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 자동차 부진 vs 방산 강세 수요 양극화

자동차 공장은 조용한데, 미사일 공장은 시끄럽다

같은 금속인데 이렇게 다른 성적표를 받을 수 있을까요. 텅스텐 가격은 1년 새 몇 배씩 뛰어올랐다는 소식이 연일 나오는데, 정작 초경합금과 특수강 부문에서는 수요 부진으로 약세를 나타냈다는 정반대의 진단도 함께 나옵니다. 두 이야기 모두 사실입니다. 지금 텅스텐 시장에서는 '가격 급등'이라는 하나의 그림 안에, 업종별로 완전히 다른 온도차가 숨어 있습니다.

가동을 멈춘 자동차 생산 라인 위의 텅스텐 절삭공구
자동차 산업 텅스텐 수요 부진 - 광물백과

왜 하필 지금, 수요가 이렇게 갈라지고 있나

철강금속신문이 2026년 6월 보도한 시황 분석에 따르면, 텅스텐은 초경합금과 특수강 부문의 수요 부진으로 약세를 나타냈습니다. 같은 시기 리튬은 강세를 보이고 희토류는 공급망 경쟁이 확대되던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 보도만 놓고 보면 "텅스텐 시장이 식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다른 자료를 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나타납니다. 원자재 시장 분석기관 애널리스트코리아의 2026년 1분기 데이터에 따르면, 텅스텐 수요 전망은 항공우주, 유전 장비, 방위 재고 보충 부문에서 계속 강세를 유지하며 자동차 부문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다고 진단됩니다. 두 자료를 종합하면 답이 나옵니다. 텅스텐 시장이 통째로 좋거나 나쁜 게 아니라, 응용 분야에 따라 정반대의 수요 흐름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겁니다.

왜 자동차·범용 산업재는 힘을 못 쓰나

자동차와 일반 기계 부문에서 텅스텐 수요가 부진한 이유는 텅스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해당 산업의 전반적인 경기 상황과 관련이 깊습니다. 국내 산업연구기관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외 수요 부진과 수출 여건 악화, 해외 생산 확대 여파로 자동차·기계·철강 등 주요 제조업의 침체 국면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동차 산업 자체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이 산업에 원자재를 공급하는 텅스텐 카바이드 절삭공구 수요도 함께 눌릴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텅스텐 특유의 가격 부담도 한몫합니다. 원자재 가격이 300%, 600% 폭등한 상황에서는, 가격에 민감한 범용 제조업 분야일수록 원가 부담을 느끼고 구매를 늦추거나 대체 방안을 모색하게 됩니다. 실제로 앞서 다룬 일본 사례에서도, 한 공구업체가 제품 강도를 유지하면서 텅스텐 사용량을 줄인 대체 공구를 제안하는 궁여지책을 썼던 것처럼, 가격 급등이 범용 산업재 부문의 수요를 오히려 밀어내는 효과를 낳고 있는 셈입니다.

왜 방산·항공우주는 오히려 더 뜨거워지나

반대로 방산과 항공우주 분야에서는 정확히 반대의 논리가 작동합니다. 이 분야는 가격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합니다. 국방 예산으로 조달되는 물자는 원가 절감보다 성능과 신뢰성이 우선시되고,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는 가격이 얼마가 되든 확보해야 하는 물량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떠오르는 새로운 수요처도 있습니다. 극초음속 무기 체계입니다. 극초음속 활공체나 부스트-글라이드 시스템은 장시간 비행 중 섭씨 1,600도에서 2,000도에 달하는 표면 온도를 견뎌야 하는데, 이는 기존 항공우주 플랫폼에 쓰이던 티타늄 합금이나 탄소섬유 복합재의 작동 한계를 크게 웃도는 수준입니다. 미국 국방부의 여러 극초음속 개발 프로그램은 세라믹 매트릭스 복합재와 함께 텅스텐-레늄 합금의 소재 인증 작업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관통력이 생명인 철갑탄뿐 아니라, 극한의 열을 견뎌야 하는 극초음속 무기라는 완전히 새로운 응용처가 텅스텐 수요를 떠받치고 있는 셈입니다.

유전 장비 분야의 수요 강세도 흥미로운 대목입니다. 시추 비트와 굴착 장비에 쓰이는 텅스텐 카바이드는 극한의 마모 환경에서 작동해야 하는데, 이 역시 원가보다 내구성이 우선시되는 응용 분야입니다. 애널리스트코리아는 2026년 3월 북아메리카 시장 분석에서, 강한 항공우주·유전 장비·방위 재고 보충 수요가 제한된 수입품을 흡수하며 유통업체 재고를 소진시키고 시장을 긴축시켰다고 짚었습니다.

초음속 비행 중 마찰열로 빛나는 텅스텐 합금 기수
극초음속 무기 텅스텐 합금 비행 순간 - 광물백과

이 양극화가 만드는 이상한 시장 구조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발생합니다. 자동차·범용 산업재 수요가 부진하다는 것은 이론적으로 텅스텐 전체 수요를 낮추는 요인이어야 합니다. 그런데 실제 가격은 오히려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급 자체가 워낙 타이트하게 조여져 있어서, 일부 수요가 줄어드는 것만으로는 가격 상승을 억누르기에 역부족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의 텅스텐 시장은 '수요 초과'가 아니라 '공급 부족'이 가격을 주도하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방산·항공우주·유전 장비처럼 가격에 둔감한 고정 수요가 이미 제한된 공급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고 있기 때문에, 설령 자동차 부문 수요가 줄어들더라도 시장 전체의 타이트함은 크게 완화되지 않는 겁니다. 이는 앞서 이 시리즈에서 다룬 "신규 광산 개발에 10년 안팎이 걸린다"는 공급 측 제약과 정확히 맞물리는 현상입니다.

텅스텐 수요 양극화, 핵심 정리

구분 부진한 분야 강세인 분야
대표 응용 분야 자동차, 일반 기계, 범용 초경공구 방산, 항공우주, 유전 장비, 극초음속 무기
가격 민감도 높음(원가 부담에 취약) 낮음(성능·신뢰성 우선)
최근 동향(2026년) 초경합금·특수강 부문 약세(철강금속신문) 재고 보충 수요로 유통업체 재고 소진(애널리스트코리아)
신규 수요처 뚜렷한 신규 수요처 부재 극초음속 활공체(1,600~2,000℃ 내열 소재)
산업 배경 국내외 제조업 경기 침체 국면 국방 예산 확대, 지정학적 긴장 고조
가격에 미치는 영향 수요 위축 요인이나 영향 제한적 공급 부족 구조를 심화시키는 요인

(내용은 철강금속신문, 애널리스트코리아, GM Insights, 국내 산업연구기관 보고서를 종합해 재구성했습니다.)

한국 산업에 던지는 신호

이 양극화 현상이 한국 산업계에 주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텅스텐 가격이 비싸니 수요가 곧 꺾일 것"이라는 단순한 기대는 현실과 어긋날 가능성이 큽니다. 방산·항공우주라는 가격 비탄력적 수요가 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한, 자동차 등 범용 산업재 부문의 부진만으로 가격이 정상화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동시에 이는 한국 산업계에 방향성도 제시합니다. 범용 초경공구 시장에서는 원가 압박을 견디기 위한 재활용·대체 기술 개발이 필요한 반면, 방산·항공우주 관련 국내 기업들에는 오히려 이 강한 수요처에 올라탈 기회가 열려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상동·쌍전광산이 재가동을 통해 확보하는 물량을 국내의 어느 산업 분야에 우선 배분할지 고민할 때도, 이런 수요처별 온도차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관련 배경은 [광물백과 상동광산 편]에서 자세히 다뤘으니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FAQ

Q1. 텅스텐 가격이 오르는데 왜 자동차 부문 수요는 부진한가요? 자동차 산업 자체의 경기 침체와 함께, 원자재 가격 급등에 대한 부담이 겹치면서 가격에 민감한 범용 산업재 부문의 구매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Q2. 방산·항공우주 부문은 왜 가격에 덜 민감한가요? 국방·항공우주 조달은 원가 절감보다 성능과 신뢰성이 우선시되고, 대체재가 마땅치 않은 응용 분야가 많아 가격 상승에도 불구하고 수요가 유지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Q3. 극초음속 무기가 텅스텐 수요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극초음속 활공체는 1,600~2,000℃에 달하는 표면 온도를 견뎌야 하는데, 기존 소재의 한계를 넘어서는 텅스텐-레늄 합금 등이 이 극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소재로 개발·인증되고 있습니다.

Q4. 자동차 수요가 부진한데 왜 가격은 계속 오르나요? 공급 자체가 워낙 타이트해서, 일부 수요 부문의 위축만으로는 가격 상승을 억누르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방산·항공우주 등 가격 비탄력적 수요가 제한된 공급의 상당 부분을 흡수하고 있습니다.

Q5. 이런 수요 양극화가 한국 산업계에 주는 시사점은 무엇인가요? 범용 초경공구 분야는 원가 부담 완화를 위한 재활용·대체 기술 개발이, 방산·항공우주 관련 기업은 강한 수요처를 활용한 사업 기회 모색이 각각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막시

쉽고 정확하게 전하는 블로거, MAKSI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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