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텅스텐 폐자원 수출 금지, 자원 민족주의의 확장

미국의 텅스텐 폐자원 수출 금지 — 이번엔 쓰레기까지 국경을 넘지 못한다

2026년 8월 27일부터, 미국에서 나온 텅스텐 폐기물은 국경을 넘을 수 없습니다. 광석도, 완제품도 아닌 '쓰레기'를 막는다는 이 조치는 언뜻 낯설게 들리지만, 자원 확보 전쟁이 얼마나 세밀한 단계까지 파고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지금까지 광물백과는 상동광산과 미국 NDAA를 통해 미국이 텅스텐을 '들여오는' 방식을 살펴봤습니다. 이번 편은 정반대입니다. 미국이 이미 자국 안에 있는 텅스텐을 '내보내지 않는' 이야기입니다.

창고에 쌓인 텅스텐 스크랩 더미 클로즈업
텅스텐 스크랩 더미 - 국경을 넘지 못하는 미국의 폐자원

무엇이 금지됐나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텅스텐 폐기물과 스크랩, 그리고 폐배터리 재활용 원료인 블랙매스의 수출을 1년간 제한하는 규정을 연방관보에 게재했습니다. 블랙매스는 폐리튬이온배터리를 파쇄해 얻는 중간재로, 리튬·코발트·니켈·망간 등을 회수하는 데 쓰이는 소재입니다. 이 조치에 따라 미국 내 텅스텐 폐기물과 블랙매스 공급업체는 해당 물량을 원칙적으로 자국 시장에 판매해야 하며, 수출은 당국의 예외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허용됩니다.

이 조치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서명한 행정명령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광물이 포함된 산업 폐기물의 수출을 제한할 수 있도록 연방 당국에 권한을 부여했고, 상무부는 이 권한과 국방물자생산법(DPA)을 근거로 규정을 확정했습니다. 미 상무부는 "핵심 광물·소재의 공급 부족이 국방과 국가안보에 대한 위험을 키우고 있다"며 "회수 가능한 자원의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조치를 한눈에 정리하면

구분 내용
법적 근거 대통령 행정명령(2026.7.30) + 국방물자생산법(DPA)
시행 주체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BIS)
규정 발표일 2026년 8월 5~6일
시행일 2026년 8월 27일
적용 기간 시행일로부터 1년간
대상 품목 텅스텐 폐기물·스크랩, 폐배터리 재활용 원료(블랙매스)
원칙 국내 시장 우선 판매, 예외 승인 시에만 수출 허용

왜 하필 '폐기물'까지 막았을까

이 조치의 근본 배경에는 미국의 구조적 취약성이 있습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2025년 기준 미국은 16개 비연료 광물 품목에서 수입 의존도가 100%에 달했고, 전체 54개 광물에서는 소비량의 절반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고 정제 시설을 확충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미 미국 안에 존재하는 폐자원부터 국경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아 최소한의 완충 물량이라도 확보하려는 것이 이번 조치의 핵심 논리입니다. 채굴이라는 상류 단계뿐 아니라, 폐기물이라는 하류 단계까지 자원 확보 전쟁의 전선이 확장된 셈입니다.

'수출 금지'가 곧 '자국 활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여기서 짚어야 할 비판적 시각이 있습니다. 미국 재활용산업협회(Recycled Materials Association)는 이번 100% 국내 배정 명령이 업계의 핵심적인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미국 내 처리 시설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스크랩 물량을 처리할 만한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패스트마켓츠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기준 미국의 글로벌 블랙매스 생산능력 점유율은 약 9%에 불과합니다. 수출은 막았는데 국내에서 이를 소화할 처리 능력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면, 폐자원이 오갈 곳을 잃고 정체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국경을 막으면 자원이 자국 산업에 쓰인다"는 단순한 기대와 달리, 실제로는 처리 인프라라는 또 다른 병목이 남아있는 셈입니다.

한국의 이중적 처지 —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

이 조치가 한국에 던지는 메시지는 특히 복잡합니다. 앞서 상동광산 편에서 살펴봤듯, 한국은 미국의 텅스텐 확보 전략에서 핵심적인 수혜국 중 하나입니다. 상동광산에서 생산되는 텅스텐 정광의 상당량이 미국 방산업체로 흘러 들어가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폐자원 수출 금지는 정반대의 영향을 미칩니다. 패스트마켓츠의 한 선임 분석가는 미국의 수출 금지로 아시아로 가던 원료 공급이 차단되면서, 특히 미국산 블랙매스에 의존해온 한국과 동남아시아 재활용업체들이 원료를 구하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재자원화 편에서 살펴봤던 국내 도시광산 산업이, 이번에는 원료 확보처 중 하나를 미국의 정책 때문에 잃게 되는 셈입니다. 한국이 '광산의 수혜자'인 동시에 '재활용 원료난의 피해자'가 되는 이중적 처지에 놓인 것입니다.

이 분석가는 한 가지 지적을 더했습니다.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가 자체 정제 시설에 대한 투자 명분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현재 미국은 그동안 해외로 보내던 물량을 전부 자체 처리할 만한 정제 시설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즉 이번 조치의 최종 승자가 미국의 재활용 산업이 될지, 아니면 오도가도 못하는 폐자원 재고만 쌓이는 결과로 끝날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문제입니다.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흥미롭게도 이런 흐름은 미국만의 것이 아닙니다. 유럽연합 역시 2026년 하반기부터 블랙매스 수출에 유사한 제한을 도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EU CRMA 편에서 살펴봤던 유럽연합의 접근법은 강제적 금지보다는 목표치 제시에 가까웠는데, 블랙매스 수출 제한이라는 이번 움직임은 그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강경한 조치에 해당합니다. 서방 진영 전체가 원자재뿐 아니라 폐자원까지 자국 안에 묶어두려는 방향으로 조금씩 수렴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을 수 있습니다.

스크랩 시대의 새로운 국경선

이 흐름을 종합하면 자원 확보 전쟁의 전선이 한 단계 더 세밀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광산과 원광이 문제였고, 다음에는 정제된 중간재(APT 등)가 문제였으며, 이제는 이미 한 번 쓰이고 버려진 폐기물조차 국경을 넘나드는 데 제약이 걸리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이는 재자원화·도시광산이라는 개념 자체가 이제 순수한 산업 정책의 영역을 넘어, 지정학적 자원 경쟁의 한 축으로 편입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국이 국내 폐초경공구·폐배터리 재자원화 역량을 키워야 하는 이유가, 단순히 환경이나 산업 경쟁력 차원을 넘어 이제는 해외 원료 조달선이 언제든 정치적 이유로 닫힐 수 있다는 자원안보 차원의 문제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셈입니다.

폐배터리에서 나온 블랙매스 클로즈업
블랙매스 - 미국이 국경 밖으로 내보내지 않는 재활용 원료

FAQ — 미국의 텅스텐 폐자원 수출 금지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이번 조치는 언제부터 시행되나요? 2026년 8월 27일부터 시행되며, 시행일로부터 1년간 적용됩니다.

Q2. 어떤 품목이 수출 금지 대상인가요? 텅스텐 폐기물·스크랩과 폐배터리 재활용 원료인 블랙매스가 대상이며, 원칙적으로 미국 내 시장에 우선 판매해야 하고 예외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수출할 수 있습니다.

Q3. 이 조치가 한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미국산 블랙매스에 의존해온 한국 재활용업체들의 원료 조달이 어려워질 전망입니다. 반면 상동광산을 통한 텅스텐 정광 공급망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수혜국 위치에 있어, 서로 다른 방향의 영향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습니다.

Q4. 미국은 왜 폐기물까지 수출을 막았나요? 미국이 다수의 핵심광물에서 높은 수입 의존도를 보이는 가운데, 신규 광산 개발과 정제 시설 확충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미 국내에 있는 폐자원이라도 국외로 유출되지 않도록 막으려는 조치입니다.

Q5. 이 조치로 미국의 텅스텐 자립도가 곧바로 높아질까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 재활용산업협회는 국내 처리 시설이 국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스크랩을 처리할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어, 수출 금지가 곧바로 자국 활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막시

쉽고 정확하게 전하는 블로거, MAKSI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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