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 사석과 피복석, 뭐가 다를까

방파제 맨 바깥에는 가장 큰 돌이 놓입니다, 사석과 피복석은 뭐가 다를까

진해신항 호안 공사장에서는 하루 약 2,000루베(㎥)의 돌이 바지선에 실려 바다로 나갑니다. 2026년 3월 지역 매체 보도에 따르면 안골동 적출장에서 대형 바지선 4척이 이 물량을 옮기고, 경남 고성의 한 채석장에서도 매일 수천 톤이 같은 해역으로 반입되고 있어요.

그런데 바다에 쏟아지는 이 돌이 전부 같은 돌일까요? 현장에서는 모두 "사석"이라 부르지만, 방파제 단면 안에서는 놓이는 자리에 따라 크기도 요구되는 성능도 크게 다릅니다. 가장 안쪽에서 몸체를 채우는 돌과 파도를 맨 앞에서 맞는 돌은 하는 일이 전혀 달라요.

채석장과 방파제 현장에서는 매일 구분해서 쓰지만 바깥에서는 뭉뚱그려 부르는 두 이름이 있습니다. 사석과 피복석입니다. 이번 글은 이 두 이름의 차이를 방파제 단면 위에서 풀어보는 첫 편이에요.

파도가 부딪히는 방파제 바깥 사면에 맞물려 쌓인 큰 피복석
파도가 부딪히는 방파제 바깥 사면의 큰 돌

방파제는 크게 두 갈래입니다

방파제라고 하면 거대한 콘크리트 상자, 케이슨을 먼저 떠올리기 쉽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진의 2012년 논문은 수심이 깊고 설계파가 큰 곳의 외곽시설 상당수가 직립식 케이슨 혼성제를 택한다고 정리했어요. 경사제보다 경제성과 시공성이 유리하다는 이유입니다.

같은 논문은 소규모 항만과 어항시설에서는 여전히 경사제를 쓴다고도 짚습니다.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2015)은 경사식 방파제가 오랜 시공 경험이 쌓인 덕에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쓰이는 형식이라고 설명하고요. 돌이 주인공인 쪽이 바로 이 경사식, 흔히 사석경사제라고 부르는 구조입니다.

경사식 방파제 단면 속, 돌의 지도

경사식 방파제는 돌을 무게별로 가려서 층층이 쌓은 구조입니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의 농업·환경 용어집은 이를 돌의 무게에 따라 어느 정도 선별한 돌더미로 풀이하고, 작은 돌은 코어에, 큰 돌은 코어를 파랑으로부터 지키는 피복층(armour layer)에 쓴다고 정의합니다. 이 한 줄이 사석과 피복석을 가르는 출발점이에요.

안쪽의 코어, 몸체를 채우는 돌

코어는 방파제 몸체의 중심을 이루는 부분입니다. 파도를 직접 맞지 않으니 큰 돌일 필요가 없고, 바깥층이 대신 맞아주는 덕에 작은 돌로도 몸체를 채울 수 있습니다.

사석은 바닥에서 하중을 받치는 일도 합니다. 정철민 등의 2002년 논문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1999년판 항만 및 어항설계기준은 중력식 방파제와 안벽 기초의 사석 강도정수를 대형삼축압축시험으로 정하는 것을 원칙으로 두었습니다. 시험이 어려운 경우에는 암석의 일축압축강도가 300kg/cm² 이상이면 점착력 0.2kg/cm², 내부마찰각 35도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일본 항만기술연구소 자료를 인용했고요.

이 논문은 그 값이 국내에서 검증된 적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강도가 비교적 낮은 북제주 다공질 현무암 사석으로 국내 최초의 대형삼축압축시험을 진행했습니다. 2002년 논문이 다룬 1999년판 내용이라, 현행 기준에서 이 대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설계기준 원문으로 따로 확인해야 해요.

바깥의 피복층, 파도를 맨 앞에서 맞는 돌

피복층은 파도의 첫 타격을 받는 자리입니다. 앞서 말한 서울대 논문은 피복재를 입사하는 파랑에 깨지거나 이탈하지 않을 만큼의 강도와 중량을 갖춘 사석 또는 콘크리트 소파블록으로 설명합니다. 돌이 충분히 크고 단단해야 하고, 파도가 몹시 센 곳에서는 돌 대신 블록을 쓰기도 한다는 뜻이에요.

2010년에 발표된 한 연구는 1985년 태풍 브랜다, 2002년 루사, 2003년 매미 등으로 남해안 항만 방파제가 입은 피해를 모아 정리했습니다. 이 연구가 확인한 것은 경사식 방파제의 피해가 주로 피복재에 몰렸다는 사실입니다. 파도가 오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곳이 이 바깥층이라는 이야기죠.

한눈에 보는 사석과 피복석

구분 사석(코어·기초) 피복석(바깥 피복층)
놓이는 자리 방파제 몸체 안쪽, 바닥 기초 파도가 직접 닿는 가장 바깥 표면
하는 일 몸체의 부피를 채우고 하중을 받침 파도의 타격을 막아 안쪽 돌이 쓸려 나가지 않게 보호
돌의 크기 상대적으로 작고 크기가 섞여 있음 설계 파랑으로 정한 중량 이상의 큰 돌을 선별
핵심 요구 성능 지지력과 강도, 쌓였을 때의 안정 파도에 깨지거나 이탈하지 않을 강도와 중량
약해지면 침하, 몸체 안정성 저하 돌 이탈, 사면 손상
품질 확인 시험(예시) 석재 밀도·흡수율(KS F 2518), 압축강도(KS F 2519) 같은 시험 항목에 더해 중량 선별 확인
이름이 쓰이는 방식 넓게는 방파제에 쓰는 모든 돌을 사석이라 부르기도 함 좁게는 바깥 피복층에 쓰는 돌

시험 항목의 요구값은 설계도서와 시방서가 정하고, 위 표는 구분을 위한 예시입니다. 밀도·흡수율과 압축강도 시험이 석재 시험 항목으로 올라 있는 것은 국토교통부의 2026년 건설공사 품질시험 수수료 안내에서 확인되는 사실이에요.

이름이 헷갈리는 이유는 학술 자료에서도 확인됩니다. 한국해안해양공학회지 13권 4호(2001)의 「방파제 사석 중량 산정」은 영문 제목이 피복재(armor unit)의 최소 중량 산정이고, 한국방재학회 논문집 12권 3호(2012)의 초록도 피복재 중량을 사석중량이라고 부릅니다. 도면이나 시방서에서 "사석 몇 톤"이라는 표현을 만나면 어느 층의 돌인지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해요.

가장 큰 돌을 바깥에 놓는 이유

필요한 돌의 무게를 계산하는 가장 흔한 도구는 Hudson이 1959년에 제안한 식입니다. 서울대 논문에 따르면 이 식은 소파블록의 안정계수(KD)를 포함하고, 우리나라에서도 적정 중량을 구할 때 널리 쓰입니다. 이 식에서 파고는 세제곱으로 들어가요.

다른 조건이 같다면 파고가 2배가 될 때 필요한 돌의 무게는 8배가 된다는 뜻입니다. 파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바깥층의 돌은 훨씬 크고 무거워져야 하고, 그래서 가장 큰 돌이 맨 바깥 자리를 차지합니다.

돌의 비중도 같은 식 안에서 움직입니다. 안정계수, 사면 경사, 파랑 조건을 같게 두고 Hudson 식에 단순 대입해 보면, 비중 2.4인 돌은 비중 2.6인 돌보다 약 38% 더 무거워야 같은 파도를 견딥니다. 실제 설계는 조건마다 달라지니 감각을 잡기 위한 계산이고, 비중이 낮은 돌이 왜 불리한지를 보여주는 값이에요. 비중과 강도를 어떤 기준으로 읽는지는 이 시리즈 뒤쪽 편에서 따로 다룹니다.

설계식과 기후, 돌의 안전은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습니다

설계식이 정답은 아닙니다

Hudson 식은 형태가 간결해서 가장 널리 쓰이지만 정확도를 두고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방파제 피복석 중량식을 비교한 2003년 국내 연구는 van der Meer가 보고한 실험자료와 견주어 보니 Hudson 식의 정밀도가 매우 낮아 사용에 신중해야 한다고 평가했어요.

한국방재학회 논문집(2012)은 동해안 경사식 방파제의 피해 사례를 다시 계산해 보았습니다. Hudson 식으로 산출한 사석 중량의 안전도는 47%, van der Meer 식은 70%, 새로 제시한 개선식은 86%였다고 보고합니다. 연구자들은 정밀한 식을 권하는데 실무는 간결한 식을 선호하는, 식의 선택을 둘러싼 간극이 드러나는 대목이에요. 이 수치는 해당 연구가 고른 피해 사례의 결과라 모든 방파제로 일반화하기는 어려워요.

설계법이 비어 있는 곳도 있어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연구진은 월파로 파도가 넘어와 닿는 방파제 배후 사면의 피복재 안정 중량에 대해 2005년판 항만 및 어항설계기준과 미국 해안공학 매뉴얼(CEM 2005) 모두 설계법을 제시하지 않는다고 짚었습니다.

기준이 올라가면, 이미 놓인 돌은

2003년 태풍 매미 같은 이상 기후를 겪은 뒤 해양수산부는 설계기준을 강화했습니다. 한세종 등의 2012년 논문은 2005년판 기준을 적용하자 기존에 지어진 항만 구조물의 마루높이와 피복재 중량이 새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문제가 불거졌다고 지적하고, 피복재 중량 증설, 수중방파제, 인공리프 같은 보강 방안을 검토합니다.

해양수산부가 마련한 항만 및 배후권역 기후변화대응 강화방안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해수면이 해마다 4.27mm씩 높아지고 태풍 최대 강도도 41년간 31% 상승했다는 수치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2011년부터 방파제 등 외곽시설 보강을 추진해 왔지만 기존 계획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 아래, 100년 빈도 재해에도 안전하도록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내용이에요.

기준이 높아져도 이미 바다에 놓인 돌의 무게를 바꾸려면 돌이나 블록을 다시 얹는 보강이 필요하고, 시설마다 예산과 순서를 따로 정해야 합니다. 피해가 반복된 사례는 그 사정을 보여줍니다. 대한토목학회지(2016)에 실린 글은 2011년 10월 태풍 무이파로 가거도 방파제가, 2013년 8월 태풍 볼라벤으로 서귀포항 방파제가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정리했어요.

복구도 돌 하나하나의 일입니다.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부산항건설사무소는 2024년 용호부두 방파호안에 월파 방지시설을 설치하면서 마루높이를 2m 높이고, 태풍으로 유실된 소파블록 38개를 다시 거치하는 공사를 발주했습니다.

현장에서 보이는 문제, 사석에 묻은 흙

진해신항 호안 공사에서는 사석을 투하할 때 흙탕물이 번진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2026년 3월 보도에 따르면 호안 기초공사를 맡은 시공사 현장에 오탁방지막이 설치되지 않은 구간이 있다고 지적했고, 인근 어민은 흙이 섞인 사석이 해저로 쓸려 내려가 부실공사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어요.

부산항건설사무소 관계자는 사석에 묻은 흙이 부유사를 만들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오탁방지막을 설치하고 환경 영향 범위에 따라 점검과 감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돌의 비중과 강도가 기준을 넘어도, 현장에 닿는 순간 돌의 청결이 별도의 문제가 되는 셈입니다.

채석장 야적장에 크기별로 나뉘어 쌓인 사석과 큰 돌
사석 선별 - 방파제 코어용 돌과 피복석의 구분

이 돌들이 나오는 채석장은 보통 산 한쪽을 위에서 아래로 깎아 내려가는 노천 방식이라, 지하 갱도 채굴과는 접근법이 다릅니다. 갱도 쪽 이야기는 텅스텐 채굴 장비 편도 함께 참고하세요.

큰 돌이라고 다 같은 큰 돌은 아닙니다. 화강암, 편마암, 안산암은 바닷물과 파도 앞에서 서로 다르게 버팁니다. 어떤 암종이 방파제에 더 어울리는지는 다음 편에서 이어서 살펴보겠습니다.

FAQ — 사석과 피복석에 대해 자주 묻는 질문

Q1. 사석과 피복석은 같은 말인가요? 넓은 뜻의 사석은 방파제에 쓰는 돌 전체를 가리키고, 피복석은 그중 파도가 직접 닿는 바깥 피복층의 돌을 뜻합니다. 학술 자료에서도 피복재 중량을 사석 중량이라 부르는 경우가 있어서, 도면에서는 층 이름을 확인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2. 경사식 방파제에서 가장 큰 돌을 바깥에 놓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파도를 가장 먼저 맞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Hudson 식에서는 파고가 세제곱으로 들어가 파도가 조금만 높아져도 필요한 돌의 무게가 크게 늘고, 바깥층이 버텨야 안쪽의 작은 돌이 쓸려 나가지 않습니다.

Q3. 피복석 대신 콘크리트 블록을 쓰는 경우도 있나요? 있습니다. 피복재는 사석 또는 콘크리트 소파블록으로 이루어진다고 설명하는 연구가 있고, 사석 피복안과 소파블록 피복안을 비교한 실험에서는 소파블록 쪽의 월파량이 낮았다고 보고됩니다. 어떤 재료를 쓸지는 파랑 조건과 경제성, 시공성을 함께 보고 설계에서 정합니다.

Q4. 방파제 돌의 품질은 어떤 시험으로 확인하나요? 석재의 밀도·흡수율(KS F 2518)과 압축강도(KS F 2519) 시험이 건설공사 품질시험 항목에 올라 있습니다. 현장별 요구값은 설계도서와 시방서에 따라 다르니 해당 공사의 기준을 확인해야 해요.

Q5. 방파제의 돌은 한 번 놓으면 계속 안전한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태풍으로 피복재가 이탈하거나 유실되는 일이 반복되고, 설계기준이 강화되면 기존 시설도 보강이 필요합니다. 마루높이를 높이고 유실된 소파블록을 다시 거치하는 복구가 대표적인 사례예요.


참고 자료

  • FAO AGROVOC, "rubblemound breakwaters" 용어 정의 (2026년 10월 확인)
  • 서울대학교 대학원, 민은종, 「Experimental study of stability coefficient of breakwater armor layer depending on placement methods」, 석사학위논문 (2015.02)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김영택·이종인, 「월파에 의한 경사제 배후면 피해: 실험사례」 (2012)
  • 정철민 외, 「대형삼축압축시험을 이용한 북제주현무암 사석재의 강도정수 및 전단거동」 (2002.04)
  • 「태풍에 의한 경사식 방파제의 피복재 침식 피해 산정」 (koreascience.or.kr 게재, 2010)
  • 한국해안해양공학회지 13권 4호, 유동훈 외, 「방파제 사석 중량 산정」 (2001.12)
  • 한국방재학회 논문집 12권 3호, 「소파제 중량 산정식 개선」 (2012.06)
  • 방파제 피복석 중량 산정식(Hudson, van der Meer, Yoo 식)의 정밀도 비교 연구 (koreascience.or.kr 게재, 2003)
  • 한세종·윤재선·조용식, 「수면에 고정된 부유식구조물 설치에 의한 사석경사제에서의 처오름높이 분석」 (2012 학술대회)
  • 이원·박진호·조용식, 「사석 경사제 및 소파블록 경사제 호안의 월파 특성」 (2008 학술대회)
  • 박우선 외, 「채움재를 이용한 인터로킹 케이슨 방파제」, 대한토목학회지 (2016.08)
  • 국토교통부, 「2026년 건설공사 품질시험 수수료」 (석재 KS F 2518, KS F 2519)
  • 해양수산부, 「항만 및 배후권역 기후변화대응 강화방안」 (데일리안 보도, 발표 시점 확인 필요)
  • 부산지방해양수산청 부산항건설사무소, 용호부두 방파호안 월파 방지시설 설치 공사 (메트로신문 보도, 2024.02.28)
  • sidae.com, 진해신항 사석 투하 관련 보도 (2026.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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