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짜는 새 판, 핵심광물에도 '가격 하한선'이 생긴다
관세로 압박하고, 규제로 맞받아치던 시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조치가 나왔습니다.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버리겠다는 겁니다. 2026년 2월 4일, 워싱턴 D.C. 국무부 청사에 54개국 장관급 인사가 모였습니다. 의제는 단 하나, 핵심광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미국은 '핵심광물 무역블록'이라는,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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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광물 원석 모음 실물 사진 - 광물백과 |
왜 하필 지금, 미국은 블록을 만들려 하나
배경은 간단합니다. 지난 1~2년 사이 텅스텐, 희토류, 갈륨·게르마늄·안티몬까지 중국의 수출 규제 카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면서, 서방 국가들은 개별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지난 1년간 우리 경제가 핵심광물에 얼마나 크게 의존하고 있는지를 많은 이들이 뼈저리게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개별 국가가 개별 광산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는 중국의 압도적 시장 지배력에 맞서기 어렵다는 판단이, 동맹국을 하나로 묶는 '블록화' 전략으로 이어진 셈입니다.
이날 발표된 구상의 정식 명칭은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um on Resource Geostrategic Engagement)', 줄여서 포지(FORGE)입니다. 이는 2022년 6월 출범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확대·발전시킨 전략적 협력체로, 반도체·전기차·첨단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리튬·니켈 등의 공급망에서 중국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주재한 이 회의에는 한국·인도·일본·독일·호주·태국·콩고민주공화국 등 54개국 장관급 인사와 유럽연합(EU) 대표단이 참석했고, 한국에서는 조현 외교부 장관이 자리했습니다.
가격 하한선이라는 새로운 무기
이 구상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가격 하한제'입니다. 밴스 부통령은 "핵심광물의 생산 단계별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회원국에는 관세 조정을 통해 이를 가격 하한선으로 유지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중국이 저가 공세로 서방의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고사시키는 걸 막기 위해, 아예 시장에 인위적인 최저 가격선을 만들겠다는 뜻입니다. 밴스 부통령은 이를 두고 "우리는 저렴한 핵심 광물을 우리 시장으로 범람시켜 국내 제조업체들을 고사시키는 문제를 제거하고자 한다"고 밝혔는데, 중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정조준한 발언으로 해석됩니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핵심광물과 파생제품의 거래 조건이 사실상 표준화되고, 블록 밖에서 조달하는 제품에는 비용이 체계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관측됩니다. 다시 말해 '가격이 싸다고 아무 데서나 사 오는' 방식이 아니라, 동맹국 네트워크 안에서 정해진 가격 규칙을 따르는 '규칙 기반 시장'을 만들겠다는 구상입니다. 자유 시장 논리와는 다소 배치되는 접근이지만, 자원을 무기화하는 상대에게는 시장 논리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절박함이 읽히는 대목입니다.
회의 하루 만에 쏟아진 협정들
이날 회의는 선언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미국은 리튬·구리·니켈·보크사이트·텅스텐 등의 주요 공급처인 아르헨티나, 페루, 필리핀, 기니, 우즈베키스탄과 새로운 핵심광물 프레임워크 및 양해각서(MOU)를 잇달아 체결했습니다. 같은 날 멕시코와는 프레임워크나 MOU가 아닌 '미국-멕시코 핵심광물 액션플랜'을 맺었는데, 이는 이행 기한을 60일 이내로 명시하고 핵심광물 가격 하한선 논의와 금융 지원 방안까지 담아 상대적으로 더 구체적인 협력 관계를 예고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흐름은 미국·카자흐스탄이 텅스텐 확보를 위해 정상급 협상을 벌였던 것과 같은 궤도 위에 있습니다. 다만 이번 FORGE는 개별 광물·개별 국가 단위의 양자 협상을 넘어, 다자 협의체와 표준화된 가격 규칙까지 아우르는 한 단계 위의 구조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이 자원 확보전을 '점' 단위가 아니라 '판' 단위로 짜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FORGE 이니셔티브 핵심 정리
| 구분 | 내용 |
|---|---|
| 개최일 | 2026년 2월 4일, 미국 워싱턴 D.C. |
| 정식 명칭 |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 |
| 모태 | 2022년 6월 출범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 |
| 참석 규모 | 54개국 장관급 인사 + EU 대표단(한국은 외교부 장관 참석) |
| 핵심 구상 | 핵심광물 생산 단계별 기준가격 설정, 관세 조정을 통한 가격 하한선 유지 |
| 같은 날 체결 협정 | 아르헨티나·페루·필리핀·기니·우즈베키스탄과 프레임워크·MOU / 멕시코와 액션플랜(60일 이내 이행) |
| 대상 광물 | 희토류, 리튬, 니켈, 구리, 보크사이트, 텅스텐 등 |
(내용은 산업연구원 보고서, 국내 언론 보도를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한국에는 기회일까, 부담일까
이 구상이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지 않습니다. 반도체·전기차·방산 등 전략 산업에서 핵심광물 대중 의존도를 낮추려는 미국의 움직임에 올라탈 경우, 포스코·고려아연 같은 국내 비철금속·배터리 소재 기업들이 미국의 핵심 파트너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자재 가격·공급 안정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신호로 읽힐 수 있습니다.
다만 동시에 부담도 따릅니다. 가격 하한제가 실제로 도입되면 블록 안에서 거래되는 핵심광물 조달 비용이 지금보다 오히려 높아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업의 원가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텅스텐 시리즈에서 살펴본 상동광산 재가동이나 갈륨·게르마늄·안티몬 편에서 다룬 재활용·비축 전략처럼, 한국은 이 새로운 무역 질서 안에서 '어느 편에 어떻게 서느냐'와 '자체 공급망을 얼마나 갖추느냐'를 함께 고민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결국 자원안보는 더 이상 특정 광물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통상·외교 전략과 맞물린 복합 방정식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FAQ
Q1. FORGE는 정확히 어떤 조직인가요? 지전략적 자원협력 포럼(FORGE)은 2022년 출범한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을 확대한 것으로, 미국 주도로 동맹국들이 핵심광물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결성한 다자 협의체입니다.
Q2. 가격 하한제는 어떻게 작동하나요? 핵심광물의 생산 단계별로 기준가격을 설정하고, 회원국들이 관세 조정을 통해 이 기준가격을 하한선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구상되고 있습니다.
Q3. 한국은 FORGE에 어떻게 참여하고 있나요? 2026년 2월 4일 창설 회의에 조현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으며, 구체적인 참여 방식과 협정 체결 여부는 향후 논의를 통해 확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Q4. 가격 하한제가 한국 기업에 불리할 수도 있나요? 블록 안에서 거래되는 핵심광물 조달 비용이 시장 가격보다 높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원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Q5. FORGE와 개별 국가 간 자원 협정(예: 미국-카자흐스탄)은 어떤 관계인가요? 개별 협정이 특정 광물·국가 단위의 양자 협력이라면, FORGE는 다자 협의체 차원에서 가격 규칙과 공급망 표준을 만들려는 더 큰 틀의 구상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