍전광산 방치된 발파 광석 현장 - 광물백과 |
"한 달 치는 대응 가능해?" — 전문가가 던진 질문
이 취재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회수연구센터 한요셉 책임연구원의 발언입니다. 그는 국내 광산을 다시 주목하는 이유가 텅스텐이 산업재에서 안보재로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문제의식 아래, 기술을 개발해 놓고 대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전쟁이 일어나거나 원료가 공급돼야 하는 상황에서 "한 달 치는 대응 가능해?"라는 질문이 떨어지면 즉시 가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발언은 지금까지 광물백과에서 다뤄온 자원안보 논의를 한 문장으로 압축해 보여줍니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던 국내 광산과 추출·제련 기술이, 유사시 국가 차원의 대응 능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이 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중국이 희토류에 이어 텅스텐 같은 광물 자원을 무기화하며 수출량을 대폭 줄이자, 한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광업권 확보와 함께 추출·제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SBS 취재로 확인된 쌍전광산 핵심 정보
| 구분 | 내용 |
|---|---|
| 취재 매체 | SBS 8뉴스(최고운 기자), 2026년 4월 14일 방영 |
| 취재 지점 | 갱도 입구에서 약 200m 진입한 중앙갱 레벨 |
| 텅스텐 확인 매장량 | 307만 톤(한국 연간 수입량의 380배 수준) |
| 폐광~재가동 공백 | 80년대 초 폐광 후 약 40여 년 만에 재가동 |
| 폐광 당시 상황 | 발파까지 마친 광석을 꺼내지 않고 그대로 방치 |
| 텅스텐 가격 변화 | 1년 새 6배 이상 상승(중국 수출통제 + 중동발 수요 폭증) |
| 채굴 목표 시점 | 이르면 2026년 하반기 본격 채굴 |
| 국내 인프라 대응 목표 | 유사시 즉시 가동 가능한 추출·제련 기술 대기 체계 구축 |
(내용은 SBS 8뉴스 [XR] "연간 수입량의 380배" 깜짝…한국 광산의 반격 리포트를 바탕으로 재구성했습니다.)
현장의 언어와 통계의 언어, 둘 다 필요하다
이번 SBS 취재가 갖는 가치는 지금까지 수치와 정책 중심으로 다뤄온 쌍전광산 이야기에 '현장의 목소리'를 더했다는 데 있습니다. 확인 매장량 307만 톤이라는 숫자는 이미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지만, 그 숫자 뒤에 40년간 그대로 방치돼 있던 발파 광석과, 미네랄 라이트를 비춰야만 보이는 광맥이라는 구체적인 현장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 취재를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현장감 있는 서사에 취해 낙관만 해서는 곤란합니다. 여전히 상업 생산은 '목표' 단계이며, 이르면 하반기라는 표현 자체가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또한 한요셉 연구원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광산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유사시 즉각 가동할 수 있는 추출·제련 기술의 완성도입니다. 광석이 땅속에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실제로 안정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상동광산 재가동과 함께 이 갱도가 어떤 실질적 생산 성과로 이어지는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배경은 [광물백과 상동광산 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함께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FAQ
Q1. SBS가 취재한 갱도는 어떤 곳인가요? 쌍전광산 갱도 입구에서 약 200m 들어간 중앙갱 레벨로, 현재 트럭과 중장비를 동원한 채굴 준비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구간입니다.
Q2. "발파된 광석을 그대로 두고 나갔다"는 말은 무슨 뜻인가요? 80년대 초 폐광 당시, 이미 다이너마이트로 발파까지 마친 광석을 채산성이 맞지 않아 캐내지 않고 그대로 두고 떠났다는 의미로, 40여 년이 지난 지금도 그 광석이 갱도에 남아 있었습니다.
Q3. 텅스텐 매장 여부는 어떻게 확인하나요? 일반 조명으로는 다른 암석과 구분이 어려워, 특수한 미네랄 라이트로 불을 끄고 벽면을 비추는 방식으로 텅스텐의 매장 여부와 분포를 확인합니다.
Q4. 307만 톤이라는 매장량은 어느 정도 규모인가요? 한국의 연간 텅스텐 수입량의 380배에 해당하는 규모로, 국내 수요 상당 부분을 충당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됩니다.
Q5. 전문가가 강조한 "한 달 치 대응"이라는 목표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전쟁이나 공급 위기 같은 유사시 상황에서 국내 추출·제련 기술을 즉시 가동해 한 달치 원료 공급에 대응할 수 있도록 미리 기술과 체계를 갖춰두는 것을 뜻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