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텅스텐과 희토류, 같은 나라 다른 시간표

세계 2위라는 타이틀을 두 개나 가진 나라, 그런데 사정은 딴판이다

베트남은 세계 2위라는 타이틀을 두 개나 쥐고 있습니다. 하나는 중국·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비공식적으로는 자주 2위로도 언급되는) 텅스텐 매장량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로 꼽히는 희토류 매장량입니다. 그런데 이 두 광물을 둘러싼 베트남의 현실은 놀랍도록 다릅니다. 한쪽은 이미 세계적인 공급국으로 자리 잡았고, 다른 한쪽은 아직 매장량 추정치조차 합의되지 못한 훨씬 이른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베트남의 두 전략광물, 텅스텐과 희토류를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겠습니다.

베트남 희토류 원석 클로즈업
베트남 희토류 원석 - 이제 막 시작된 개발 로드맵

두 광물, 베트남에서의 위상은

앞서 여러 편에서 살펴봤듯, 베트남의 텅스텐 산업은 이미 상당히 성숙한 단계에 들어서 있습니다. 반면 희토류는 최근에야 본격적인 개발 로드맵이 발표되는 초기 단계입니다.

구분 텅스텐 희토류
세계 매장량 순위 세계 3위(중국·러시아 다음) 세계 2위(중국 다음, 추정치 논란)
대표 산지 타이응우옌성 누이파오 광산 라이쩌우·라오까이·옌바이성
대표 기업 마산하이테크머티리얼즈(MSR) 다수의 신생·국영 개발 주체
가치사슬 성숙도 채굴~화학제품~재활용까지 통합 완성 원광 채굴 중심, 가공은 아직 초기
최근 생산량 추이 연간 약 3,400톤(세계 2위 생산국) 2021년 400톤 → 2023년 4,300톤
정부 목표 기존 생산 기반 위 지속 확대 2030년까지 연간 6만 톤 생산 목표

텅스텐, 이미 자리 잡은 공급국

텅스텐 쪽 이야기는 앞선 편들에서 자세히 다룬 바 있습니다. 누이파오 광산을 운영하는 MSR은 채굴부터 정광, 암모늄 파라텅스텐산염(APT) 같은 화학제품, 나아가 아시아 최대 규모의 재활용 공장까지 아우르는 통합 가치사슬을 10년 넘게 구축해왔습니다. 독일의 100년 된 텅스텐 기업 HC스타크를 인수했다가 다시 일본 기업에 매각하는 등, 국제 자본과 기술을 넘나드는 복잡한 사업 재편까지 겪어낼 만큼 산업 자체가 성숙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희토류, 이제 막 시작하는 로드맵

반면 희토류는 사정이 다릅니다. 베트남 지질광물부는 2026년 신규 지질·광물법 시행과 함께 국가 희토류 전략을 공개하며, 2030년까지 연간 약 200만 톤의 희토류 원석을 채굴하고 최종적으로 연간 6만 톤의 희토류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실제로 베트남의 희토류 생산량은 2021년 400톤에서 2023년 4,300톤으로 10배 넘게 늘어나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매장지는 북서부 라이쩌우성과 라오까이성, 중부 고원지대의 옌바이성에 걸쳐 있으며, 둥파오·남세·므엉험·옌푸 같은 광산들이 대표적인 개발 대상지로 꼽힙니다.

세계 2위라는 숫자,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여기서 짚어야 할 비판적 시각이 있습니다. 희토류 매장량을 둘러싼 추정치가 보고서마다 크게 엇갈린다는 점입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자료를 인용한 여러 보도에서는 베트남의 희토류 매장량을 약 2,200만 톤으로 소개하며 세계 2위라는 타이틀을 강조하지만, 2026년 3월 발표된 최신 USGS 보고서에서는 이 추정치가 약 350만 톤으로 대폭 하향 조정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같은 기관의 자료조차 시점에 따라 6배 넘게 차이가 날 정도로, "세계 2위 매장량"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상당히 불안정한 근거 위에 서 있는 셈입니다. 텅스텐 쪽에서는 이런 극심한 추정치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과 비교하면, 희토류 매장량 통계가 아직 얼마나 유동적인 단계에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실제 개발 현장의 상황도 녹록지 않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매장량 순위만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투자 중단, 기술 부족, 불법 채굴과 밀수 같은 문제들이 베트남 희토류 산업 육성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지적됩니다. 매장량만 놓고 보면 미국의 12배에 달한다는 화려한 수치가 나오지만, 이를 실제로 채굴하고 가공해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은 아직 그 수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책 마찰이라는 또 다른 변수

여기에 정책적인 걸림돌도 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희토류 원광을 그대로 수출하는 대신 자국 내 가공·산업화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는데, 이는 외국 기업의 투자 계획을 예상보다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 기업 LS에코에너지가 호치민시에 약 2,000만 달러를 투자해 희토류 가공 공장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인데, 이런 사례들은 베트남의 '탈중국' 공급망 구상이 단순히 원광을 캐서 파는 수준을 넘어, 훨씬 복잡한 국내 가공 요건과 외국인 투자 협상을 동반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텅스텐 산업에서 MSR이 이미 오래전에 통합 가치사슬을 구축해둔 것과 달리, 희토류 쪽은 이런 가공 인프라를 이제 막 외국 자본과 함께 쌓아가는 단계인 셈입니다.

베트남 텅스텐 원석 클로즈업
 베트남 텅스텐 원석 - 이미 성숙한 공급망

같은 나라, 두 광물의 서로 다른 시간표

결국 베트남이라는 하나의 나라 안에서, 텅스텐과 희토류는 전혀 다른 시간표 위에 놓여 있습니다. 텅스텐은 이미 세계적인 공급국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다졌고, 국제 자본의 인수합병까지 소화할 만큼 산업이 성숙했습니다. 반면 희토류는 매장량 추정치조차 합의되지 않은 채, 이제 막 국가 전략을 세우고 외국 자본을 유치하며 첫걸음을 떼는 단계에 있습니다. "베트남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는 인상은, 실제로는 한 마리는 이미 손에 넣었고 다른 한 마리는 아직 쫓고 있는 중이라는 훨씬 현실적인 그림으로 바라보는 편이 정확할 것입니다.

FAQ — 베트남의 텅스텐과 희토류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베트남은 텅스텐과 희토류 매장량에서 각각 세계 몇 위인가요? 텅스텐은 중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 3위, 희토류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로 흔히 언급되지만, 희토류 매장량은 보고서마다 추정치가 크게 엇갈립니다.

Q2. 텅스텐과 희토류 중 어느 쪽이 더 산업적으로 성숙했나요? 텅스텐입니다. 누이파오 광산을 운영하는 MSR은 채굴부터 화학제품, 재활용까지 통합 가치사슬을 이미 구축했지만, 희토류는 이제 막 국가 개발 로드맵이 발표된 초기 단계입니다.

Q3. 베트남 희토류 매장량 추정치는 왜 이렇게 차이가 나나요? 같은 미국지질조사국(USGS) 자료라도 조사 시점과 방법에 따라 2,200만 톤에서 350만 톤까지 6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전해지며, 이는 희토류 탐사·평가가 아직 유동적인 단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Q4. 베트남 희토류 개발의 걸림돌은 무엇인가요? 투자 중단, 기술 부족, 불법 채굴과 밀수 문제가 지적되며, 여기에 정부의 원광 수출 제한과 국내 가공 요구 정책이 외국 기업의 투자 계획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Q5. 한국 기업도 베트남 희토류 산업에 진출하고 있나요? 네, LS에코에너지가 호치민시에 약 2,000만 달러를 투자해 희토류 가공 공장을 건설하는 계획을 추진하는 등 한국 기업들의 진출 사례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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