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이빨, 초경합금 없이는 반도체도 못 만든다
2025년 2월, 중국 상무부가 텅스텐 관련 품목에 수출허가 절차를 새로 걸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치가 겨냥한 목록에는 광석이나 정광뿐 아니라 파라텅스텐산 암모늄, 산화텅스텐, 그리고 미소결 금속 탄화텅스텐과 그 혼합물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원료 단계를 넘어 '거의 완제품에 가까운' 소재까지 통제 대상에 들어간 것이죠.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이 소식에 즉각 반응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탄화텅스텐이 없으면 웨이퍼를 가공하는 공구도, 부품을 찍어내는 금형도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편에서는 텅스텐 합금 중에서도 가장 은밀하게, 그러나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소재인 초경합금(WC-Co, WC-Ni)**을 파헤쳐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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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경합금 절삭 인서트 - 반도체 정밀 가공의 핵심 소재 |
'산업의 이빨'이라 불리는 이유
초경합금은 텅스텐 카바이드(WC) 입자를 코발트나 니켈 같은 금속 분말로 결합해 소결한 복합재료입니다. 특허 문헌에 따르면 이 결합상은 코발트만으로 구성되거나, 코발트와 니켈을 함께 섞어 만들어지며, 두 금속의 합계 함유량이 전체의 4.5~15% 수준일 때 열확산율과 내마모성의 균형이 가장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WC 입자의 평균 크기는 보통 0.4~4마이크로미터 정도로, 육안으로는 절대 구분할 수 없는 미세 조직 수준에서 성능이 결정됩니다.
실온에서 91~93HRA(로크웰 A 경도), 900~1,000℃ 고온에서도 경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초경합금의 핵심 무기입니다. 강옥(모스 경도 9)에 필적하는 굳기이면서도, 순수 텅스텐과 달리 어느 정도 인성을 갖춰 실제 공구로 가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공구강에 비하면 여전히 인성이 낮고 굽힘 강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충격 하중이 큰 용도보다는 정밀 절삭이나 내마모 부품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이를 "산업의 이빨"이라 부릅니다 — 눈에 띄지 않지만, 이빨이 없으면 아무것도 씹을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WC-Co와 WC-Ni, 결합재 하나로 갈리는 용도
같은 텅스텐 카바이드라도 결합재가 코발트냐 니켈이냐에 따라 쓰임새가 갈립니다. 텅스텐-코발트(YG) 계열은 경도와 절삭력이 뛰어나 일반적인 금속 절삭 공구에 널리 쓰이는 표준형입니다. 반면 니켈을 결합재로 쓰는 계열은 코발트 계열보다 내식성이 좋고 비자성(非磁性)이라는 특징이 있어, 부식 환경이나 자기장에 민감한 정밀 계측 장비, 화학 설비용 부품에 주로 활용됩니다. 여기에 탄화티타늄(TiC)이나 탄화탄탈(TaC)을 추가로 첨가하면 고온 내산화성을 더 끌어올린 특수 등급도 만들 수 있습니다. 즉 초경합금은 단일 소재가 아니라, 배합 비율에 따라 수백 가지 '레시피'가 존재하는 소재군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 속의 초경합금
초경합금이 반도체 칩 자체에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대신 웨이퍼를 절단하고, 부품을 찍어내고, 미세한 구조물을 가공하는 공구와 금형의 재료로 쓰입니다. 웨이퍼 다이싱 블레이드의 심재, 리드프레임을 찍어내는 정밀 프레스 금형, 반도체 장비 내부의 내마모성 부품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근 300mm 웨이퍼와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으로 산업이 이동하면서 웨이퍼 품질과 가공 정밀도에 대한 요구가 한층 까다로워지고 있는데, 이는 곧 웨이퍼를 다루는 공구의 정밀도와 내구성에 대한 요구로 직결됩니다. 자동차용 레거시 반도체 재고 조정이 마무리되며 수요가 완만하게 반등하는 흐름도 초경합금 공구 수요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줍니다.
이처럼 초경합금은 반도체 산업의 '뒷단'을 떠받치는 소재입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하지만, 이 뒷단이 흔들리면 앞단의 생산라인 전체가 멈춥니다.
대한중석에서 버크셔 해서웨이까지 — 한 기업이 보여주는 초경합금의 역사
한국에서 초경합금 산업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이름이 있습니다. 1916년 강원도 상동광산의 텅스텐 노두 개발에서 출발한 이 기업은, 1960년대에는 국가 전체 수출액의 약 6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컸던 국영기업 대한중석을 모체로 합니다. 이후 민영화와 여러 차례의 지분 변동을 거쳐, 2013년에는 워렌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이 회사의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초경 절삭공구 생산기업 중 하나로 성장해, 텅스텐 분말부터 완제품 절삭공구, 초경 롤까지 생산하고 있습니다.
강원도 상동광산의 텅스텐이 국영기업의 자원에서 출발해, 100년이 지난 지금은 세계적인 투자자가 눈여겨보는 첨단소재 기업의 뿌리가 되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상동광산의 최근 재개발 상황이 궁금하시다면, 광물백과의 상동광산 편도 함께 참고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지정학이 흔드는 초경합금 공급망
2025년 2월 4일,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는 텅스텐·텔루륨·비스무트·몰리브덴·인듐 등 5개 핵심광물 관련 품목을 이중용도 물자 수출통제 리스트에 등재했습니다. 이 조치는 미국 정부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 직후 곧바로 나온 대응 카드로 해석되는데, 통제 대상에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에 주로 사용되는 합금·화합물 25개 제품과 관련 기술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특히 파라텅스텐산암모늄과 산화텅스텐뿐 아니라, 탄화텅스텐과 다른 물질의 단순 혼합물, 그리고 아직 소결하지 않은 금속 탄화텅스텐 분말까지 통제 목록에 명시적으로 포함된 점이 눈에 띕니다. 이는 초경합금을 만들기 직전 단계의 원료까지 규제망에 넣었다는 뜻입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관계부처와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 소부장 공급망센터 등이 참여하는 산업공급망 점검회의를 열어 국내 수급 동향과 영향을 점검했습니다. 다행히 이번 통제는 수출 금지가 아니라 수출허가 절차 추가에 가까워, 법정 시한 45일 내 허가를 받으면 여전히 국내 반입이 가능한 구조입니다. 하지만 허가 절차 자체가 리드타임과 불확실성을 늘린다는 점에서, 정밀 공구·금형을 다루는 중소 제조업체일수록 체감하는 부담은 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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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발트 원석 - 초경합금 공급망의 숨은 약한 고리 |
코발트라는 또 다른 약한 고리
초경합금 이야기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비판적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결합재인 코발트의 공급망 리스크입니다. 텅스텐의 중국 의존도만 이야기하고 넘어가면 그림의 절반만 보는 셈입니다.
2024년 기준 전 세계 코발트 생산량 26만 8천 톤 가운데 약 75.6%인 20만 2,700톤이 콩고민주공화국(DRC) 한 나라에서 나왔습니다. 그런데 2025년 들어 DRC가 약 4개월간 코발트 수출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지면서, 전해 코발트 가격이 연중 저점 대비 20% 뛰어올랐고 시장에서는 그해 글로벌 코발트 공급량이 24%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습니다. 정제 단계로 좁혀 보면 중국이 전 세계 정제 능력의 약 80%를 쥐고 있어, 원광은 DRC에서, 정제는 중국에서 이뤄지는 이중 병목 구조가 고착되어 있습니다.
"텅스텐만 확보하면 초경합금 공급망은 안전하다"는 생각은 절반의 진실입니다. 결합재인 코발트가 흔들리면 초경합금 생산 자체가 멈추기 때문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코발트 함유량을 줄이거나 니켈로 일부 대체하는 배합이 이미 상용화되어 있다고 앞서 언급했지만, 이는 코발트를 '완전히 배제'하는 기술이 아니라 '비율을 조정'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코발트-프리 결합재 연구는 학계에서 꾸준히 진행 중이지만, 아직 코발트 계열만큼의 인성과 열충격 저항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상용 대체재는 널리 보급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대체재로 자주 거론되는 니켈 역시 인도네시아·러시아 등 소수 국가에 생산이 집중된 광물이어서, '대체'가 곧 '리스크 해소'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도 균형 있게 봐야 할 대목입니다.
FAQ — 초경합금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초경합금은 순수 텅스텐과 어떻게 다른가요? 순수 텅스텐은 연성이 거의 없어 쉽게 깨지지만, 초경합금은 텅스텐 카바이드 입자를 코발트나 니켈로 결합해 경도와 최소한의 인성을 동시에 확보한 복합재료입니다.
Q2. WC-Co와 WC-Ni 중 어느 쪽이 더 널리 쓰이나요? 일반 금속 절삭공구에는 WC-Co 계열이 표준으로 널리 쓰이고, 내식성이나 비자성이 필요한 정밀 계측·화학 설비 부품에는 WC-Ni 계열이 선호됩니다.
Q3. 초경합금이 반도체 칩 안에 직접 들어가나요? 아니요. 초경합금은 웨이퍼를 절단하는 다이싱 블레이드, 부품을 찍어내는 금형 등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구와 설비에 쓰이며, 칩의 구성 소재 자체는 아닙니다.
Q4. 중국의 텅스텐 수출통제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 실제로 영향이 있나요? 2025년 조치는 수출 금지가 아니라 허가 절차 추가에 가까워 즉각적인 공급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허가 심사 기간만큼 리드타임이 늘어나 정밀 공구·금형 업계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Q5. 초경합금의 코발트를 완전히 대체하는 기술이 이미 상용화됐나요? 니켈로 코발트 비율 일부를 대체하는 배합은 이미 쓰이고 있지만, 코발트를 완전히 배제하면서도 동등한 성능을 내는 대체재는 아직 널리 상용화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