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쥔 '산업의 비타민' 희토류: 전기차 모터의 숨은 리스크
전기차 모터 하나에 들어가는 자석 무게는 고작 2~3kg. 그런데 이 작은 자석 하나가 완성차 업체의 생산 라인을 통째로 멈출 수 있다면 어떨까요? 실제로 2026년 상반기, 유럽 시장에서 희토류 디스프로슘 가격이 1년 만에 8배 폭등하며 자동차·전자·방산 업계 전체가 비상에 걸렸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 중국 내수 가격은 20%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같은 광물, 완전히 다른 두 개의 가격. 이 극단적인 '이중 가격'이 오늘날 희토류를 둘러싼 자원안보 현실을 압축해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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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오디뮴 자석 전기차 모터 로터 구조 | 광물백과 |
희토류가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이유
희토류는 스칸듐·이트륨과 란탄족 15원소를 합쳐 총 17종으로 구성된 금속군입니다. 매장량 자체가 희귀한 것은 아니지만, 정제·분리 공정이 극도로 까다롭고 환경오염 부담이 커서 실제 상업 생산이 가능한 나라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소량만 첨가해도 소재의 성능을 극적으로 끌어올린다는 점에서 '산업의 비타민'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이 시리즈에서 가장 주목할 원소는 네오디뮴(Nd)**과 디스프로슘(Dy)입니다.
- 네오디뮴: 철·붕소와 결합해 네오디뮴-철-붕소(NdFeB) 영구자석을 만드는 핵심 원소. 같은 무게 대비 가장 강력한 자기력을 낸다.
- 디스프로슘: 네오디뮴 자석에 소량 첨가돼 고온 환경에서도 자성을 잃지 않게 해주는 '보증수표' 같은 존재. 중희토류로 분류되며 공급이 특히 취약하다.
이 두 원소가 만드는 NdFeB 영구자석은 전기차 구동모터, 해상풍력 터빈, MRI 장비, 정밀유도무기 등 현대 산업 전반에 깔려 있습니다. 일반적인 전기차 한 대에는 약 2~3kg의 NdFeB 자석이 들어갑니다.
왜 하필 중국인가: 압도적인 공급 장악력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대부분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만, 진짜 문제는 '중희토류' 쪽입니다. 네오디뮴·프라세오디뮴 같은 경희토류는 그나마 호주·미국 등에서도 일부 생산되지만, 디스프로슘·테르븀 등 중희토류는 중국의 이온흡착형 점토 광상에 사실상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정제·가공 단계의 장악력은 더욱 압도적입니다. 중국은 전 세계 NdFeB 자석 가공 및 제조 능력의 9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원료를 다른 나라에서 캐내더라도 결국 고순도 자석으로 만들려면 중국의 가공 인프라를 거쳐야 하는 구조입니다.
2025~2026년, 반복된 수출통제의 파도
중국은 최근 2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희토류 수출통제의 강도를 높여왔습니다.
- 2025년 4월: 사마륨·가돌리늄·테르븀·디스프로슘·루테튬·스칸듐·이트륨 등 중희토류 7종에 대해 수출 허가제 도입
- 2025년 10월: 해외에서 생산된 희토류 관련 품목·기술·유지보수 서비스까지 통제 범위 확대
- 2026년 1월: 일본을 겨냥해 '모든 이중용도 물자'에 대한 초강경 수출통제 조치 시행
이러한 조치의 여파로 2026년 7월 기준 유럽 시장의 디스프로슘 가격은 kg당 2,25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이는 수출통제 이전인 2025년 4월과 비교해 8배 급등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테르븀 가격도 5배 이상 뛰었습니다.
"중국 밖에서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는데, 중국 안에서는 가격이 거의 그대로다." — 업계 관계자가 지적한 이중 가격 구조
주목할 점은 중국의 희토류 총생산량 자체는 줄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수출통제가 시작된 2025년에도 중국의 희토류 생산량은 27만 톤으로 전년과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즉 생산은 그대로 두고 수출 문턱만 높여, 해외 시장에만 선택적으로 공급 충격을 가하는 정교한 전략인 셈입니다.
미국의 대응 : 가격을 방어하는 '보증 정책'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이례적인 카드를 꺼냈습니다. 미 국방부는 2025년 7월 캘리포니아의 희토류 생산업체 MP머티리얼스에 4억 달러 규모의 지분을 투자하면서, 이 회사가 생산하는 네오디뮴을 시장가보다 높은 가격에 사주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시세는 kg당 60~70달러 선이었지만, 국방부는 110달러를 보장해주는 대신 초과이익의 30%를 가져가는 구조를 설계했습니다.
이는 중국이 저가 공세로 가격을 흔들어 신규 진입자의 채산성을 무너뜨리는 전략에 맞서, 아예 가격 하락 리스크 자체를 국가가 떠안는 산업정책적 접근입니다. 이후 실제로 네오디뮴 가격은 가파르게 상승해 국방부가 보장한 110달러 선에서 형성되고 있습니다.
한국이 마주한 현실과 대응 전략
한국은 희토류 매장량이 거의 없는 데다, 정제·가공 인프라도 걸음마 단계여서 이번 공급망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다만 다음과 같은 대응 전략이 병행되고 있습니다.
- 비축 확대 — 방산·전기차 핵심 부품용 희토류 국가 비축량 확대
- 국제 협력 다변화 — 호주·미국 등과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
- 저희토류·무희토류 모터 기술 개발 — 완성차 업계의 유도전동기, 페라이트 자석 대체 기술 연구
- 재활용 기술 투자 — 폐가전·폐모터에서 희토류를 회수하는 도시광산형 재자원화 확대
희토류가 던지는 근본적 질문
희토류는 매장량이 아니라 '가공 능력'이 진짜 자원인 광물입니다. 전 세계 곳곳에 광산을 새로 열더라도, 이를 고순도 자석으로 변환하는 정제 인프라가 중국 밖에 충분히 갖춰지지 않는 한 근본적인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전기차·풍력·방산 산업의 확장 속도가 빨라질수록, 희토류를 둘러싼 자원 패권 경쟁은 더욱 첨예해질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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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희토류 중국 해외 가격 격차 차트 | 광물백과 |
FAQ
Q1. 희토류는 정말 매장량이 희귀한가요? A. 지각 내 매장량 자체는 생각보다 흔하지만, 경제성 있게 채굴·정제할 수 있는 광상이 드물고 환경오염 부담이 커서 상업 생산이 가능한 나라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Q2. 네오디뮴과 디스프로슘의 역할 차이는 무엇인가요? A. 네오디뮴은 강력한 자기력을 내는 자석의 뼈대 역할을, 디스프로슘은 고온에서도 자성을 유지하도록 보강하는 첨가제 역할을 합니다.
Q3. 중국의 수출통제가 자국 내 가격에는 영향이 없는 이유는? A. 중국은 생산량은 유지한 채 해외 수출 물량만 선택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국내 공급은 충분하지만 해외 시장만 공급 부족을 겪는 이중 가격 구조가 발생합니다.
Q4. 미국의 '가격 보장' 정책은 어떤 원리인가요? A. 정부가 시장가보다 높은 최저 구매가를 보장해 생산업체의 투자 리스크를 낮추고, 초과이익의 일부를 국가가 공유하는 방식으로 신규 공급망 육성을 유도합니다.
Q5. 한국 기업들은 희토류 리스크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요? A. 국가 비축량 확대, 해외 공급망 협력, 저희토류 모터 기술 개발, 폐가전·폐모터 재활용을 통한 희토류 회수 등 여러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