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스텐 도시광산, 스크랩이 새 광산이 되다

스크랩이 새로운 광산이 되는 순간 — 텅스텐 도시광산의 부상

국내 텅스텐 자원 자립도는 0%대. 산화텅스텐의 중국 의존도는 92.9%. 그런데 최근 중국의 수출통제 이후, 시장은 이미 새로운 원료를 찾아 나섰습니다. 한 영국 전략금속 거래업체 대표는 중국의 수출 제한 이후 시장이 텅스텐 스크랩에 의존해왔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바닥나고 있다고 우려를 전했습니다. 광산에서 캐낸 적 없는 텅스텐이 새로운 '광맥'으로 떠오른 셈입니다. 바로 이미 한 번 쓰고 버려진 폐초경공구, 이른바 도시광산입니다.

마모된 폐초경 드릴 비트 클로즈업
폐초경공구 - 텅스텐 도시광산의 원료

왜 쓰레기가 광산이 되는가

텅스텐은 한 번 초경합금 절삭공구나 드릴 비트로 만들어져도, 마모되어 수명이 다한 뒤에도 텅스텐 원소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문제는 그동안 이를 다시 순수한 텅스텐으로 되돌리는 정련 기술의 문턱이 높았다는 점입니다. 폐초경합금은 3,000도에 가까운 고온에서 녹였다 굳혀야 재활용이 가능한 수준이라, 국내에는 이 기술이 없어 대부분 폐기하거나 오히려 중국 등지에 원료로 되팔아온 역사가 있습니다. 자원을 캐내는 나라가 아니라 자원을 다시 사들이는 나라가 그 자원을 되파는 아이러니한 구조였던 셈입니다.

아연법에서 암모니아-프리 공정까지

이 흐름을 바꾼 첫 이정표는 2011년입니다. 국내 기업 ㈜TA가 아연 증류 방식을 이용해 텅스텐카바이드를 순수하게 재생하는 기술을 국산화하며,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던 텅스텐 공급 방식에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아연 증류법은 아연을 이용해 단단한 텅스텐카바이드를 무르게 만들어 원래 성분 그대로의 가루로 되돌리는 기술로, 전기분해나 화학적 방식보다 난이도가 높아 미국·일본·독일 등 일부 선진국만 보유하던 고급 기술이었습니다. 실제로 이 아연법은 이후 국내 연구개발 과제를 통해 WC-Co 폐초경 스크랩을 재생분말로 만들어 로크웰 경도 91.5 이상의 초경 엔드밀 공구로 재탄생시키는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최근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간 기술도 등장했습니다. 국내 스타트업 베스트알은 암모니아를 사용하지 않고도 폐드릴 비트 같은 폐초경금속에서 텅스텐을 분리해내는 상용화 공정을 개발했습니다. 기존 재활용 공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가 환경오염을 유발하고 정련 비용도 비싸 상용화가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 최초로 시도된 이 접근은 텅스텐 순환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정부가 그리는 재자원화 20%의 청사진

이런 민간의 기술 개발에 발맞춰 정부도 정책적 힘을 싣고 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약 7~10% 수준으로 추산되는 10대 전략 핵심광물의 재자원화율을 2030년까지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걸었습니다. 이를 위해 폐배터리, 희토류(폐영구자석), 텅스텐(폐초경공구), E-Waste, 폐촉매를 5대 핵심 분야로 지정해 원료 확보와 기술 장벽이 높은 광종을 집중 공략하기로 했습니다. 기업 설비 투자 보조금 규모도 100억 원대로 확대해 직접 지원에 나선 상태입니다.

제도적 기반도 함께 정비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부는 국가데이터처, 한국광해광업공단과 함께 핵심광물 재자원화 산업 특수분류를 새로 고시했는데, 그동안 재자원화 산업이 표준산업분류상 제조업과 폐기물 처리업 등으로 흩어져 있어 정확한 산업 실태 파악이 어려웠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산업부는 이를 통해 재자원화 산업을 '폐기물 처리'가 아니라 '핵심광물 제조' 산업으로 인식 자체를 전환하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재자원화 20%'라는 목표, 얼마나 현실적인가

여기서 짚어야 할 비판적 시각이 있습니다. 목표치인 20%와 현재 수준인 7~10% 사이의 간극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 더구나 이 7~10%는 10대 전략 핵심광물 전체의 평균치이고, 실제로는 광종별 편차가 극심합니다. 국내 정·제련 기업들이 공정 스크랩과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회수하며 구리·알루미늄·납 같은 전통적인 도시광산 금속은 재자원화율이 90%를 웃도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희토류 등 일부 희소금속은 재자원화율이 여전히 0%대에 머물러 있고 재자원화 기업 대부분이 영세한 실정입니다.

그 원인은 구조적입니다. 폐PC 같은 전자제품 내 텅스텐·갈륨 등 희소금속의 함량은 1% 미만에 불과해 충분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고, 국내 폐전자제품 발생량 자체도 미국·중국·인도네시아 같은 인구 대국에 비해 25% 미만 수준이어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쉽지 않습니다. 즉 "폐기물에서 자원을 뽑아내면 공급망 문제가 해결된다"는 서사는 원리적으로는 맞지만, 실제로는 확보 가능한 폐기물의 절대량 자체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장벽에 부딪힙니다. 재활용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재활용할 원료 자체가 충분히 모이지 않으면 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뜻입니다.

재생 텅스텐 분말이 담긴 실험실 비커 클로즈업
재생 텅스텐 분말 - 폐기물에서 되살아난 핵심광물

스크랩마저 마르는 순간, 그다음은

더 근본적인 딜레마도 있습니다. 최근 중국의 텅스텐 수출통제로 시장이 스크랩에 의존하는 현상이 심해졌는데, 이는 역설적으로 스크랩 재고 자체를 빠르게 소진시키는 결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도시광산이 '새로운 광산'이 되려면 꾸준히 스크랩이 공급되어야 하는데, 정작 원료가 될 스크랩조차 품귀 현상을 빚는다면 재자원화 산업 역시 원료난이라는 같은 문제를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결국 텅스텐 재자원화는 원자재 공급망 리스크를 완전히 대체하는 해법이라기보다는, 원료 다변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보완재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더 균형 잡힌 시각일 것입니다.

FAQ — 텅스텐 재자원화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텅스텐 재자원화는 왜 이렇게 어려운가요? 텅스텐 합금을 다시 순수한 텅스텐으로 되돌리려면 고온 처리나 특수한 화학적 공정이 필요해 기술 난이도가 높고, 폐기물 내 함량 자체도 낮아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Q2. 아연법이란 무엇인가요? 아연을 이용해 단단한 텅스텐카바이드를 무르게 만든 뒤 원래 성분의 가루로 되돌리는 재활용 기술로, 국내에서는 2011년 처음 국산화되었습니다.

Q3. 정부의 텅스텐 재자원화 정책은 어떤 내용인가요? 산업통상자원부는 텅스텐(폐초경공구)을 포함한 5대 핵심 분야를 지정해 설비 투자 보조금을 확대하고, 2030년까지 10대 전략 핵심광물 재자원화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Q4. 텅스텐 재자원화가 중국 의존도 문제를 완전히 해결할 수 있나요? 현재로서는 어렵습니다. 국내 폐전자제품 발생량과 폐기물 내 텅스텐 함량이 낮아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어렵고, 최근에는 스크랩 자체도 품귀 현상을 겪고 있어 원료 다변화의 보완적 수단에 가깝습니다.

Q5. 다른 금속에 비해 텅스텐 재자원화율이 특히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구리·알루미늄·납 같은 전통적인 도시광산 금속과 달리, 텅스텐은 폐기물 내 함량이 낮고 회수 공정의 기술 장벽이 높아 재자원화 기업 대부분이 영세한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입니다.

막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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