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냉전시대 법이, 2025년 네바다 사막의 광산을 깨웠다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미국 의회는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산업 역량에 정부가 직접 자금을 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을 만들었습니다. 그로부터 75년이 지난 2025년, 이 냉전시대의 법이 네바다 사막 한복판의 텅스텐 광산을 깨우는 데 쓰였습니다. 상동광산, 카자흐스탄, 캐나다 유콘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직접 베팅한 네바다의 파일럿마운틴 프로젝트를 정책적 관점에서 들여다보겠습니다. 흥미롭게도 이 법이 처음 만들어진 계기가 다름 아닌 한반도의 전쟁이었다는 사실은, 텅스텐을 매개로 한국과 미국의 자원안보 이야기가 70여 년의 시차를 두고 다시 한번 교차하는 듯한 인상을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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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일럿마운틴 프로젝트 - 네바다 사막의 텅스텐 탐사 현장 |
국방물자생산법이란 무엇인가
국방물자생산법(Defense Production Act, DPA)은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제정된 법으로,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국내 산업 역량에 미국 정부가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합니다. 이 법의 제3편(Title III)은 특히 정부가 민간 기업에 비희석적 방식, 즉 지분을 가져가지 않고 보조금 형태로 자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으로, 최근 핵심광물 공급망 재건 과정에서 자주 소환되고 있습니다. 2025년 7월, 미국 국방부는 이 DPA 제3편에 근거해 네바다에서 텅스텐 광산을 개발 중인 골든메탈리소시스에 62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파일럿마운틴, 네바다 사막의 도전
이 자금이 투입된 파일럿마운틴 프로젝트는 네바다주 리노에서 남동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개발사인 가디언메탈리소시스가 가넷과 데저트회중석이라는 두 구역을 중심으로 개발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이 프로젝트는 노천채굴이 가능한 형태의 지시자원만 약 869만 톤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이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시기에 미국 내 텅스텐 광상을 인수한 것이 오히려 역발상 전략이었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그는 네바다 지역에서 오랫동안 탐사 경험을 쌓아온 지질학자 출신입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데저트회중석 구역에는 앞서 회중석 편에서 다뤘던 바로 그 광물, 텅스텐산칼슘이 주된 광석으로 매장되어 있습니다.
정부 자금이 들어간 미국 내 텅스텐 프로젝트들
| 프로젝트 | 위치 | 지원 근거 | 비고 |
|---|---|---|---|
| 파일럿마운틴 | 네바다주 리노 남동쪽 약 200km | DPA 제3편(2025년 7월, 620만 달러) | 가넷·데저트회중석 두 구역, 노천채굴 방식 검토 |
| 템피우트 | 네바다주 | 같은 개발사가 함께 추진 | 과거 텅스텐 생산 이력이 있는 부지 |
| 아이마(IMA) | 아이다호주 렘하이 카운티 | 별도 개발사 추진 | 2026년 5월 부지 조성·건설 착수 |
| 스티브나이트 | 아이다호주 | 미 국방부 관심 재점화 | 2차대전 당시 미국 텅스텐 수요의 50% 공급 이력 |
왜 미국은 이렇게까지 절박한가
이 모든 움직임의 배경에는 미국의 구조적 취약성이 있습니다. 미국은 2015년 로스앤젤레스의 한 소규모 광산에서 소량의 텅스텐 정광을 생산한 것을 마지막으로, 그 이후로는 국내에서 텅스텐을 전혀 생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국방부 조달 규정(DFARS)은 중국에서 채굴·정제·제조된 텅스텐을 국방 관련 조달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있는데, 정작 국내에는 이를 대체할 생산 기반이 없다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규제는 만들어졌지만 그 규제를 충족시킬 국내 공급원은 마련되지 않은 셈이며, DPA 제3편 자금 지원은 바로 이 간극을 메우기 위한 정책적 수단으로 동원되고 있습니다. 정책과 산업 현실 사이의 이런 시차는, 규제 하나를 새로 만드는 일보다 실제로 그 규제를 충족할 산업 기반을 갖추는 일이 훨씬 오래 걸린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줍니다.
정부 지원이 곧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짚어야 할 비판적 시각이 있습니다. DPA 제3편 자금이 '비희석적'이라는 점은 언뜻 기업에 유리한 조건처럼 보이지만, 뒤집어 보면 정부가 지분을 갖지 않는 대신 사업의 성패에 따른 위험 부담은 여전히 개발 기업과 투자자가 고스란히 떠안는 구조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수백만 달러 단위)으로 여러 초기 단계 프로젝트에 자금을 분산 지원하며 성공 가능성을 넓히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 지원금은 상업 생산을 위한 자금이 아니라 예비타당성 조사, 즉 아직 사업성을 검증하는 단계를 가속화하기 위한 자금이라는 점도 함께 짚어야 합니다.
역사적 선례도 신중함을 요구합니다. 앞서 아이다호 편에서 살펴봤던 스티브나이트 광산지구는 2차대전 당시 국가적 필요에 의해 급속히 개발됐다가, 전쟁이 끝나자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시설이 통째로 해체된 전례가 있습니다. 국가 안보라는 절박한 명분으로 시작된 자원 개발 붐이, 그 절박함이 사라지는 순간 함께 사그라들 수 있다는 교훈입니다. 이번 네바다의 움직임 역시 미국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얼마나 오래,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되느냐에 따라 그 지속가능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러 개의 작은 베팅이 모이는 이유
이 지점에서 미국 정부의 접근 방식 자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는 파일럿마운틴 한 곳에만 자금을 몰아주는 대신, 같은 개발사가 추진하는 템피우트 프로젝트와 아이다호의 아이마 광산, 그리고 스티브나이트 광산지구까지 여러 프로젝트에 관심과 지원을 분산하고 있습니다. 이는 하나의 대형 프로젝트에 모든 것을 걸었다가 실패할 경우 감수해야 할 위험을 줄이려는 포트폴리오 전략에 가깝습니다. 실제로 국방부 산하 부서의 관계자들이 이런 프로젝트 현장에 직접 연락해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필요한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는 보도도 있는데, 이는 정부가 단순히 자금만 지원하고 손을 떼는 것이 아니라 여러 채널을 통해 프로젝트의 진척을 지속적으로 관리하려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다만 이렇게 여러 곳에 자금이 분산될수록, 각 프로젝트에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자금 규모 자체는 상대적으로 작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함께 고려해야 할 대목입니다.
| 국방물자생산법 - 미국 정부의 핵심광물 정책 수단 |
FAQ — 파일럿마운틴 프로젝트와 DPA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국방물자생산법(DPA)은 언제, 왜 만들어졌나요?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국가 안보에 필수적인 국내 산업 역량에 정부가 직접 투자할 수 있도록 제정된 법입니다.
Q2. DPA 제3편 자금 지원은 다른 정부 지원과 어떻게 다른가요? 정부가 기업의 지분을 가져가지 않는 비희석적 방식의 보조금이라는 점이 특징이며, 이 때문에 사업의 성패에 따른 위험은 여전히 기업과 투자자가 부담하게 됩니다.
Q3. 파일럿마운틴 프로젝트는 어떤 단계에 있나요? 현재는 예비타당성 조사 단계이며, 이번 정부 자금 지원은 이 조사를 가속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Q4. 미국은 왜 국내에 텅스텐 생산 기반이 없나요? 2015년 소규모 생산을 마지막으로 국내 생산이 전무한 상태이며, 그동안 해외 수입과 재활용에 주로 의존해온 결과입니다.
Q5. 이런 정부 지원 프로젝트들이 실제로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아직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2차대전 당시 스티브나이트 광산처럼 국가적 필요로 급속히 개발됐다가 필요성이 사라지며 빠르게 방치된 전례가 있어, 정책적 의지가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관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