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전쟁을 예견한 그 학자가, 이번엔 텅스텐을 지목했다 - 칩워 저자의 경고.

반도체 전쟁을 예견한 그 학자가, 이번엔 텅스텐을 지목했다

베스트셀러 『칩워(Chip War)』로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패권 경쟁을 세계에 알린 학자가 있습니다. 미국 터프츠대 크리스 밀러 교수입니다. 그의 책은 반도체 산업의 지정학적 지형을 대중적인 언어로 풀어내며 세계적인 화제를 모았습니다. 그가 최근 한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새로운 경고를 내놨습니다. 이번에 지목한 위험 요소는 첨단 파운드리도, 극자외선 노광장비도 아닌 텅스텐이었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지정학 전문가가 왜 하필 이 금속을 AI 반도체 공급망을 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로 꼽았는지, 그리고 그 진단이 어떤 균형 감각을 담고 있는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고대역폭메모리 반도체 웨이퍼 클로즈업
HBM 웨이퍼 - 텅스텐 공급망에 좌우되는 AI 반도체

칩워 저자가 짚은 새로운 변수

밀러 교수는 2026년 7월 한 국내 언론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중국의 텅스텐 수출 통제가 글로벌 AI 반도체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질문에 텅스텐이 반도체 제조에 매우 중요한 소재이며 중국의 수출 통제가 세계 경제가 의존하는 반도체 산업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가 이전 인터뷰들에서 주로 첨단 파운드리 경쟁이나 미중 기술패권, 한국의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을 이야기해왔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에는 전혀 다른 층위의 위험, 즉 소재 공급망의 취약성을 직접 짚었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반도체 산업을 다룰 때 흔히 첨단 장비나 설계 기술에만 시선이 쏠리기 쉬운데, 정작 그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공정 단계마다 필요한 기초 소재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텅스텐이 AI 반도체와 연결되는 지점

밀러 교수의 경고가 구체적으로 가리키는 지점은 앞서 반도체 텅스텐 플러그 편에서 살펴봤던 바로 그 소재, 육불화텅스텐(WF6)입니다. WF6는 첨단 반도체의 미세 배선 공정에 쓰이는 핵심 원료 가스로,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특수가스로 꼽힙니다. HBM은 AI 반도체의 연산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으로, 최근 AI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분야입니다. 결국 텅스텐 하나의 공급이 흔들리면, 그 파장이 WF6를 거쳐 HBM 생산까지, 나아가 전 세계 AI 산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이 경고의 핵심입니다. 소재 하나가 이렇게까지 첨단 기술 산업 전체의 목줄을 쥘 수 있다는 사실은, 반도체 산업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전문가에게도 새삼스러운 발견이었던 셈입니다.

텅스텐에서 AI칩까지 이어지는 연결고리

단계 내용
원료 텅스텐(전 세계 생산의 약 85%를 중국이 차지)
중간재 육불화텅스텐(WF6), 반도체 미세 배선 공정용 특수가스
응용 반도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최종 산업 AI 데이터센터, AI 반도체(GPU 등)
규제 현황 2025년 2월 수출허가제 도입, 2025년 12월 2026~2027년 수출기업 15곳으로 제한

왜 지금 이 경고가 나왔나

이 경고가 나온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중국의 단계적 규제 강화가 있습니다. 중국은 세계 텅스텐 생산의 약 85%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지위를 바탕으로, 2025년 2월 텅스텐에 대한 수출허가제를 도입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2026~2027년 수출이 가능한 기업을 단 15곳으로 제한했습니다. 앞서 중국의 이중 가격 전략 편에서 살펴봤듯, 이런 조치들은 단순히 자원을 아끼는 차원을 넘어 원자재 단계에서 세계 각국을 자국 가공 능력에 의존하도록 묶어두려는 정교한 전략에 가깝습니다. 밀러 교수의 발언은 이런 전략이 이제 반도체, 그중에서도 AI 산업이라는 가장 첨단화된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다는 것을 세계적인 전문가의 입을 빌려 확인해준 셈입니다.

밀러 교수가 함께 짚은 균형 잡힌 시각

여기서 짚어야 할 비판적 시각이 있습니다. 밀러 교수의 발언을 일방적인 중국 비판으로만 읽으면 절반만 이해한 것입니다. 그는 중국이 핵심 광물과 소재에 대한 규제를 통해 기술 공급망에 상당한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동시에 이런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공급망을 교란하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는 텅스텐 수출통제가 중국에도 양날의 검이라는 뜻입니다. 중국 역시 세계 반도체 생태계와 완전히 단절된 채로는 존재할 수 없는 만큼, 지나친 규제 강화는 결국 자국에도 예상치 못한 부작용으로 되돌아올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내 반도체·전자산업 역시 WF6를 비롯한 텅스텐 관련 소재를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수요처인 만큼, 과도한 수출 제한이 오히려 자국 산업의 원가 부담으로 되돌아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런 균형 잡힌 진단은, 텅스텐을 둘러싼 이 갈등을 단순한 선악 구도가 아니라 모든 당사국이 상호 의존하는 복잡한 공급망 속의 딜레마로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반도체 공정용 특수가스 배관 설비 클로즈업
WF6 가스 설비 - 텅스텐과 AI 반도체를 잇는 연결고리

한국이 유독 주목해야 하는 이유

밀러 교수는 다른 인터뷰들에서 한국이 HBM 분야를 개척했고 오늘날 세계 HBM의 대부분이 한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습니다. SK하이닉스가 HBM 대량 생산의 물꼬를 튼 이후 이 흐름은 삼성전자로도 이어지며 한국이 이 시장 전반을 이끄는 구도가 굳어졌습니다. 그는 핵심 한국 공급업체들이 없다면 AI 산업 전체가 심각한 속도 저하를 겪을 것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한국을 AI 반도체 공급망의 필수불가결한 플레이어로 꼽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텅스텐 경고가 한국에 특별히 무겁게 다가옵니다. 세계 HBM 생산의 대부분을 담당하는 나라일수록, 그 생산 공정에 필요한 원료 하나가 흔들렸을 때 받는 충격도 그만큼 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앞서 반도체 텅스텐 플러그 편에서 살펴봤던 WF6 가격 급등 소식이 국내 반도체 업계에 유독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던 것도, 이런 구조적 이유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지정학 전문가가 한국의 HBM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텅스텐이라는 소재 리스크를 함께 경고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마주한 성취와 취약성이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FAQ — 크리스 밀러의 텅스텐 경고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크리스 밀러 교수는 누구인가요? 반도체를 둘러싼 미중 기술패권 경쟁을 다룬 베스트셀러 『칩워』의 저자이자 미국 터프츠대 교수로, 세계적인 반도체 지정학 전문가로 꼽힙니다.

Q2. 밀러 교수는 왜 텅스텐을 AI 반도체의 위험 요소로 지목했나요? 텅스텐이 첨단 반도체 미세 배선 공정에 쓰이는 WF6의 핵심 원료이며, WF6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이기 때문입니다.

Q3. 중국의 텅스텐 수출 통제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2025년 2월 수출허가제를 도입했고, 같은 해 12월에는 2026~2027년 수출이 가능한 기업을 15곳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했습니다.

Q4. 밀러 교수는 중국의 규제를 일방적으로 비판했나요? 아니요. 그는 중국의 규제가 공급망에 불확실성을 더한다고 지적하면서도, 규제가 지나치게 강화되면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균형 잡힌 시각도 함께 제시했습니다.

Q5. 이 경고가 한국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요? 한국은 HBM을 비롯한 첨단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세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텅스텐 공급망 불안정성이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산 안정성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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