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NDAA vs EU CRMA, 텅스텐 확보 전략 비교

금지냐 목표치냐 — 미국과 유럽의 텅스텐 확보 전략

2027년, 미국은 자국 군대가 쓰는 무기와 장비에 중국·러시아산 텅스텐을 아예 쓸 수 없게 만듭니다. 같은 시기 유럽연합은 여전히 "2030년까지 역내 의존도를 목표치만큼 낮추겠다"는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중입니다. 같은 자원, 같은 위협 인식, 그러나 서방의 두 축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텅스텐 공급망을 지키려 하고 있습니다. 앞서 상동광산 편에서 살펴본 미국의 국방수권법(NDAA)에 이어, 이번 편에서는 유럽연합의 핵심원자재법(CRMA)이 텅스텐을 어떻게 다루는지 비교해보겠습니다.

방 조달용 금속 부품 클로즈업
국방 조달 부품 - 미국의 텅스텐 수입 규제 대상

미국의 방식 — 금지라는 이름의 벼랑 끝 처방

미국 국방수권법은 2027년부터 미군이 사용하는 무기와 장비에 중국 또는 러시아산 텅스텐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네거티브 규제'입니다. 특정 국가산 원료를 아예 쓰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방식이죠. 미국은 2015년 이후 상업용 텅스텐 채굴을 중단하고 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해왔기 때문에, 이 금지 조치가 실제로 작동하려면 그만큼 대체 공급원 확보가 시급합니다. 그래서 한국의 상동광산처럼 동맹국의 광산에 전략적 투자와 장기 계약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유럽의 방식 — 목표치를 제시하는 포지티브 규제

반면 유럽연합의 핵심원자재법(CRMA)은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2024년 3월 제정된 이 법은 디지털·친환경 전환, 우주, 방산 등 4대 전략 분야에 필수적인 원자재 가운데 34개를 핵심원자재로, 그중에서도 전략적 중요성이 더 큰 16개를 전략원자재로 지정했습니다. 텅스텐은 티타늄, 실리콘, 희토류 등과 함께 이 16개 전략원자재 목록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CRMA의 핵심은 금지가 아니라 목표치 제시입니다. 2030년까지 EU의 연간 전략원자재 수요 대비 역내 채굴 비중을 15%, 제련·정제 비중을 40%, 재활용 비중을 25%까지 끌어올리고, 특정 제3국에 대한 의존도가 65%를 넘지 않도록 공급원을 다변화한다는 것이 목표입니다.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와 달리 자국산 사용을 의무화하는 조항이나 외국산에 대한 명시적 차별 조항은 담고 있지 않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한눈에 보는 두 전략의 차이

구분 미국 NDAA (2027년 시행) EU 핵심원자재법(CRMA, 2024년 제정)
규제 방식 네거티브(특정국산 사용 금지) 포지티브(역내 생산·재활용 목표치 제시)
적용 대상 미군이 사용하는 무기·장비 EU 역내 전략기술 제조 대기업
텅스텐 지위 명시적 수입 금지 대상 광물 16개 전략원자재 중 하나
핵심 수치 중국·러시아산 사용 전면 금지 역내 채굴 15%, 정제련 40%, 재활용 25%, 특정국 의존도 65% 이하
강제력 국방조달 규정으로 강제성 높음 목표 지향적 프레임워크로 개별 기업 직접 구속력은 약함
자국산 우대 조항 존재(국방조달 한정) 명시적 자국산 의무·차별 조항 없음

왜 이렇게 다른 길을 택했을까

두 접근법의 차이는 각자가 처한 맥락에서 비롯됩니다. 미국의 규제는 국방부 조달이라는 좁고 명확한 영역에 한정되어 있어, 강제적 금지라는 수단을 쓰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합니다. 반면 EU CRMA는 27개 회원국의 산업 전반과 그린 전환·디지털 전환이라는 훨씬 넓은 영역을 아우르다 보니, 개별 기업에 일괄적으로 특정 원산지를 금지하는 조항을 넣기가 정치적으로도 실무적으로도 어렵습니다. 그 대신 EU는 전략 프로젝트 지정, 인허가 기간 단축, 핵심원자재이사회 설치 같은 제도적 지원을 통해 목표를 향해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방식을 택한 셈입니다.

EU식 접근에 대한 회의론 — "강제성이 없다"

여기서 짚어야 할 비판적 시각이 있습니다. CRMA가 발효된 이후 업계 반응은 엇갈립니다. 강제성이 있는 조항이 들어있지 않다는 점 때문에 실효성에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고, EU가 제시한 이상적인 목표대로 흘러가려면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필요한데 이를 실질적으로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실제로 광물자원 개발은 광산이 발견된 이후 채굴에 들어가기까지 평균 17년 넘게 걸리는 경우도 있어, 2030년이라는 시한 자체가 현실적으로 벅차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됩니다.

다만 이런 회의론이 EU 정책 전체를 과소평가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한 산업연구기관의 분석에 따르면, 오히려 미국의 핵심광물 관련 정책이 유럽연합의 정책만큼 구체적인 실행력을 지니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목도 있습니다. EU는 CRMA에 기반해 약 280억 유로 규모의 60개 전략 프로젝트(역내 47개, 역외 13개)를 이미 2025년 상반기에 공표한 반면,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들어서야 국내 광산 프로젝트 발굴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은 강하게 밀어붙이고, 유럽은 느슨하게 목표만 제시한다"는 단순한 이분법은 실제 정책 집행 속도와는 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유럽에도 있다, 텅스텐 광산의 소유권 딜레마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유럽 최대 규모로 꼽히는 스페인 카스티야이레온 지역의 바루에코파르도 텅스텐 광산은, 앞서 다룬 한국의 상동광산과 놀랍도록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광산의 지분 대부분은 미국계 사모펀드인 오크트리캐피탈매니지먼트가 보유하고 있고, 나머지 지분만 유럽계 기업이 나눠 갖는 형태입니다. 즉 "유럽 땅에서 캐낸 텅스텐이니 유럽 산업에 우선 공급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실제 소유·투자 구조는 이미 국경을 넘나들고 있는 셈입니다. 상동광산 편에서 짚었던 "자원 확보와 산업 활용은 별개의 문제"라는 교훈이, 유럽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모습입니다.

동맹국 사이의 두 갈래 길, 결국 만날 수 있을까

미국과 유럽이 서로 다른 방식을 택했다고 해서 두 진영이 완전히 별개로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두 접근법은 특정 지점에서 겹치고 충돌할 여지를 안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동맹국 광산에 장기 공급계약을 우선적으로 배정하면, 같은 광산을 자국 공급망의 일부로 여기던 유럽 입장에서는 물량 확보 경쟁에서 밀릴 수 있습니다. 실제로 상동광산의 생산물 상당수가 미국 방산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흘러가는 구조를 보면, 동맹국이라 해도 결국 한정된 텅스텐 물량을 두고 우선순위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결국 "중국 의존도를 낮춘다"는 목표는 미국과 유럽이 공유하고 있지만, 그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두 진영이 협력할지 아니면 같은 비(非)중국 자원을 두고 경쟁할지는 아직 열려 있는 질문입니다. 텅스텐 공급망 재편이 단순히 '탈중국'으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이후 서방 진영 내부의 자원 배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FAQ — EU CRMA와 미국 NDAA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EU CRMA와 미국 NDAA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미국 NDAA는 특정국산 텅스텐 사용을 아예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이고, EU CRMA는 역내 채굴·가공·재활용 비중의 목표치를 제시하는 포지티브 규제라는 점에서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Q2. 텅스텐은 EU의 핵심원자재 목록에 포함되나요? 네, 텅스텐은 EU가 지정한 34개 핵심원자재 중에서도 전략적 중요성이 더 큰 16개 전략원자재 목록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Q3. EU CRMA는 왜 강제성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나요? 27개 회원국의 합의에 기반한 프레임워크 규정이라 개별 기업에 직접 적용되는 처벌 조항이 많지 않고, 미국 IRA와 달리 명시적인 자국산 우대나 차별 조항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Q4. 그렇다면 EU의 정책이 미국보다 약한 정책인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EU는 이미 280억 유로 규모의 전략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지정해 추진 중인 반면, 미국의 관련 정책은 상대적으로 실행 단계가 늦게 구체화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Q5. 유럽에도 대규모 텅스텐 광산이 있나요? 스페인 카스티야이레온 지역의 바루에코파르도 광산이 유럽 최대 규모로 꼽히는데, 지분 대부분을 미국계 사모펀드가 보유하고 있어 한국 상동광산과 유사한 소유권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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