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 중합금, 니켈·철이 만드는 관통력의 비밀

니켈·철·구리가 만드는 관통력, 텅스텐 중합금의 두 얼굴

폴란드에 인도될 K2 전차는 1,000대. 한국 방산 4사의 지난해 세계 무기 매출은 1년 만에 31%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전차 한 대가 실전에 배치될 때마다 함께 소요되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적의 장갑을 뚫는 포탄, 그리고 그 포탄의 심장부에 들어가는 소재입니다. K-방산의 수출 곡선이 가파르게 올라갈수록, 조용히 함께 뛰는 수요가 있다는 뜻이죠. 오늘 다룰 텅스텐 중합금(Tungsten Heavy Alloy, WHA)이 바로 그 소재입니다.

앞서 텅스텐과 합할 수 있는 금속 편에서 텅스텐 중합금을 잠깐 소개해드렸는데, 이번 편에서는 니켈·철·구리가 텅스텐과 만나 어떻게 '관통력'이라는 물리 현상을 완성하는지, 그리고 왜 이 소재가 열화우라늄과 끊임없이 비교되는지 깊이 들여다보겠습니다.

텅스텐 중합금으로 만든 관통자 소재 클로즈업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 - 니켈 철 구리가 만드는 방산 핵심 소재

납보다 무겁고 독성은 없다 — 텅스텐 중합금의 정체

텅스텐 중합금은 90~97%에 달하는 텅스텐에 니켈을 기본으로 한 결합상을 더해 만드는 고밀도 복합재료입니다. 니켈-철(NiFe) 조합인지 니켈-구리(NiCu) 조합인지에 따라 성질이 갈리는데, 국제 규격인 ASTM B777 기준으로 보면 니켈-구리 결합제를 쓴 비자성 등급(NM90, NM92.5, NM95)과 니켈-철 결합제를 쓴 자성 등급(M90, M92.5, M95, M97)으로 나뉩니다. 밀도는 16.5~19.0g/cm³에 달해 납(약 11.3g/cm³)보다 훨씬 무거우면서도 독성이 없고, 열전도율이 우수하며 열팽창률은 낮습니다. 항공우주, 자동차, 의료기술처럼 작은 크기에 무게와 안정성을 동시에 요구하는 분야에 두루 쓰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관통자의 과학 — 왜 텅스텐 중합금이 장갑을 뚫는가

텅스텐 중합금 90% 이상에 니켈과 철을 섞은 소재는 매우 높은 비중과 강성을 갖기 때문에, 장갑차량의 두터운 장갑이나 강화진지 외벽을 관통하는 철갑탄 관통자(penetrator)의 재료로 활용됩니다. 근현대 전차와 장갑차의 주력 대(對)기갑 탄종인 분리철갑탄과 날개안정분리철갑탄의 관통자로 열화우라늄과 함께 가장 많이 쓰이는 소재이며, 벙커버스터 같은 관통폭탄의 탄두에도 사용됩니다. 원리는 단순합니다. 같은 부피라면 더 무거운 금속이 더 큰 운동에너지를 실어 나르고, 그 에너지가 좁은 면적에 집중될수록 관통력이 커집니다.

열화우라늄 vs 텅스텐, 아직 못 넘은 벽

여기서 짚어야 할 비판적 시각이 있습니다. 텅스텐 중합금과 열화우라늄은 둘 다 고밀도·고강도 특성 때문에 관통자 재료로 쓰여왔는데, 열화우라늄은 충돌 시 끝이 스스로 뾰족해지는 '셀프샤프닝' 거동 덕분에 같은 조건에서 기존 텅스텐 중합금보다 관통 깊이가 10~15%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기존 WHA 관통자는 충돌 시 머리가 버섯 모양으로 뭉개지면서 오히려 관통 저항이 커지는 약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다단 열처리 기술과 미세조직 제어 기술을 개발해, 열화우라늄 탄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관통 성능을 갖는 전차포탄을 개발·적용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수십 년간의 집중적인 기술 투자 끝에 얻어낸 성과이지, 텅스텐 중합금이 원래부터 압도적으로 우월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텅스텐이 친환경적이니 성능도 당연히 우월할 것"이라는 식의 단순화는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대부분의 나라는 텅스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가

그렇다면 왜 세계 대다수 국가는 성능이 다소 아쉬운 텅스텐 중합금을 쓸까요? 답은 열화우라늄이 안고 있는 정치적·환경적 부담에 있습니다. 열화우라늄은 우라늄235의 농도를 높이고 남은 부산물로, 방사능은 비교적 약하지만 우라늄을 포함하고 있어 인체 피폭과 환경 오염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어 왔습니다. 실제로 2023년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챌린저 2 전차와 함께 열화우라늄탄을 지원하자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이 핵 재앙을 앞당기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파괴 실험 후 방사성 물질로 오염된 시험장을 두고 미국에서는 주정부와 중앙정부 간 소송까지 벌어진 사례가 있습니다.

이런 부담 때문에 열화우라늄 무기체계를 실제로 보유·운용하는 나라는 미국, 영국, 러시아 등 극소수에 그치고, 그 외 대다수 국가와 수출용 무기체계는 텅스텐 중합금을 사용합니다. 즉 텅스텐 중합금의 확산은 순수한 기술적 우위가 아니라, 열화우라늄을 둘러싼 국제적 논란을 피하려는 현실적 선택의 결과이기도 합니다. K2 전차, K9 자주포처럼 폴란드·중동·아시아로 수출되는 한국산 무기체계 역시 텅스텐 중합금 관통자를 사용하며, 이는 K-방산 수출이 늘어날수록 텅스텐 중합금 수요도 함께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군수를 넘어 — 방사선 차폐재와 일상 속 균형추

텅스텐 중합금의 두 번째 얼굴은 방사선 차폐재입니다. 텅스텐은 감마선과 중성자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니켈-철 계열 텅스텐 중합금은 X선·감마선 차폐가 필요한 시준기(collimator)나 CT 장비 같은 의료 분야에서도 널리 쓰입니다. 납보다 밀도가 높으면서 독성 논란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의료 현장에서 특히 매력적인 부분입니다.

군수·의료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텅스텐 중합금은 우리 주변 곳곳에도 숨어 있습니다. 항공기와 헬리콥터의 평형추, 요트와 차량의 밸런서, 정밀 압출 다이 등 '작은 부피에 큰 무게가 필요한' 모든 곳에 활용됩니다. 흥미롭게도 골프클럽 헤드 뒷부분에 무게중심을 낮추기 위해 텅스텐-철-니켈-구리 합금 조각을 용접해 넣는 특허도 존재합니다. 관통자와 골프채가 같은 원리의 소재를 공유한다는 사실이 텅스텐 중합금의 정체성을 잘 보여줍니다.

공급망 리스크 — 방산 붐과 겹치는 통제 목록

여기서 짚어야 할 공급망 이슈가 있습니다. 앞선 초경합금 편에서 설명했듯, 중국은 2025년 2월 텅스텐 관련 5개 핵심광물 품목을 이중용도 물자 수출통제 리스트에 등재했는데, 이 목록에는 파라텅스텐산암모늄이나 산화텅스텐뿐 아니라 '고체 텅스텐(합금)'까지 명시적으로 포함되어 있습니다. 텅스텐 중합금도 이 범주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뜻입니다.

공교롭게도 이 시점은 한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의 방산 수출이 급증하는 시기와 겹칩니다. 유럽 재무장 흐름과 K-방산의 동시다발적 성장은 텅스텐 중합금 수요를 밀어 올리는 요인인데, 정작 원료·소재 단계에서는 중국의 수출허가 절차라는 병목이 새로 생긴 셈입니다. "국내 방산 생산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관련 소재 공급망도 안정될 것"이라는 낙관은 이 지점에서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완제품 수요가 늘어나는 속도와 상류 소재 공급망이 다변화되는 속도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텅스텐 중합금 방사선 차폐 부품 클로즈업
텅스텐 중합금 방사선 차폐재 - 의료 장비 속 숨은 소재

FAQ — 텅스텐 중합금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텅스텐 중합금과 텅스텐 카바이드(초경합금)는 다른 소재인가요? 네, 다릅니다. 초경합금은 탄화텅스텐을 코발트·니켈로 소결한 경도 중심 소재이고, 텅스텐 중합금은 금속 텅스텐에 니켈·철·구리를 섞어 밀도와 강도를 높인 소재로, 관통자나 방사선 차폐재에 주로 쓰입니다.

Q2. 텅스텐 중합금은 열화우라늄보다 성능이 좋은가요? 연구에 따르면 관통 깊이만 놓고 보면 열화우라늄이 셀프샤프닝 효과로 10~15% 더 우수한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각국의 기술 개발을 통해 이 격차는 점차 좁혀지고 있습니다.

Q3. 텅스텐 중합금에 방사능 위험이 있나요? 아니요. 텅스텐 중합금은 방사성 물질이 아니며, 오히려 감마선과 중성자를 차단하는 방사선 차폐재로 활용됩니다. 이 점이 열화우라늄과 가장 큰 차이입니다.

Q4. 왜 골프클럽이나 항공기 평형추에도 텅스텐 중합금을 쓰나요? 납보다 밀도가 높으면서 독성이 없고 가공성이 좋아, 작은 부피에 무게중심을 집중시켜야 하는 정밀 부품에 두루 활용되기 때문입니다.

Q5. 한국의 방산 수출 증가가 텅스텐 중합금 수급에 영향을 미치나요? K2 전차, K9 자주포 등 한국산 무기체계 수출이 늘어날수록 관통자용 텅스텐 중합금 수요도 함께 증가하는데, 중국의 텅스텐 관련 수출통제와 맞물려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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