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각국은 텅스텐을 60~180일씩 비축할까
2차대전 편에서 살펴봤듯, 자원을 손에 쥔 나라와 손에 쥐지 못한 나라의 운명은 순식간에 갈립니다. 이 뼈아픈 교훈은 전쟁이 끝난 뒤 각국의 제도 속에 고스란히 남았습니다. 오늘날 다수의 국가는 텅스텐 같은 전략광물을 최소 60일에서 많게는 180일분씩 비축해두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이 비축제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한국의 현재 상황은 목표치에 얼마나 다가서 있는지 점검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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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스텐 비축창고 - 국가 전략물자 저장 현장 |
비축제도의 기본 원리
비축제도의 발상은 단순합니다. 자원의 매장량이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고, 생산과 판매 구조가 소수 국가에 카르텔처럼 집중되는 경향이 있는 데다, 국제 정치적 요인까지 겹쳐 원자재 가격은 늘 요동칠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그래서 각국 정부는 가격이 안정적일 때 원자재를 미리 사들여 쌓아두었다가, 가격이 급등하거나 공급이 끊기는 위기 상황에서 이를 풀어 수급과 가격을 동시에 안정시키는 전략을 택합니다. 국민경제의 안정적 발전과 정부 정책 지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는 제도인 셈입니다.
한국의 이원화된 비축 체계
한국의 비축 체계는 두 기관으로 나뉘어 운영됩니다. 기획재정부 산하 조달청은 알루미늄, 구리, 니켈, 주석, 아연, 납 등 6대 비철금속과 일부 희소금속류를 담당하고,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광해광업공단은 텅스텐을 포함한 희소금속류를 전담합니다. 두 기관의 역할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구분 | 조달청 | 한국광해광업공단 |
|---|---|---|
| 소관 부처 | 기획재정부 | 산업통상자원부 |
| 주요 품목 | 6대 비철금속(알루미늄·구리·니켈·주석·아연·납) | 희소금속류(텅스텐·크롬·몰리브덴·희토류·갈륨 등) |
| 2016년 기준 완료 실적 | - | 10광종 평균 64.5일분 |
| 향후 목표 | 2027년까지 60일분(2025년 계획은 55일분) | 2031년까지 100~180일분(영구자석용 희토류는 180일) |
| 최근 이슈 | 4년 연속 목표치 미달, 비축창고 49.8%만 확보 | 13종 중 목표치를 세운 광물은 2개뿐(2024.11 기준) |
텅스텐, 비축 대상 10대 광종에 이름을 올리다
텅스텐은 일찍부터 한국의 전략비축 대상 광종에 포함되어 왔습니다.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는 수입의존도가 높고 신성장 동력산업에 필수적인 희소금속 10광종, 즉 크롬·몰리브덴·니오븀·안티모니·텅스텐·티타늄·셀레늄·갈륨·희토류·지르코늄을 선정해 2016년까지 국내 수요량의 평균 64.5일분 비축을 완료했습니다. 이후 정부는 목표를 한층 더 끌어올려, 2031년까지 희소금속 22종을 100일에서 최대 180일분까지 비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텅스텐 역시 이 확대 목표 대상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목표는 세웠지만, 실행은 더디다
여기서 짚어야 할 비판적 시각이 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100~180일이라는 목표 수치와 실제 현장의 비축 현황 사이에는 상당한 간극이 존재합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4년 11월 기준, 정부가 비축을 확대하기로 한 13개 광종 가운데 구체적인 비축 목표치를 세운 것은 갈륨과 희토류 단 두 종뿐이었습니다. 같은 시점 반도체 핵심 원료인 실리콘은 19.2일분, 디스플레이용 스트론튬은 2.7일분만 남아 있는 상태였습니다. 목표는 야심 차게 상향됐지만, 이를 뒷받침할 예산과 인프라, 구체적 실행 계획이 모든 광종에 고르게 미치지는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조달청이 관리하는 비철금속 쪽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조달청은 6대 비철금속 비축량을 2027년까지 60일분으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이 목표는 2020년 이후 4년 연속 달성하지 못했습니다. 목표 재고를 보관하려면 약 2만 8,524평 규모의 창고가 필요한데, 실제로 확보된 면적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49.8%에 그쳤습니다. 창고 하나 짓는 데도 상당한 시간과 예산이 필요하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병목이 정책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입니다.
비축만으로는 완전한 방패가 될 수 없다
더 근본적인 한계도 있습니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조달청 비축물자의 구매 및 판매량은 국내 수입수요의 1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즉 비축제도는 애초에 국내 수요 전체를 감당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일시적인 가격 급등이나 단기적인 수급 차질을 완충하기 위한 '충격 흡수 장치'에 가깝습니다. 앞서 일본의 텅스텐 위기 편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특정 국가에 대한 수출이 장기간 완전히 끊기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몇 달치 비축 물량만으로는 근본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습니다. "비축량을 늘리면 공급망 위기에서 안전해진다"는 기대는 절반만 맞는 이야기이며, 결국 상동광산 같은 신규 공급원 확보와 재자원화 같은 보완적 수단이 함께 갖춰져야 진정한 안전판이 완성됩니다.
민간의 역할, 그리고 남은 숙제
정부 비축만으로 한계가 뚜렷하다 보니, 최근에는 민간 기업의 자발적인 비축 확대 필요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습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한 연구는 정부가 비축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창고 포화, 비축 인프라 부족, 현물 위주 구매 방식 등의 한계가 있어 민간의 자발적인 비축 확대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결국 국가 비축이라는 최후의 방어선과, 개별 기업 차원의 재고 관리라는 일상적인 대비가 함께 작동해야, 텅스텐 같은 전략광물의 공급망 위기에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살펴본 시리즈 전체가 도달하는 결론입니다.
비축 인프라 확충이라는 또 다른 과제
정부도 이런 한계를 인식하고 인프라 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북 새만금산업단지 안에 핵심광물 전용 비축기지를 새로 짓기 위한 예비타당성 조사가 추진되고 있고,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8일 안에 수요 기업에 원료를 공급할 수 있는 '비축물자 신속 방출제도'도 함께 도입되는 중입니다. 이런 움직임은 비축량을 숫자로만 늘리는 것을 넘어,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얼마나 빠르게 물량을 풀어낼 수 있는지가 비축제도의 진짜 실효성을 좌우한다는 인식을 반영합니다. 아무리 창고에 많은 물량을 쌓아둬도, 이를 필요한 기업에 신속하게 전달하는 유통 체계가 갖춰지지 않으면 위기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은 이런 흐름 속에서 희소금속 비축 업무를 지속적으로 확대해왔습니다. 2019년에는 조달청이 보유하던 희소금속 9종의 관리 업무를 넘겨받아 희소금속 전 광종을 전담하는 비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확립했고, 이후 대여사업과 방출사업을 함께 운영하며 민간 기업의 수급 장애나 가격 급등 문제에도 대응하고 있습니다. 비축 체계를 한 기관으로 일원화하려는 이런 시도는, 앞서 살펴본 이원화된 관리 구조가 낳는 비효율을 줄이려는 방향성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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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핵심광물 재고 관리 - 텅스텐 비축량 점검 현장 |
FAQ — 텅스텐 전략물자 비축제도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텅스텐 비축은 어느 기관이 담당하나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한국광해광업공단이 텅스텐을 포함한 희소금속류의 비축을 전담하고 있으며, 조달청은 별도로 6대 비철금속을 관리합니다.
Q2. 한국의 텅스텐 비축 목표는 며칠 분인가요? 2016년까지 텅스텐을 포함한 10광종 평균 64.5일분 비축을 완료했으며, 정부는 2031년까지 희소금속 22종을 100~180일분까지 확대하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Q3. 왜 국가마다 비축 목표 일수가 60일에서 180일로 차이가 나나요? 품목의 공급망 취약성과 대체 가능성에 따라 목표치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영구자석용 희토류처럼 대체가 어렵고 소수 국가에 생산이 집중된 품목은 180일처럼 더 긴 비축 기간을 목표로 삼습니다.
Q4. 비축 목표가 실제로 잘 지켜지고 있나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조달청의 비철금속 비축은 4년 연속 목표치를 밑돌았고, 희소금속 13종 가운데 구체적인 비축 목표치가 세워진 것은 2개 품목에 불과했던 시점도 있었습니다.
Q5. 비축량을 늘리면 공급망 위기를 완전히 막을 수 있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부 비축 물자의 구매·판매량은 국내 수입수요의 10% 미만에 불과해, 장기적인 수출 중단 같은 위기에는 신규 공급원 확보나 재자원화 같은 다른 수단과 함께 대응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